"우리 아빠는 경찰관이야."
"그래서 뭐, 난 여섯 살이야."
"아빤 정말 멋쟁이야."
"어제는 내 생일이었거든."

몇 년 전 인터넷에서 보고 갈무리해둔 카툰의 대화다. 누구나 미디어를 운영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시대, 각자 자기 이야기를 하느라 바쁘다. 이런 상황이 낳은 소통의 분절을 이 카툰은 보여준다.


소셜미디어는 누구에게나 온라인 매체를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고, 새로운 출판 시스템은 작가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관문을 문지방 정도로 낮춰줬다. 새 출판 시스템의 주역이 주문형출판(POD)이다.

POD 책은 재고가 없다. 서점 매대에도 실물이 없다. 독자가 온라인서점에서 POD 책을 주문하면 한 권씩 출력·제본돼 발송된다. 초판 발행에 필요한 종이 값과 인쇄 비용 등이 들지 않으니, 출간 비용이 기존 방식보다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저자는 POD를 활용하면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도 책을 낼 수 있다. POD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 파일을 보내면 된다. 이 방식으로 저자가 된 지인이 둘 있다. 내 저서 중 하나도 POD로 유통된다.

자신의 첫 저작을 내는 사람은 대부분 기대에 부푼다.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가 나오기 전 쇼펜하우어는 자부심에 넘쳤고, 기대를 한껏 드러냈다. 1818년 3월28일 써서 출판업자에게 보낸 편지에서다. 그중 몇 대목은 다음과 같다. "나의 저작은 새로운 철학 체계입니다. 그것도 말 그대로 완전히 새로운 것입니다." "이 책은, 나의 확고한 신념에 따르면, 훗날 다른 100권의 책의 원천이자 계기가 되는 그런 책들 가운데 하나가 될 것입니다." 책은 쇼펜하우어의 기대를 저버렸다. 거의 팔리지 않았다. 16년이 지난 뒤에도 재고가 남았고, 그중 상당수가 폐지로 처분됐다.


POD 시대 저자의 처지는 쇼펜하우어보다 훨씬 불리해졌다. 독자는 한정돼 있고 전체 도서 구매부수는 감소하는데, 책은 POD를 타고 매년 더 여러 종 쏟아지기 때문이다. POD 전문 업체로 부크크(BOOKK)가 있고 교보문고와 알라딘, 예스24도 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2024년에 발표된 논문 '독립출판물 출판·유통 현황과 납본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부크크에서 POD로 신규 제작된 책은 2022년 6645종에서 2023년 9028종으로 36% 증가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교보문고에 등록된 POD 도서는 2023년 5578종에서 2024년 9178종으로 65% 급증했다. (부크크와 교보문고 종수를 비교하면 부크크 책 중 상당 부분이 교보문고에서 판매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부크크로 데뷔한 저자 중 자기 책을 부크크에서 구매해 소장·증정하는 사람이 많다는 방증이다.)


출판시장이 날로 쪼그라드는 추세에서는 저자 대다수가 쇼펜하우어의 전철을 밟을 공산이 매우 크다. 독자가 책을 더 읽을 때 출판시장이 살아나고, POD 책도 더 관심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저자가 되고 싶은 분들이여, 책을 한 달에 한 권은 들여놓으시라. 그러지 않으면 카툰에서처럼 저자들이 저마다 독백하는 출판시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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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진 경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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