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발치는 항의 탓 업무 차질"…'약 배송' 갈등에 살벌해진 현장
정부, 비대면진료 제도화 맞춰 배송 확대 공식화
한달 지났지만 첫 회의도 못해
"의약품 오·남용 우려" 반발
약사단체 vs 플랫폼 입장차 뚜렷
비대면진료 확대와 약 배송 서비스 제도화를 둘러싼 정부 및 관계 주체들의 논의가 본격화하기도 전에 현장의 갈등과 진통이 분출하고 있다. 민관협의체를 통한 대화를 시작하자는 플랫폼 업계 측과 약 배송 서비스 확대에 반발하는 약사단체 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 데 따른 것이다.
30일 관련 업계와 정부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오는 12월 비대면진료 제도화에 맞춰 의약품 배송의 전면적 확대를 공식화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이를 논의하기 위한 범부처 민관협의체는 아직 첫 회의조차 열지 못했을뿐더러 관련한 일정조차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0일 국무조정실·복지부·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와 약사단체, 비대면진료 관련 업계까지 참여하는 범부처 민관협의체를 꾸려 모든 비대면진료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약 배송 확대 및 의약품 유통시장 구조와 플랫폼의 역할 등을 함께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약 배송을 보건의료 제도를 넘어 플랫폼과 신산업 규제, 규제개혁의 문제로까지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현장에선 이해관계에 따라 상대 진영을 공격하거나 압박하는 움직임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플랫폼 업계를 향한 약사단체 측의 공세가 현재까지는 두드러지는 분위기다. 플랫폼 업계 측의 한 관계자는 "저희 쪽 관련 단체나 업체에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면서 "대체 어떤 배경에서 그런 입장을 취하느냐고 따지거나 입장자료를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를 추궁하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전화통을 붙잡고 있느라 업무에 차질이 빚어질 지경"이라면서 "언사가 너무 거칠고 공격적이어서 이렇다 할 대응을 하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닥터나우에 폭발물 설치를 암시하는 협박 메시지가 전달돼 경찰과 소방당국이 출동하는 사건까지 최근 발생했던 터라 업계의 긴장감은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황이다.
대한약사회로 대표되는 약사단체는 일반 상품과 달리 조제·복약지도와 보관·품질관리가 필요한 약품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며 배송 확대가 의료 쇼핑이나 의약품 오·남용을 키울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간 플랫폼이 진료부터 처방, 약국 선택, 배송까지 연결할 경우 특정 약국으로 환자가 몰리고 지역약국이 플랫폼에 종속될 가능성도 문제로 꼽는다. 반면 플랫폼 업계는 약사의 조제·복약지도와 플랫폼의 중개 역할을 구분하고 특정 약국 유인·알선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도 현재 마련 중인 하위법령에서 가까운 동네약국 중심의 배송체계를 마련하고 비대면진료 전담약국은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갈등과 이해관계가 이처럼 첨예한 가운데 정부가 띄운 민관협의체는 아직까지 공전하는 양상이다. 플랫폼 업계는 "우선 테이블에 앉아 안전기준부터 논의하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약사회는 약 배송 확대를 전제로 한 논의 자체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진전된 대화가 이뤄지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환자들의 편익이나 안전성 보장 두 가지를 다 가져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기에 약사단체를 제외하고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유관 부처끼리 우선 논의하면서 설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되, 당장 해결이 어렵더라도 지난한 작업을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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