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영화부터 무한도전'·'꽃남'까지
10·20세대가 의미·용법까지 확장
최근 10~20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표현 '야르'가 사실은 20여년 전에도 쓰였던 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과거에는 기쁨이나 흥분을 나타내는 감탄사에 가까웠지만, 최근에는 '야르하다', '야르함'처럼 대상이나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표현으로까지 쓰임새가 넓어졌다. 30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엑스(X·옛 트위터) 등에 따르면 최근 2009년 방영된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 메이킹 영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영상에서 배우 이민정은 아역 배우에게 "'야르'는 알지?"라고 묻는다.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새롭게 생겨난 유행어처럼 받아들여지던 '야르'가 약 17년 전 촬영된 영상에 등장한 것이다. 해당 장면이 확산하자 온라인에서는 "요즘 생긴 말인 줄 알았다", "신조어인 줄 알았는데 내가 어릴 때도 쓰던 말이었다", "유행어도 돌고 도는 것 같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실제로 '야르'의 흔적은 '꽃보다 남자'보다 더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배우 봉태규는 최근 방송에서 2003년 개봉한 영화 '바람난 가족' 촬영 당시 자신이 애드리브로 '야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며 "대중매체에서는 내가 원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2006년 1월 네이버 오픈 사전에도 '야르'가 10대 사이에서 '좋다'는 의미로 사용된다는 설명과 함께 등록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부활 넘어 새로운 방식으로 변형
2008년 방송된 MBC '무한도전'의 '제1회 무한 창작동요제'에서도 정형돈이 노래 도중 "야르"라고 외치는 장면이 나온다. 이어 2009년 '꽃보다 남자' 촬영 현장에서도 같은 표현이 등장하면서 적어도 2000년대 중후반까지 젊은 층 사이에서 일정 부분 통용됐던 표현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배우 봉태규는 최근 방송에서 2003년 개봉한 영화 '바람난 가족' 촬영 당시 자신이 애드리브로 '야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며 "대중매체에서는 내가 원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SNS
원본보기 아이콘흥미로운 점은 20년 가까이 지난 현재 '야르'가 단순히 부활한 것을 넘어 새로운 방식으로 변형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야르'는 주로 '앗싸', '나이스', '좋다'처럼 기분이 좋거나 일이 잘 풀렸을 때 외치는 감탄사에 가까웠다. 예를 들어 원하는 일이 성사됐을 때 "야르!", 게임에서 이겼을 때 "야르~",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야르"라고 외치는 식이다.
반면 최근 10~20대 사이에서는 '야르'에 '-하다'를 붙인 '야르하다'라는 표현이 함께 사용되고 있다. 단순히 "야르!"라고 외치는 것을 넘어 "오늘 분위기 야르한데?", "이 음식 좀 야르하다", "여기 완전 야르함"처럼 음식이나 패션, 분위기, 상황 등이 마음에 들거나 느낌이 좋을 때 사용하는 식이다. 문맥에 따라 '좋다', '멋지다', '느낌 있다', '제대로다', '기분 좋다' 정도의 의미를 두루 담는 표현으로 확장된 셈이다.
명사처럼 "오늘 좀 야르네", "야르 그 자체"라고 쓰거나 SNS 게시물과 숏폼 영상의 댓글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짧게 나타내는 용도로 활용되는 모습도 나타난다. 과거 표현이 새로운 세대에 의해 다시 소환되는 현상은 '야르'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언어에서도 나타나는 '레트로' 현상
넷플릭스 예능 '19/20' 제작발표회에서는 출연자들이 과거 유행했던 '잘 먹겠습니다람쥐' 같은 표현을 사용하는 모습을 두고 가수 규현이 "신조어는 다 돌아오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과거 대중문화와 말투가 유튜브, 숏폼,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다시 소비되면서 당시 유행어까지 새로운 세대에 재발견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1990~2000년대 음악과 패션을 다시 소비하는 'Y2K' 열풍이 이어진 것처럼 언어에서도 일종의 '레트로' 현상이 나타나는 셈이다.
특히 과거와 다른 점은 방송 영상과 인터넷 게시판, 포털 사전 등이 디지털 자료로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한동안 사라진 것으로 보였던 표현도 과거 방송의 짧은 영상이나 밈이 SNS에서 확산하면 순식간에 다시 유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신조어가 세대 간 소통을 막는다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야르'는 오히려 세대를 연결하는 표현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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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세대에게는 학창 시절 사용했던 말이 다시 돌아온 셈이고, 10·20세대에게는 자신들의 새로운 유행어라고 생각했던 표현이 부모 또는 선배 세대도 사용했던 말이었다는 사실 자체가 새로운 재미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누리꾼은 "관을 열었더니 내가 초등학생 때 쓰던 말이 나왔다", "요즘 애들이 '야르하다'고 하는 걸 들으면 묘한 기분", "우리 때는 그냥 '야르!'라고 했는데 활용법이 진화했다" 등의 반응도 나온다.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윤석민 교수는 세대마다 같은 단어의 의미와 쓰임이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이 같은 차이를 인식하는 과정 자체가 서로의 언어문화를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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