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수요 40% 집중…재생에너지는 비수도권에 몰려
유연접속·ESS로 기존 망 활용…지연사업 접속권도 재조정
선착순 접속권 폐지하고 경쟁입찰…'실제 추진 사업' 중심 배분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100GW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지만 정작 생산한 전기를 실어나를 전력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발전소를 지을 부지와 사업자가 있어도 전력망에 접속할 자리가 없어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는 지역까지 생겼다. 정부가 단순히 송전선로를 더 짓는 것을 넘어 전력망의 접속·운영 방식을 전면 개편하기로 한 배경이다.
재생에너지 막는 전력망 병목
29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전력망의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는 전기를 쓰는 곳과 만드는 곳이 서로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전력수요의 약 40%가 집중돼 있지만 앞으로 들어설 태양광·풍력 등 신규 발전설비는 비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호남지역의 재생에너지 발전허가 물량만 지난해 누적 13GW에서 2036년 58.6GW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전력망 건설 속도는 이를 따라가기 어렵다. 신규 배전선로를 만드는 데 통상 1~2년, 154㎸ 변전소는 6년, 345㎸ 송전선로는 9년 이상 걸린다. 특히 호남은 송전망과 배전망이 모두 포화되면서 기존 방식대로라면 일부 지역의 신규 재생에너지 사업은 2034년 이후에야 계통 진입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미 확보된 망조차 제대로 쓰이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발전사업 초기 단계에서 접속권을 선착순으로 확보한 뒤 인허가나 사업 추진이 장기간 지연되면서 후순위 사업자가 계통에 들어오지 못하는 이른바 '전력망 알박기'다. 호남권 해상풍력은 2030년까지 15.8GW의 접속권을 확보했지만 실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물량은 약 3GW에 불과하다.
새 망 기다리지 않고 기존 망부터
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새 전력망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기존 망에서 쓸 수 있는 용량부터 최대한 끌어내는 것이다. 태양광이 연중 최대 출력을 낸다는 전제 아래 접속 여부를 판단하던 방식부터 바꾼다. 평소에는 발전소를 연결해 전력을 받아들이고 일시적으로 발전량이 망의 수용 한도를 넘어설 때만 출력을 제어하는 '유연접속'을 도입한다.
이에 따라 배전선로의 태양광 접속용량은 14MW에서 16MW, 변전소는 50MW에서 60MW로 높아진다. 호남에서만 별도의 망 건설 없이 태양광 2.6GW를 추가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래도 남는 병목은 ESS로 메운다. 태양광 발전이 몰리는 낮에는 전기를 저장하고 전력망에 여유가 생기는 밤에 내보내는 방식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배전망 ESS를 활용해 태양광 3GW를 추가 접속하고, 포화된 변전소에도 ESS를 설치해 1.6GW가량의 추가 접속 공간을 확보할 계획이다. 송전망에도 고장 대비 ESS를 설치해 사고에 대비해 평소 비워뒀던 송전용량을 실제 전력 수송에 활용한다. 송전선이나 변전소를 새로 짓지 않고 기존 망의 수용력을 높이는 '비증설 대안(NWAs)'이다.
'알박기'도 걷어내고 계통 접속 기준도 손질
이미 접속권을 차지하고 있는 사업도 정리한다. 정부는 허수 사업 점검을 통해 지금까지 약 9GW의 접속권을 회수했다. 앞으로는 사업 자체가 취소되지 않았더라도 장기간 지연되는 경우 접속 시기를 뒤로 미룬다. 호남권의 경우 2030년까지 접속권을 확보한 해상풍력 15.8GW 가운데 약 10GW의 시기를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이렇게 확보한 망은 실제 사업 추진이 가능한 후순위 태양광 등에 다시 배분한다.
재생에너지가 계통에 들어올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도 현실에 맞게 손본다. 그동안 접속 심사에서는 기존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가 신규 재생에너지보다 먼저 발전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실제 계통에서는 재생에너지가 일반 화석전원보다 우선 발전하는데 접속 가능 용량을 계산할 때는 반대로 적용했던 셈이다. 앞으로는 실제 운영 순서와 마찬가지로 재생에너지를 일반 석탄·LNG보다 앞에 놓는다. 정부는 기준 변경만으로 영남·강원권 약 18GW를 비롯해 비수도권에서 총 20GW의 재생에너지 수용 여력이 추가로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
접속권을 나눠주는 방식까지 바뀐다. 지금까지는 발전사업 초기 단계에서 먼저 신청한 사업자가 망을 차지하는 선착순 방식이었다. 앞으로는 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개편과 맞물려 사업의 경제성과 공익성, 계통 여건 등을 함께 평가한다. 2027년 1월부터 경쟁입찰에서 낙찰된 사업에 고정가격 계약과 계통 접속권을 함께 부여한다. '먼저 신청한 사업'이 아니라 '실제로 추진할 사업'에 한정된 전력망을 내주겠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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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이번 대책은 새로 전력망을 건설할 때 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있는 전력망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겠다는 것"이라며 "기후부 출범 1년 만에 지난 2024년 9월부터 막힌 재생에너지 계통 제약을 해제하고, 호남의 재생에너지 신규 접속을 다시 시작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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