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픽쳐스, 일본판 '내 남편과 결혼해줘' 성공
'메리 베리 러브'도 공개…제작 관행 차이는 숙제

한일 영상 콘텐츠 공동제작이 시장에서 검증되기 시작했다. 자유로픽쳐스는 양국 정부의 지원 제도와 현지 캐스팅을 결합한 일본판 '내 남편과 결혼해줘'로 성과를 낸 데 이어, '메리 베리 러브'를 다음 달 7일 공개한다. 다만 권리 분배와 양국의 제작 관행 차이는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일본판 '내 남편과 결혼해줘' 포스터.

일본판 '내 남편과 결혼해줘'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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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원 자유로픽쳐스 대표는 29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콘텐츠 공동제작 위크'에서 한일 미디어 협업 사업을 소개했다. 밑바탕에는 양국의 공공 지원이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뒷받침과 일본 경제산업성의 J-LOX+ 보조금(현 IP360)을 모두 활용해 제작 예산을 확보했다. 인공지능(AI) 비주얼 크리에이터 시스템 도입으로 프리프로덕션 시각화와 그림 콘티 작업을 최적화하고, 제작 소요 시간도 줄였다.

기획 단계부터 손실 위험을 줄인 안정된 제작 방식은 흥행으로 이어졌다. 일본판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아마존 프라임 오리지널 비디오 가운데 일본 내 역대 최다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한국의 인기 지식재산권(IP)을 현지 시청자 감성에 맞춰 각색한 결과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의 안길호 감독과 일본 배우 사토 다케루, 고시바 후우카를 영입해 플랫폼 선판매와 흥행을 함께 입증했다.


다음 작품 '메리 베리 러브'도 일본 경제산업성의 공식 로케이션 지원 작품으로 선정됐다. 지창욱과 지난해 일본 광고(CM) 시장에서 가장 많이 노출된 이마다 미오가 주연을 맡았다. 한일 스태프 비율은 5대 5로, 제작 현장에서 기술 교류와 인재 육성이 이뤄졌다. 작품은 디즈니+와 일본 지상파 닛폰TV에서 공개된다.

자유로픽쳐스는 이런 제작 방식을 뒷받침할 네 축의 파트너십을 갖췄다. 콘텐츠진흥원·일본영상산업진흥기구(VIPO)와의 공공 지원 연계, 대형 기획사 트라이스톤과의 캐스팅 협력, 자본·IP 보유사인 덴츠·카도카와·고단샤·쇼치쿠와의 협업, 닛폰TV·후지TV와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이어지는 유통망이다.


천재원 자유로픽쳐스 대표가 29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콘텐츠 공동제작 위크'에서 한일 미디어 협업 사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한국콘텐츠진흥원 도쿄비즈니스센터.

천재원 자유로픽쳐스 대표가 29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콘텐츠 공동제작 위크'에서 한일 미디어 협업 사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한국콘텐츠진흥원 도쿄비즈니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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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토대로 내년 대작 라인업을 준비 중이다. 후지TV와 공동 기획하는 '신주쿠상어'는 오사와 아리마사의 소설이 원작으로, '킬러들의 쇼핑몰'의 이권 감독이 연출한다. '선재 업고 튀어'의 윤종호 감독이 연출하는 판타지 로맨스 '인연수'도 구체화되고 있다.


천 대표는 "작품들을 통해 양국 공동제작의 거대한 가능성을 엿봤다"며 "IP 권리 배분이나 비용 구조 등 뛰어넘어야 할 장벽과 어려운 문제도 있지만, 양국 전문가들이 모여 논의를 이어가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아사리 미쓰아키 미디어개발종합연구소 수석연구원이 진행한 한일 영상 업계 협력 토론에 패널로도 나섰다. 고이데 마사키 ROBOT 프로듀서, 가타야마 쓰요시 TBS 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이 함께했다.


고이데 프로듀서는 10여 년 전 한국 제작사들로부터 IP 리메이크와 영화화를 제안받았지만, 당시에는 성사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글로벌 플랫폼이 등장하고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 측이 일본 원작 소설과 만화의 판권을 사들여 합작하는 논의가 활발해졌다"고 설명했다. 그중 하나가 양국에서 각색하고 실사화하는 'JKP(Japan Korea IP)' 프로젝트다.


가타야마 쓰요시 TBS 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이 29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콘텐츠 공동제작 위크'에서 한일 미디어 협업 사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한국콘텐츠진흥원 도쿄비즈니스센터.

가타야마 쓰요시 TBS 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이 29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콘텐츠 공동제작 위크'에서 한일 미디어 협업 사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한국콘텐츠진흥원 도쿄비즈니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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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타야마 사장은 TBS가 출자한 스튜디오 툰과 더 세븐을 소개했다. 스튜디오 툰은 네이버웹툰과 TBS, 웹툰 제작사 샤인파트너스가 공동 설립한 회사다.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웹툰을 연재해 전 세계에 서비스하고, 이렇게 키운 IP를 역수입해 OTT 콘텐츠로 제작한다. 더 세븐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을 만드는 영상 제작사로, 한일 IP를 잇는 역할을 한다.


공동제작의 현실적 과제로는 권리 분배가 거론됐다. 천 대표는 "IP를 완벽히 50대 50으로 공동 소유하는 모델은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익 창출 시 권리를 어떻게 나눌지, 양국의 제작 관행 차이를 어떻게 좁힐지에 복잡한 셈법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는 대안으로 "무리한 권리 요구보다 상호 신뢰를 탄탄하게 구축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초기 기획 개발 단계부터 50%씩 균등하게 자본을 투자하고 리스크를 분담하는 파트너십 모델이 현시점에서는 가장 현실적이고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메리 베리 러브' 포스터.

'메리 베리 러브'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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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에서는 양국의 제작 구조 차이도 언급됐다. 한국은 제작사가 자금 조달부터 캐스팅, 촬영, 권리 확보까지 총괄한다. 일본은 다수 투자자가 참여하는 제작위원회가 권리를 보유하고, 제작사는 하청 역할에 머무는 구조다. 한국 측이 동등한 권리를 요구하면 위원회 방식에 익숙한 일본 측과 마찰이 생기기 쉽다.


의사결정 속도도 다르다. 한국은 감독이나 작가 같은 크리에이터 중심으로 빠르게 결정하는 반면, 일본은 위원회 내부 합의가 필요해 시간이 더 걸린다. 언어 장벽과 작업 방식의 차이 또한 소통 비용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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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대표는 해법으로 "단순히 국적을 섞기 위해 배우만 교차 출연시키는 안일한 방식은 철저히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지화 전략을 세우고,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원천 IP와 오리지널 대본을 바탕으로 기획 초기부터 양국 제작진이 화학적으로 결합해야 글로벌 플랫폼 환경에서 경쟁력을 갖춘 공동제작 모델이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쿄=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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