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페가 10만원대 후반으로 나올 거라는데, 이제 좀 싸지지 않을까요?"
한미약품이 국산 비만치료제를 내놓는다는 소식에 위고비나 마운자로를 사용 중인 소비자들이 잔뜩 기대하는 눈치다. 새로운 치료제가 시장에 가세하면 선택지가 늘고, 경쟁이 붙으면 가격도 내려갈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이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의 주사형 비만치료제는 한 달에 수십만원을 내고 맞는 비급여 치료제다. 현재 위고비는 용량에 따라 4주분이 20만원대 초반에서 40만원대, 마운자로는 시작 용량인 2.5㎎ 기준으로 30만원, 5㎎은 40만원 안팎에 판매되고 있다. 효과가 비슷하다면 조금이라도 저렴한 약을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소비자의 행동이다. 비만 치료가 장기화할 수 있고, 당뇨나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까지 고려하면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낮추는 것은 분명 중요한 과제다.
이미 국내 비만약 시장에서는 환자가 특정 제품을 직접 지정하는 일이 낯설지 않다. 가격이 싸다고 소문난 소위 '성지' 병원에선 키오스크로 진료를 접수하는 단계에서부터 어떤 약을, 어떤 용량으로 처방받기 원하는지 환자가 선택한 뒤 의사를 만난다. 의사의 설명을 충분히 듣기도 전에 "저는 위고비로 해주세요" "마운자로로 받을게요"라며 자신이 원하는 약을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의약품은 일반 소비재가 아니다. 환자가 인터넷에서 효과와 가격을 비교하고 부작용 정보를 찾아볼 수는 있지만, 자신의 건강 상태에 어떤 약이 적합한지까지 스스로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렵다. 비만치료제 역시 비만 정도만 보는 것이 아니라 동반 질환과 금기사항, 부작용 위험, 용량과 치료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결국 약을 고르는 과정에서 환자의 정보와 선택권이 중요하더라도, 그 선택이 의학적으로 타당한지를 판단하는 역할까지 환자에게 맡길 수는 없다. 비급여라는 것은 건강보험이 비용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뜻이지, 의약품을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선택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동시에 의사는 환자의 요구를 존중하면서도 그것이 의학적으로 적절한 선택인지 판단하고 설명할 책임이 있다. 환자가 원하는 약을 그대로 처방하는 것과 환자의 요구를 출발점으로 삼아 여러 치료 방법의 효과와 위험을 설명한 뒤 최종적인 처방을 결정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의사는 단순히 환자가 원하는 약을 내주는 사람이 아니라,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가 무엇인지 판단하는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차 안에 둔 채 잊고 있었는데…"기뻐 쓰러질 뻔" 21억 복권 당첨된 남성
에페의 등장으로 경쟁이 생겨 가격이 내려간다면 소비자에게는 반가운 일이지만, 가격이 내려갔다고 처방의 문턱까지 낮아져서는 안 된다. 오히려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질수록 처방과 사용에 대한 관리는 더 촘촘해져야 한다. 우리가 엄격하게 들여다봐야 할 것은 비만약의 가격표가 아니라 효과와 안정성이 담보된 처방전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