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다주택자 규제 이후, 4개월 만에 4000억 대출 회수…만기대출 6% 연체
4·1 규제 이후 8월 말까지 실적 받아보니
전체 만기도래액의 37.7% 회수…6000억은 대출 연장
만기대출 6% 연체…매물 출회 효과도 미미
"전방위 다주택 규제, 임대차 시장 불안만 키워" 비판도
'4·1 부동산 대책'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가 강화된 지 4개월 만에 4000억원이 넘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회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외 조항이 적지 않았음에도 만기가 돌아온 대출금 중 38%를 회수하며 속도감 있게 정책이 실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만기도래액의 6%는 원금을 상환하지 못하거나 이자를 내지 못해 연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정부가 규제를 통해 기대한 다주택자 보유 주택의 매물 출회 효과도 뚜렷하지 않았다. 대출·세제 등 전방위적인 다주택자 규제가 전세 매물 감소로 이어져 오히려 임대차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는 만큼 정책 효과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주택자 주담대 만기연장 '원칙적 금지' 이후…4200억 대출 회수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다주택자의 주담대 만기연장이 원칙적으로 금지된 지난 4월17일부터 8월 말까지 회수된 대출금은 총 4222억9000만원(3472건)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만기가 도래한 주담대는 1조1176억원(6029건)으로, 금액 기준 전체의 37.7%가 상환됐다.
정부는 지난 4·1 부동산 대책을 통해 수도권 및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의 아파트 주담대 만기연장을 불허하고 기존 대출에 대한 회수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부동산과 금융 간 연결고리를 끊고 다주택자 보유 주택을 시장에 내놓도록 유도해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다. 다만 임대차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임차인이 있거나 등록임대사업자인 경우, 공익적 목적 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만기연장을 허용하는 예외 조항을 뒀다. 이에 따라 해당 기간 만기가 도래한 주담대 가운데 37%(2217건)는 만기가 연장됐다. 금액으로는 6284억3000만원으로 전체 만기도래액의 56% 수준이다.
금융권에서는 대출 회수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통상 주담대 차주들은 집을 팔지 않는 이상 대출을 연장하거나 대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해 자금을 운용해왔을 것"이라며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로 상환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음에도 4000억원이 넘는 회수액은 작지 않은 규모"라고 말했다.
상환 압박에 만기도래액 6% 연체…매매 침체·금리인상기 부담 커질 우려
상환 부담을 견디지 못해 연체에 빠진 사례도 적지 않았다. 지난 4월17일 규제 시행 이후 8월 말까지 총 340건, 668억5000만원 규모의 대출이 연체됐다. 해당 기간 전체 만기도래액의 6%에 해당한다. 대출 만기연장이 거절돼 원금을 상환하지 못했거나, 만기는 연장됐지만 이자를 내지 못한 경우가 포함된 결과다. 다만 금감원은 "만기가 연장되지 않아서 연체된 경우가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에서는 현재 연체 규모가 크지 않고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인 만큼 건전성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면서도, 만기도래액 대비 6%에 달하는 연체 비중은 적지 않다고 평가한다. 전체 대출잔액을 기준으로 산출하는 일반적인 연체율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6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40%, 주담대 연체율은 0.28% 수준이다.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시장이 침체된 데다 금리 인상기와 맞물려 정책이 지속될 경우 연체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잘 팔리는 아파트면 자금 순환이 되겠지만 알짜 지역이 아닐 경우 아파트를 내놔도 팔리지 않아 대출을 갚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며 "상환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차주 입장으로서는 개인 신용도가 깎이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굉장히 잔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매물 출회 효과도 '글쎄'…"전방위 규제, 임대차 시장 불안만 키워" 비판도
당초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기대한 다주택자 보유 주택의 매물 출회 효과도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지난 4월17일 7만5650건에서 8월 말 6만6808건으로 8842건 감소했다. 다주택자 대출 잔액이 많은 강남·서초 등 강남 3구의 매물은 같은 기간 2만5609건에서 2만5657건으로 48건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강남 3구에서 매물이 늘어난 것 역시 다주택자 대출 규제보다는 세제 규제가 일시적으로 완화됐거나 향후 강화될 가능성을 반영한 영향이 더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서울 강남구에서는 4월~5월 초와 8월 중순 이후 아파트 매물이 늘었는데, 이는 당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담, 양도세 중과 한시적 완화 등을 둘러싼 세제 정책이 발표된 시기와 맞물린다.
대출·세제 등 다주택자에 대한 전방위적인 규제가 오히려 전·월세 시장 불안을 키워 집값을 자극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다주택자 대출 회수실적보다 중요한 것은 매도 효과가 있었는지 여부"라며 "대출 규제가 다주택 보유자의 레버리지 구조를 점진적으로 정상화하는 측면의 효과가 있을 수는 있겠으나, 일련의 다주택자 규제가 오히려 임대차 시장의 불안을 키우는 등 부동산 시장에선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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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훈 의원은 "다주택자를 겨냥한 이재명 정부의 인위적 규제가 부동산 시장 안정은커녕 차주 부실과 금융시장 불안만 가중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며 "정책 효과와 부작용을 점검해 대출 규제 정책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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