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결합한 스마트 안경 출시
불특정 다수의 정보 침해 우려
세밀한 정보 수집 정책 갖춰야

[아경의 창] 눈을 가진 AI, 눈 감을 때도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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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눈앞의 식당을 바라보며 "여기 괜찮아?"라고 묻는다. 스마트폰을 꺼낼 필요도 없이 안경 속 인공지능(AI)이 가게 리뷰를 찾아보고 답한다. 길 찾기에 서툰 사람이라도 낯선 도시를 걷는 게 두렵지 않다. '눈'을 가진 AI가 친절한 길라잡이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미국의 IT기업 메타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연례 기술 콘퍼런스 '커넥트 2026'에서 AI 비서 '뮤즈'를 스마트안경에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이용자가 보는 장면을 AI가 이해하고 필요한 행동을 돕는다는 구상이다. 구글도 지난 5월 제미나이 기반 스마트안경을 공개했다. 스마트안경은 이제 사용자가 보는 세상을 AI와 함께 보는 장치가 되고 있다.

길을 잃으면 도움을 받고, 낯선 외국어를 번역하거나 시각장애인에게 주변 상황을 설명해주는 등 편리한 점이 많다. 그러나 문제는 출근길 전철 좌석 맞은편 승객, 카페 옆자리 연인, 공원의 아이와 부모까지 동의한 적 없는 불특정 다수가 AI의 시야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누군가 입고 나온 재킷의 가격이 얼마인지 키와 몸무게는 얼마인지도 스마트안경이 충분히 판독할 수 있다.


지금까지 개인정보 보호는 서비스 이용자를 중심으로 설계됐다. 어떤 정보를 내줄지 어떤 약관에 동의할지가 출발점이었다. 스마트안경에서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한 적도, 약관을 읽은 적도 없는 사람이 남의 안경에 포착된다. 동의를 구하기도 거부 의사를 밝히기도 어렵다. '이용자 동의'라는 틀만으로는 풀기 힘든 문제다.

단순히 영상 촬영·판독 중일 때 깜박이는 표시등 하나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불빛은 '지금 찍고 있다'는 사실은 알려줘도 AI가 무엇을 읽어내는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사진을 남기지 않아도 AI는 눈앞의 사람과 사물, 장소를 파악할 수 있다. 스마트폰 시대에는 "찍지 마세요"라고 말하면 됐다. 스마트안경 시대에는 그 말만으로 부족하다. 찍지 않아도 AI는 볼 수 있고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이런 문제를 인지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연내 출시 예정인 한 국내 기업의 스마트안경에 주변 사람이 촬영이나 정보 수집 사실을 알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도록 주문했다.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도 "상대방이 정보수집 사실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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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정보 보호 정책도 몰카 같은 비동의 촬영 여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길 안내를 위해 표지판을 알아보는 것과 지나가는 사람의 얼굴을 식별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주변 사람의 신원을 알아내거나 특정인을 추적하는 기능에는 별도의 제한이 필요하다. 내가 AI에 세상을 보여주기로 했다고 해서 세상이 AI에 자신을 보여주기로 한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 눈을 뜬 AI는 언제 눈을 감아야 할지도 배워야 한다.


박충훈 AI콘텐츠부장 parkjov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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