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맥]AI 금융소비자보호, 알고리즘의 판단보다 중요한 것
'처리 완료' 뒤 미해결 신호를 찾아
재검토와 업무 개선으로 이어가야
지난 17일 열린 '금융소비자 보호 성과 대국민 보고대회'는 최근 1년간 금융감독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여주는 자리였다. 조직 개편과 분쟁조정 활성화, 상품 생애주기별 사전예방 감독 등 다양한 성과 가운데 특히 눈에 띈 것은 인공지능(AI) 활용이었다. 금융감독원은 민원 요약과 회신문 초안 작성을 지원하는 생성형 AI 기반 민원·분쟁 처리 포털을 준비 중이며, 가상자산 시장에는 AI 기반 감시 체제를 이미 구축했다고 밝혔다. 금융회사들 역시 상품 심사와 판매 설명, 민원 분석과 현장 대응에 AI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감독 당국과 금융회사 모두 금융소비자 보호 역량을 높이는 수단으로 AI를 택한 셈이다. 이제 살펴야 할 것은 AI 활용으로 소비자의 불편과 피해가 얼마나 해소됐는지다.
가령 보이스피싱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송금이 막혔다가 확인 끝에 정상 거래로 확인돼 송금 제한이 풀렸다고 하자. 금융회사에는 조치가 완료된 것으로 기록될 수 있지만, 그사이 월세를 제때 보내지 못한 소비자에게는 피해가 그대로 남는다. 민원 답변을 받고도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채 다시 문의하기를 포기한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금융회사가 '답변 완료'로 기록했다고 해서 소비자의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이런 불이익과 불편은 처리 건수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렵다.
해법은 '처리 완료'로 기록된 뒤에도 문제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큰 사례를 찾아보는 것이다. AI 상담 도중 소비자가 대화를 중단한 경우, 같은 문제로 다시 연락한 경우, 정상 거래로 확인됐는데도 송금 제한이 늦게 풀린 경우, 답변받은 뒤 이의를 제기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금융회사는 이런 사례를 미해결 가능성을 알리는 신호로 보고 따로 살펴야 한다. 이런 신호가 없는 '처리 완료' 건도 일부를 표본으로 뽑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소비자가 지쳐서 문의를 포기해 드러나지 않은 문제도 찾아낼 수 있다.
이렇게 점검 대상으로 고른 사례는 소비자에게 직접 연락해 실제로 문제가 해결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질문은 짧고 구체적이면 된다. "안내를 이해하셨습니까" "거래나 민원의 문제가 해결됐습니까" "담당자의 도움이 더 필요하십니까". 해결되지 않았다는 답이 나오면 기존 상담 내용과 제출 자료를 담당자에게 넘겨 이어서 처리해야 한다. 소비자가 처음부터 사정을 반복해 설명하는 부담을 덜고, 추가 조치의 결과까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후 확인이 금융회사의 일상 업무로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 금융감독원의 역할이다. 검사·평가 때 '처리 완료' 사례를 표본으로 골라 상담 기록과 후속 조치를 확인하고, 재문의가 잦거나 거래 제한이 오래 풀리지 않은 사례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면 금융회사가 원인과 개선 책임자, 완료 시한을 제시하도록 하고, 개선 이후 같은 문제가 줄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처리 완료'라는 기록과 실제 해결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감독이 필요하다.
금융회사는 이러한 점검을 실제 업무 개선으로 이어가야 한다. 소비자보호부서가 매달 미해결 사례를 추려 상품·영업·디지털 부서와 함께 원인을 살피고, 개선할 내용과 시행 시한을 정하는 방식이다. 이후 같은 유형의 상담 이탈과 재문의가 줄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문제를 발견하고 고친 뒤 효과를 확인하는 과정이 일상 업무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 과정에 소비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문제 해결을 요청할 방법도 분명히 안내해야 한다. AI 상담 화면과 민원 회신문에 '미해결 알림' '사람 상담' '추가 자료 제출·재검토 요청' 방법을 눈에 잘 띄게 안내하고, 거래 차단 시에는 해제 절차와 예상 소요 시간을 알려야 한다. 소비자도 답변이 자신의 상황과 맞는지 확인하고, 빠진 사실과 증빙을 제시해 적극적으로 재검토를 요청해야 한다. 금융소비자 보호 교육에도 AI 답변 확인, 상담 기록 보관, 사람 상담 연결과 재검토 요청을 직접 연습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지난 5월 ISO 소비자정책위원회 총회에서는 디지털 소비자 권리와 관련해 이해 가능성, 공정성, 구제 가능성이 논의됐다. 금융 현장에서도 이 세 가지를 기준으로 소비자가 설명을 실제로 이해했는지, 처지에 따라 부당하게 배제되지 않았는지, 이의제기와 재검토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는지 살펴야 한다.
사기 탐지부터 상품 심사와 판매, 민원 처리까지 AI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금융회사가 갖춰야 할 AI 금융소비자 보호 역량이란 알고리즘의 판단 뒤에 남은 소비자의 문제를 찾아 해결하고, 같은 피해와 불편이 반복되지 않도록 업무 절차와 관행을 개선하는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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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영 ㈔금융과행복네트워크 이사장·한양대학교 지속가능경제학과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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