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자(들)' 역사왜곡 논란
정치권 공방으로 비화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싸고 여권과 보수 진영의 공세가 격화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둘러싼 음모론을 다시 끌어올리는가 하면, 영화에 출연한 배우를 향한 원초적인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 모습이다.


영화 '암살자(들)' 속 유해진(왼쪽)과 노무현 전 대통령. 하이브미디어코프·연합뉴스

영화 '암살자(들)' 속 유해진(왼쪽)과 노무현 전 대통령. 하이브미디어코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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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중심에 선 작품은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등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의 '암살자(들)'이다. 유해진·박해일·이민호 등이 출연한 이 영화는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사건의 배후와 진실을 추적하는 미스터리극이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특별수사본부는 북한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지령을 받은 문세광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저격하려다 미수에 그쳤고, 박 전 대통령 옆에 앉아 있던 육 여사가 총탄에 맞아 숨진 것으로 결론 내렸다. 문세광은 같은 해 12월 20일 서울구치소에서 사형됐다.


그러나 이후 일각에서는 문세광이 아닌 당시 경호 과정에서 발생한 총격이 육 여사를 숨지게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암살자(들)'은 이런 의혹을 영화적 설정으로 끌어와 사건의 진실을 파고드는 기자와 형사를 중앙정보부가 방해하는 장면 등을 통해 당시 사건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다.

"역사 왜곡" "고인 모독" 비판 쏟아져

영화 개봉 직후 야권과 보수 진영에서는 이를 두고 '역사 왜곡'과 '고인 모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은 박 전 대통령과 유가족에게 큰 고통을 안긴 역사적 비극을 왜곡하고 있다며 상영 중단과 제작진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제작진은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갖고 만든 작품이 아니라는 해명을 내놨다. 영화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지 않았으며 작품 속 가설과 극적 설정 역시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영화 ‘암살자(들)’ 포스터. 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 ‘암살자(들)’ 포스터. 하이브미디어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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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 음모론까지…'암살자(들)'에 뿔난 국민의힘

그러나 국민의힘은 영화가 사건의 배후에 당시 권력기관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공유된 것으로 보이는 가상의 영화 포스터 여러 장을 게시했다. 이 가운데에는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뒤 봉화산의 부엉이바위에서 제목을 따온 '부엉이바위의 진실'이라는 포스터가 포함됐다. '추락, 그리고 남겨진 미스터리. 누구도 말하지 않은 그 날의 이야기'라는 문구와 함께 '5월 18일 대개봉'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 의원은 또 '미는자(들)'이라는 제목의 가상 영화 포스터도 함께 올렸다. 포스터에는 노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진이 나란히 배치됐다. 이 의원은 해당 게시물을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이라고 설명하면서 "모두 영화적 상상력을 발휘할 법한데, 왜 감독과 제작자는 못 본 체할까. 정치적 상상력, 진영적 상상력, 아니면 선동적 정치 행위?"라고 적었다.


박민영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도 같은 날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둘러싼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노무현 누가 밀었나 부엉이바위의 미는자(들)'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고 노 전 대통령 서거 과정에 의문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좌파들이 좋아하는 표현의 자유에 입각한다면 노 전 대통령의 가족들도 지금 재수사를 받아야 하는 게 아닌가"라며 "당시 노 전 대통령의 극단적인 선택 사건에 얼마나 의문스러운 부분들이 많았냐"고 말했다.


이어 "당시 명확하게 식별할 수 있는 영상이 있는가, 자필로 나온 유서가 있는가"라며 "노 전 대통령 죽음에 의구심이 들지 않느냐"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면서 "좌파들은 앞으로 우리가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의혹 제기를 하든 간에 표현의 자유 테두리 안에서 용인하고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출연 배우 인신공격도

급기야 영화에 출연한 배우의 외모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원초적 비하 발언까지 터져 나왔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권양숙 여사가 사주했다는 내용의 영화가 나온다면, 과연 그것도 표현의 자유로 인정받을 수 있겠는가"라며 '암살자(들)'을 향해 "천인공노할 짓"이라는 격앙된 표현을 쏟아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배우 유해진을 향해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댓글. 스레드 캡처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배우 유해진을 향해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댓글. 스레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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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파장을 부른 것은 주 의원이 영화 속 형사 역할을 맡아 열연한 배우 유해진을 향해 던진 인신공격성 댓글이었다. 지난 29일 한 누리꾼은 스레드에 유해진의 과거 출연작들을 열거하며 그가 '북한 관련 소재', '반일 영화', '군사정권 비판 영화' 등에 자주 출연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뒤 "그냥 북한에 가서 살아라. 자유대한민국에서 꼴값 떨지 말고"라는 비난 글을 남겼다. 이에 주진우 의원은 해당 게시물에 직접 "북한상"이라는 댓글을 달며 비하에 동조했다.


다만 해당 누리꾼이 '북한 소재 영화'로 소개한 유해진의 출연작 6편 가운데 대부분에서 유해진이 맡은 배역은 북한 인물이 아니었다. 깡패나 생계형 형사, 6·25전쟁 당시 북한군이 들어온 시골 마을의 주민 등의 역할로 출연한 것으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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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종배 전 서울시의원은 29일 허진호 감독과 제작사 대표, 작가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서지영 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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