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사업의 운영 방식을 재검토하고 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최근 독파모 2차 평가 결과를 두고 "글로벌 수준에 비춰볼 때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1년 반 전 만든 평가·경쟁 방식이 급변하는 AI 흐름에 유효한지 고민할 때라고 했다.


기술 흐름이 달라졌는데 정책 실패 비판을 우려해 기존 방식을 고집한다면 방향을 튼 경쟁자에게 뒤처질 수밖에 없다. 전략 수정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변화에 맞춰 목표와 자원을 재배치하는 것도 경쟁력이다. 미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메타는 생성형 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은 뒤 'AI 에이전트(비서)'로 방향타를 틀었다. 최근 내놓은 개인 AI 에이전트 '뮤즈'가 주목받은 것도 이런 전환의 결과다.

한국의 정부 연구개발(R&D)은 한때 99.5%에 달하는 과제 성공률 때문에 '실패 없는 R&D'라는 비판을 받았다. 실패 가능성이 낮은 연구에 치우치면 도전적 연구는 설 자리가 좁아진다. AI 분야는 더 그렇다. 특정 모델이 기대에 못 미쳐도 컴퓨팅 자원은 다른 연구에 활용할 수 있고 개발 경험도 남는다. 실패 자체보다 무엇을 남기느냐가 중요하다.


정책 수정에도 원칙은 있어야 한다. 성과와 한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무엇을 왜 바꾸는지 설명해야 한다. 특정 팀이나 모델을 미리 승자로 정하기보다 프런티어 모델은 물론 스타트업과 개인 개발자에게도 기회를 넓혀야 한다. '오픈클로'도 한 개인 개발자의 프로젝트에서 출발했다. 혁신의 출발점을 예단하기 어려운 만큼 경쟁의 문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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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는 실패조차 다음 도전의 자산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실패를 감추거나 기존 정책을 고수하기보다 결과에서 배우고 빠르게 다음 선택으로 옮겨가야 한다. 다양한 실험이 경쟁하고 기술 변화에 맞춰 정책도 신속히 수정할 수 있는 판을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논설실 colum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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