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벤처캐피털(VC) 등 투자자들이 창업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떠넘겨온 계약 관행에 제동이 걸린다. 내년 3월 시행되는 벤처투자법 개정안은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며 투자금을 조기 회수하거나, 기업공개(IPO) 지연을 빌미로 과도하게 리픽싱(주가 하락 시 전환가격을 낮춰 투자자 손실을 보전하는 장치)해 창업자 지분을 크게 희석시키는 행위 등을 제한한다. 불공정 조항은 효력을 인정하지 않으며 위반한 운용사에는 행정처분도 할 수 있다. 구체적 기준은 시행 전까지 하위법령으로 정비한다. 위험과 성과를 투자자와 창업자가 함께 나누는 원칙을 바로 세운다는 점에서 긍정적 변화라 할 수 있다.
이번 개정으로 창업기업은 단기 실적과 상장 일정에 쫓기는 부담을 덜고 기술개발과 시장 개척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특히 인공지능(AI)·바이오·로봇처럼 성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업종에 의미가 크다. 실패 위험을 투자자와 창업자가 함께 나누는 벤처투자의 원칙을 되살리고 재도전의 여지를 넓히는 효과도 기대된다.
다만 투자자의 정상적인 위험관리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 창업자가 중요 정보를 숨기거나 투자금을 다른 용도로 쓰는 경우 투자자가 대응할 길은 열어둬야 한다. 관건은 불공정한 압박과 정상적인 위험관리의 경계를 얼마나 명확히 긋느냐다. 기준이 모호하면 오히려 투자계약을 위축시킬 수 있다. 표준계약서도 권고에 그치지 않도록 모태펀드 운용사 평가 등과 연계해 정착을 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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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으로는 회수시장도 넓혀야 한다. 국내 벤처투자는 IPO와 장외매각에 회수가 몰려 있고 인수합병(M&A) 비중은 지난해 2.3%에 그쳤다. 출구가 좁을수록 투자자는 계약 조건으로 회수 위험을 줄이려 한다. 독소조항만 막을 게 아니라 세컨더리 시장과 M&A를 키워 정상적인 회수 통로를 넓혀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2조원 세컨더리 펀드도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불공정 회수는 막고 정당한 회수는 쉽게 해야 창업자와 투자자가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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