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부쩍 커졌다. 인공지능(AI) 투자수요가 계속될지에 대한 의구심, 장기금리 상승, 중국의 추격 가능성이 겹치면서 코스피는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출렁이는 시장이 됐다. 이 와중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의 책임을 지고 정책담당자가 물러났다는 소식도 들린다. 부동산 정책 쪽도 다르지 않다. 실거주 중심의 세제개편, 농지 전수조사로 투기 수요를 걷어내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부작용을 총체적으로 살핀 뒤 내놓은 정책인지는 의문이다. 이러한 세제개편과 농지조사가 임차인과 현장의 경작인들에게 어떤 파장을 미칠지 예상하기 어려웠을까. 두 사례 모두 개별 부처의 단편적 관점이 아닌 정책의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도입 당시 목적은 해외 레버리지 상품으로 향하던 개인 자금을 국내로 돌려 환율 상승 압력을 덜고, 국내 금융회사의 수익 기반을 넓히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국 자본시장에서 두 반도체 기업의 비중과 영향력이 매우 큰 상황에서 레버리지 상품의 큰 가격 변동이 거꾸로 기초자산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변동성을 키우고, 이것이 시장 전체로 번지는 이른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wag the dog)' 현상이 나타났다. 외환시장을 바라보던 정책이 결과적으로 주식시장의 안정을 흔든 셈이다.
이는 특정 부처의 문제라기보다 구조의 문제에 가깝다. 부처마다 핵심으로 삼는 목표 변수가 다르고, 정책의 효과를 가늠할 때도 국가 경제 전체보다는 자기 성과가 평가받는 지표에 집중하게 된다. 그로 인한 부작용에는 자연히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다. 정책수단과 그 효과가 일대일로 대응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현실에서는 여러 수단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통합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여기에 관할권을 내주지 않으려 하고 정보 공유에도 소극적인 부처 이기주의가 더해지면 종합적 검토는 더욱 어려워진다.
금융감독원은 개별 금융기관에 대한 미시 감독을, 한국은행은 거시적 금융안정을, 금융위원회는 금융정책 총괄을 맡는다. 2011년 말 한국은행법에 금융안정 기능이 추가됐지만 의무에 걸맞은 수단은 여전히 부족하다. 기능이 겹치는 부분도 적지 않아 금융 관련 조직 개편 논의가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됐다. 그러나 이를 완전히 분리하기도, 각 기관의 책임과 권한을 빈틈없이 규정하기도 어렵다. 결국 답은 협력과 공조에 있고, 금융시장의 제도적 환경을 설계하는 일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동안 부총리, 금융위원장, 한국은행 총재, 금융감독원장이 모이는 이른바 F4 회의가 그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이는 비공식 기구로 의결권이나 제안권이 없는, 정보 교환 성격의 간담회에 가깝다. 위기 국면에서 나름의 역할을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논의가 기록되지 않고 결론이 각 부처의 정책으로 이어지는 경로도 불분명하다. 거시경제금융회의도 차관급의 시장 점검 차원에 머물러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지난 7월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재정경제부·한국은행·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참여하고 필요시 국토교통부 등도 합류하는 장관·기관장급 공식 회의체를 신설하겠다고 밝힌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관건은 이 회의체가 기존 간담회에 이름만 바꿔 단 것이 되지 않도록 운영의 실질을 채우는 일이다. 각 부처 수장이 정기·비정기적으로 모여 국가 경제 전체의 시각에서 의견을 조율하고, 합의된 결론을 각 부처가 보유한 수단으로 집행하도록 제안하는 기능이 명시돼야 한다. 구속력이 없더라도 제안을 따르지 않을 경우 공식적인 답변을 의무화하고 논의 내용을 기록으로 남긴다면, 정책 결정과 집행의 책임 소재가 한층 분명해진다. 기록이 자유로운 논의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는 공개 시점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풀 수 있을 것이다. 가계부채·부동산 정책, 사모펀드(PEF) 대출 등 금융 불안 요인, 가상자산 입법 및 스테이블코인 도입, 외환시장 불안정 대응, 해외발 충격에 대한 완충장치 마련 등 다뤄야 할 의제는 이미 충분하다. 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회의체의 틀을 제대로 짜야 할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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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차기 한국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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