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고위기 학생 위한 '마음회복학교' 2028년 3월 설립
치료·학습 병행해 학교 복귀까지 지원
"초중등 졸업한다고 상처 사라지지 않아…대학까지 연계 필요"

"초중고까지는 교육청이 체계적으로 관리하지만 대학은 교육청의 영역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됐다고 청소년기에 쌓인 정서적 상처나 학업·취업으로 인한 심리적 압박이 사라지는 건 아니죠. 초중등과 고등교육 사이의 마음건강 안전망을 연결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8일 아시아경제와 한 인터뷰에서 "초중등과 고등교육의 연계를 강화하고, 교육청이 지원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학생들의 마음건강 문제는 정 교육감이 재선 이후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인 과제 중 하나다. 올 1월 펴낸 저서 '정근식, 교육감의 길'에서도 상당한 분량을 할애해 학생 자살 문제와 서울교육청의 마음건강 정책을 설명했다. 교육감 취임 직후부터 학생의 생명과 직접 관련된 사건은 모두 자신에게 보고하도록 했고, 경위 보고서를 '한 글자도 빠뜨리지 않고 꼼꼼히 읽는다'고 썼다. 사망한 학생의 부모를 찾아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손을 잡고 돌아온 경험도 담았다.


정 교육감은 기존의 '선별적·개별 위기 중심 대응'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모든 학생의 마음건강을 키우는 예방 교육부터 위험군 조기 발견, 위기학생 긴급 대응, 치료와 학교 복귀까지 하나의 체계로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그 연장선에서 고위기 학생이 치료와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마음회복학교' 설립을 추진 중이다.

정 교육감은 "자살을 해야 하는 이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살아야 할 이유'를 연구하는 것"이라며 "왜 삶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지, 왜 죽으면 안 되는지를 더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세상에는 죽어야 하는 요인이 한 5가지 있다면, 살아야 하는 이유는 50가지쯤 있어요. 그만큼 살아야 하는 이유가 더 크다는 말이에요. 아이들에게 그 이유를 만들어주는 것이 교육과 사회가 해야 할 역할인 거죠."


다음은 일문일답.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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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 이후 학생 마음건강을 핵심 과제로 삼았다. 제1호 안건도 마음회복학교였다. 배경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우리 교육은 학생들을 학교에 보내는 '의무교육'에만 초점을 뒀다. 그러나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간 '기본교육'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본다. 기본교육은 유아교육부터 초중고, 대학, 평생교육까지 국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교육을 말한다. 학생 마음건강 관리도 이러한 기본교육의 한 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우선 과제로 넣었다.


기본교육의 범위는 초중등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사회가 급격하게 변하면서 인공지능(AI) 교육만 해도 초중등과 대학 교육의 연계가 중요해지고 있다. 마음건강도 마찬가지다. 초중고 시절의 마음의 어려움이 졸업과 동시에 없어지는 게 아닌데 지금은 초중등은 교육청, 대학은 교육부로 체계가 나뉘어 있다. 학생 마음건강은 단순한 상담이나 복지사업이 아니라 공교육이 책임져야 할 기본교육의 영역이다. 무엇보다 마음건강이 단편적·사후 대응 방식에서 벗어나 '보편적 예방'부터 '집중 치유'로 이어지는 정책을 펼치기 위해 마음건강 안전망의 가장 집중적인 치유 단계로서 마음회복학교를 추진하게 됐다.


-마음회복학교에서는 무엇을 하나.

▲심한 우울을 겪거나 자해·자살 위험이 있는 학생에게는 치료를 받으면서도 교육을 계속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마음회복학교는 주간 통학형 대안교육 위탁교육기관이다. 학생은 원래 학교에 학적을 둔 채 최대 3개월 동안 이곳에서 집중적인 치유와 학습을 병행하게 된다. 치료가 끝난 뒤에는 원래 교실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복귀 과정까지 지원한다. 학교의 '위(Wee)클래스'가 1차 상담을 담당하고 지역 '위(Wee)센터'가 2차 전문지원 역할을 한다면, 마음회복학교는 보다 집중적인 치유와 학습을 함께 제공한다. 병원은 의료적 치료가 중심이지만 마음회복학교에서는 심리치료와 함께 교육과정도 이어간다. 예방에서 조기 발견, 상담·치료, 회복과 학교 복귀까지 연결된 안전망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덕수고 이전적지에 조성될 예정으로, 2028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초중등 마음건강 지원이 대학에서 단절된다는 지적이 있다.

▲서울교육청은 예방-선별 지원-집중 치유의 다층적 체계로 학생 마음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서울 학생 마음건강 증진 종합 계획'에 따라 '1학교 1전문상담사 체계·초1~고3 전학년 대상 15차시 이상의 사회정서교육(SEL) 운영·마음EASY검사 및 24시간 콜센터, 응급구조단 운영·11개 교육지원청과 11개 거점 대학병원 매칭' 등의 체계를 갖췄다. 그런데 이런 지원을 받던 학생도 대학에 들어가면 교육청의 관리에서 벗어난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초중등 단계는 국가와 교육청이 무상·의무교육 원칙 아래 학생의 건강과 안전을 직접 책임지는 법적·재정적 권한을 갖고 있다. 반면 대학생은 법적으로 성인으로 분류되고 개별 대학의 자율성에 의존하는 구조여서 교육청이나 국가가 직접 개입하기 어려운 현실적 한계가 있다. 하지만 마음의 위기는 학교급에 따라 끊어지는 게 아니다. 초중등과 고등교육 간 연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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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방식으로 연결해야 하나.

▲대학에 진학했을 때 본인의 동의를 전제로 필요한 정보를 안전하게 연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부터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학 상담센터와 지역 정신건강기관, 교육청이 서로 연결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지난 6월에는 청소년 자살 예방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10대 정책이 발표됐다. 이에 따라 광역·기초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이 참여하는 통합협의회가 운영되고 있다. 향후 서울시자살예방센터 등 유관기관과의 협의체 운영을 통해 고등학교 졸업 이후 대학생·청년까지 마음건강 지원이 연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관 간 연계·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겠다. 또 정부 산하기관 및 지역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청소년부터 대학생·청년까지 이어지는 마음건강 안전망 구축에도 노력하겠다. 궁극적으로는 초중고-대학-지방자치단체-의료기관이 지역 안에서 하나의 마음건강 안전망을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교사와 학부모의 역할은 무엇인가.

▲굉장히 중요하다. 올 초, 학교가 학생의 위험 신호를 발견해서 부모에게 알렸지만 부모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때를 놓쳐 안타까운 결과로 이어진 사례가 있었다. 교사는 학교에서 아이를 계속 지켜보는 사람이다. 학교에서 위험 신호를 발견해 부모에게 알렸다면 함께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 믿어야 한다. 교사, 학부모, 또래 학생, 지역사회, 국가가 함께 생명존중의 감수성을 공유해야 한다. 가정과 학교가 아이들의 마음을 지키는 가장 가까운 울타리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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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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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때부터 시작된 마음의 어려움이 대학까지 이어졌다는 사례들이 있다.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자신을 너무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다 보면, 다른 사람은 다 잘사는 것처럼 보이고 자신만 뒤처지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자기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무엇을 배웠는지, 무엇을 할 수 있게 됐는지를 돌아봤으면 한다. 지금 있는 그대로도, 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다. 그리고 힘들 때 혼자 견디지 말고 도움을 요청했으면 좋겠다. 사회도 그 요청에 손을 내밀 수 있어야 한다. 안타까운 경위 보고서가 더 이상 제 책상 위에 올라오지 않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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