쩍쩍 갈라진 지하주차장…주민들 "4m짜리 대형 말뚝, 아파트 기초 지반 훼손"
강남한양수자인 비대위, 수광선 설계도면 분석 공개
“4m짜리 대형 말뚝 수천 개가 단지 뚫어”
서울 강남구 세곡동 강남한양수자인 아파트 주민들이 수서~광주 복선전철(수광선) 터널 공사가 아파트 건물 아래 기초 암반까지 건드린다며 노선 우회를 다시 요구하고 나섰다.
터널이 건물에서 불과 50㎝ 떨어진 곳을 지나는 데다 터널 주변 암반에 박는 길이 4m짜리 '락볼트(Rock Bolt)'가 사실상 아파트 하부를 3.5m가량 파고든다는 주장이다. 주민들은 단지 지하를 이미 지나는 고속철도 진동 때문에 지하주차장 곳곳에 금이 갔다며 정밀안전진단도 요구하고 있다.
강남한양수자인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국가철도공단의 수광선 터널 설계도면을 분석한 결과, 터널 굴착 때 설치하는 락볼트 길이가 4m로 확인됐다고 30일 밝혔다. 설계상 터널과 아파트 건물 사이 거리는 0.5m다. 건물 쪽으로 박히는 락볼트가 이 간격을 넘어 최대 3.5m가량 아파트 하부 암반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비대위의 계산이다.
락볼트는 터널을 뚫은 뒤 주변 암반이 느슨해지거나 무너지지 않도록 터널 벽면에서 바깥쪽 암반 속으로 구멍을 뚫어 박아 넣는 강철 막대다. 국내 터널 공사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NATM 공법에서는 숏크리트(벽면에 뿜어 붙이는 콘크리트)와 함께 터널을 지탱하는 핵심 자재로 쓰인다. 터널 둘레를 따라 부챗살 모양으로 박기 때문에 실제 공사가 영향을 미치는 땅속 범위는 눈에 보이는 터널 단면보다 넓다.
비대위 관계자는 "정부는 건물 옆을 비껴가므로 안전하다고 공청회 등에서 주장했으나 실제 도면을 보니 4m짜리 대형 말뚝 수천 개가 우리 아파트 지반과 아파트 주민들이 사는 안방 밑 지하 암반을 사정없이 뚫고 들어오는 꼴"이라며 "건물의 하중을 지탱하는 기초 지반을 훼손하는 설계"라고 말했다.
주민들이 불안해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미 생긴 균열이다. 비대위가 공개한 사진에는 지하주차장 기둥과 보 곳곳이 갈라진 모습이 담겼다.
비대위는 이를 '전단균열'로 보고 있다. 전단균열은 콘크리트가 마르면서 생기는 가는 실금과 달리 구조물이 가해지는 힘을 견디지 못해 비스듬히 어긋나며 갈라지는 균열을 말한다. 주민들은 단지 지하를 지나는 수서고속철도(SRT)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운행 진동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다만 균열의 종류와 원인은 정밀안전진단을 거쳐야 확인할 수 있다.
수광선이 개통되면 이 구간에는 SRT, GTX-A에 이어 대형 철도 터널 세 개가 겹치게 된다. 국가철도공단은 앞서 인터넷 공청회 자료에서 예상 침하량이 3~4㎜로 안전기준(25㎜)을 밑돈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은 현재도 단지 안에서 최대 150㎜의 침하가 확인됐다고 반박해 왔다.
환경영향평가 공람본에는 아파트와 터널 사이 거리가 8m로 적혀 있었으나 실제 설계상 거리는 50㎝로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노선 변경 과정도 쟁점이다. 2019년 예비타당성조사 때는 아파트를 비켜 탄천 쪽으로 도는 노선이 검토됐지만, 이후 주거지를 곧장 지나는 직선 노선으로 바뀌었다. 공단은 분당선 저촉 등을 탄천 우회가 어려운 이유로 들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 7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집단갈등 조정을 신청했다.
비대위는 수광선 노선의 단지 밖 우회 설계, 기존 균열에 대한 정밀안전진단과 보수·보강 대책, 설계 관련 책임자 문책 등 세 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법적 대응과 감사원 감사 청구, 대규모 집회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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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광선은 총연장 약 19.4㎞, 사업비 1조원대의 국책 철도사업으로 2030년 개통이 목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성남~광주 구간 실시계획만 우선 승인했으며, 서울 구간은 환경영향평가 협의가 끝나지 않아 승인이 미뤄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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