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장 아니다" 주민 4명 더 나타나
구청 "지문 감정 권한 없어, 경찰에 의뢰”
주민들 "어떻게 믿나, 전수 조사해야"
서울 서대문구가 홍제동 322번지 일대 모아타운(LH 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설립 동의서의 지장(指章)이 위조됐다는 주민들의 주장과 관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구역에서는 앞서 타인이 지장을 대신 찍은 ‘가짜 동의서’ 1건이 발견됐고, 이번에 4건의 위조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 동의서 위조 논란은 형사 판단이 필요한 단계로 넘어갔다(본지 8월12일자 참조, [단독]"내 지장도 아닌데 동의서에 찍혀있다고?"…홍제동 모아타운 위법 논란).
30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대문구는 최근 서대문경찰서에 수사 의뢰 공문을 보냈다. 고발이 아닌 수사 의뢰 형식이며, 주민들이 제출한 민원 서류와 관련 자료도 함께 넘겼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수사 의뢰 이후 아직 경찰로부터 수사 내용이나 일정을 통보받은 것은 없고, 자료를 다시 보내달라는 요청 정도만 있었다"고 했다.
발단은 지난달 말 이 구역 토지등소유자들이 구청 도심개발과에 낸 ‘(조합설립 동의서) 사실확인서’다. 이들은 "조합설립에 진정한 의사로 동의한 적이 없고, 동의서에 내 지문을 날인하지 않았다"며 양손 지문을 직접 찍고 신분증 사본을 첨부해 구청에 제출된 동의서의 지장과 대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가운데 1명은 구청이 수사기관에 고발해 달라는 고발요청서를, 나머지는 관계기관을 통한 사실확인 요청서를 함께 냈다. 주민 측 법률대리인인 강현구 법률사무소 산 대표변호사는 같은 취지의 사실확인서가 모두 5건 제출됐다고 밝혔다. 확인서를 낸 소유자 중에는 80대 고령자도 2명 포함됐다.
서대문구는 이 주장의 진위를 자체적으로 판단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구청은 지문이나 지장의 진위를 감정할 권한도, 능력도 없기 때문에 사실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다"며 "지문 감정은 경찰 등 사법기관이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서대문구는 ‘자신의 동의서가 위조됐다’며 구청을 방문한 일부 주민들을 직접 만났지만, 주장 자체의 진실 여부까지 확인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구청이 동의서에 이름이 오른 소유자들에게 먼저 연락해 동의 의사와 지장 날인 사실을 직접 묻는 절차 또한 거치지는 않았다.
지난해 말 동의서를 징구해 구청에 제출한 추진위원회 측은 이번에도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추진위는 지난 8월 보도 당시에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제보자의 구체적인 신원을 밝히지 않으면 사실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조합설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가짜 동의서’로 의심되는 이들 5건 외에 사실확인서를 받지 못한 의심 사례가 더 있다며 전수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문제 된 동의서를 동의율에서 빼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라며 "추가 위조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제동322모아타운.서울시는 2024년 12월 이곳 3만9442㎡를 LH 공공참여형 모아타운 대상지로 선정해 용적률 약 250%, 약 883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기로 했다. 서울시 홈페이지 캡처.
원본보기 아이콘이번 논란은 현행 동의 제도의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는다. 현행법상 조합설립 동의는 토지등소유자가 서면동의서에 자필로 성명을 적고 지장을 찍은 뒤 신분증명서 사본을 첨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인감은 인감증명서로 대조할 수 있지만, 지장은 공적으로 등록해 대조하는 체계가 없다. 첨부되는 신분증도 사본이어서 본인이 직접 제출했는지는 서류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인허가권자인 구청 역시 제출 서류가 법정 요건을 갖췄는지를 심사할 뿐 지문을 감정할 권한이나 전문 인력은 없다.
소유자 본인이 뒤늦게 자기 명의 동의서의 존재를 알고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한 위조가 드러나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고령이거나 외지에 사는 소유자라면 이마저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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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형사소송법 제234조 제2항은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범죄가 있다고 판단하면 고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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