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리컨 날개에 낚싯줄·낚싯바늘 박혀
연구원들이 치료 후 다시 날려 보내

다친 펠리컨 한 마리가 미국의 해양연구소를 찾아가 직접 문을 두드린 뒤 연구원들의 치료를 받은 사연이 전해졌다.


부리로 연구소 두드린 펠리컨…날개 부상으로 못 날아

다친 펠리컨, 美 연구소 찾아가 '똑똑'…연구원들이 직접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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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8일 미국 플로리다주 파나마시티의 미국 해양대기청(NOAA) 수산연구소 뒷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한 생물학자가 소리가 난 곳으로 가보니 문 앞에는 펠리컨 한 마리가 서 있었다. 펠리컨은 긴 부리로 문을 계속 쪼고 있었으며, 마치 도움을 기다리는 듯 얌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연구원들이 펠리컨의 상태를 살펴본 결과 날개에는 낚싯줄이 감겨 있었고, 낚싯바늘의 미늘(작은 갈고리) 등이 깊숙이 박혀 있었다. 이 때문에 펠리컨은 제대로 날기 어려운 상태였다. 왼쪽 발에는 선인장 가시 약 12개도 박혀 있었다.

당시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마이애미대 연구원 앤슬리 힐튼(26)은 소란을 듣고 누군가 다친 펠리컨을 데려온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펠리컨이 스스로 연구소를 찾아왔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힐튼은 "머릿속으로는 동물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 연구소를 찾아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힐튼은 이 펠리컨이 펠리컨들이 흔히 서식하는 세인트앤드루만의 한 수역에서 약 400m 떨어진 연구소까지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평소 물고기와 상어를 연구하는 연구원들은 곧바로 펠리컨 치료에 나섰다. 한 연구원이 펠리컨의 몸통과 부리를 붙잡고, 다른 연구원은 날개를 고정했다. 힐튼은 가위로 약 1.8m 길이의 낚싯줄을 잘라냈다. 이어 동료 연구원이 니퍼로 낚싯바늘을 잘라냈고, 뼈에 박혀 있던 미늘은 힐튼이 핀셋으로 조심스럽게 제거했다. 왼쪽 발에 박혀 있던 선인장 가시도 함께 뽑아냈다.


펠리컨은 치료를 받는 동안 얌전한 모습을 보였다. 치료는 약 5분 정도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치료를 마친 연구원들은 펠리컨을 인근 수역으로 데려갔다. 펠리컨은 몇 분간 몸을 펴고 날개를 퍼덕인 뒤 다시 날아갔다.


"도움 없었다면 오래 생존하기 어려웠을 것"

워싱턴포스트·미국 해양대기청(NOAA) 수산연구소

워싱턴포스트·미국 해양대기청(NOAA) 수산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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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연구원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펠리컨이 오래 생존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봤다. 펠리컨 연구·보존단체 '펠리컨 사이언스'의 설립자 데버라 자크는 날지 못하는 펠리컨은 굶어 죽거나 포식자에게 잡아먹힐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펠리컨이 어떻게 연구소를 찾아왔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소가 도로에서 울타리로 차단돼 있어 누군가 펠리컨을 데려왔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류 행동을 연구하는 제럴드 하우 로완대 교수는 펠리컨이 과거 연구원들이 물고기를 옮기는 모습을 보고 연구소를 먹이가 있는 장소로 인식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펠리컨이 곤경에 처한 뒤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사람들이 있는 곳을 찾아갔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유리문에 자신의 모습이 비친 것을 다른 펠리컨으로 착각해 부리로 문을 쪼았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햇볕을 피하기 위해 문 근처에 머물렀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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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튼은 펠리컨이 왜 연구소를 찾아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도움이 필요한 순간 자신이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그는 "새 한 마리가 문을 두드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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