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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는 야당엔 최후의 수단인데, 특별함은 없고 습관처럼 반복되니 식상해지지 않겠나." (야당 소속 한 중진의원)


국회가 대화와 타협, 숙의(熟議) 정치문화를 위해 도입한 필리버스터 제도가 힘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필리버스터가 정책 토론의 장이 아닌 '통과의례'가 되면서다.

통과의례 된 필리버스터


필리버스터는 2016년 1건, 2017~2018년 0건, 2019년 2건, 2020년 3건이었으나 2024년엔 7건, 2025년엔 15건, 올해는 9월 말 기준 12건까지 늘었다. 지난해부터는 월 1~2회가량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셈이다.


특히 최근엔 24시간에 걸친 ①여당의 쟁점 법안 국회 본회의 상정 강행 ②야당의 필리버스터 신청 ③여당의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안 제출 ④야당의 필리버스터 진행 ⑤ 여당의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안 처리 ⑥법안 처리가 반복되며 필리버스터는 일종의 통과의례가 됐다.

대중의 주목도는 추락 중이다. 네이버 데이터랩을 통해 2016년부터 각 필리버스터 시작일부터 7일간의 검색 상대 지수를 합산 한 결과, 지난 7월 형사소송법 개정안 필리버스터는 1.62에 그쳤다. 2020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국가정보원법(119.39)과 현격한 차이다.


반면 보도량은 대동소이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BIG KINDS)'에 따르면 각 필리버스터 실시 다음 날(D+1) 주요 일간지(종합·경제·지역), 방송사, 인터넷신문사의 기사량은 형소법 219건, 공수처·국정원법 296건이었다.


여야 모두 고민…초기 정신 주목해야


야당의 한 초선의원은 "원칙적으로 최종 합의가 불발된 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하는 게 맞지만, 여당이 모든 법안을 협의 없이 강행하니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여당은 본회의에 재석 의원의 5분의 1(60명)이 참석하지 않을 경우 필리버스터를 중단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도 내놓았지만, 소수당 입법 저지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부담이다.


이런 상황에서 2016년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는 여야 모두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9일간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는데, 여론 흐름을 바꿨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당시 야당 의견에 공감한다는 비율은 42%(24일)에서 49%(26일)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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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지금처럼 여당이 위성정당을 활용해 (필리버스터) 시간을 24시간으로 제한하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중진의원은 "야권도 시간 때우기가 아니라 전달 방식과 내용에 있어 국민에 어필할 전략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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