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수소발전시장 6500→500GWh로 92% 급감
그린수소 생산단가 ㎏당 2만원 이상…경제성 확보 먼 길
수요 부족에 양산·설비투자 주저…실증도 10MW 안팎

편집자주우리나라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받아온 수소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정부가 세계 최초로 수소법까지 제정하며 생태계 구축에 공을 들였지만, 청사진과 현실의 괴리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산업의 토양 자체가 급속히 허약해지는 양상이다. 정부가 제시한 방향에 맞춰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에 선제적으로 나선 수소기술 중소기업들은 생사의 기로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아시아경제는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이런 현실을 조명하고, 수소시대를 넘어 청정수소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해법을 모색한다.

①걸음마 떼자마자 악순환 말려든 생태계

②"정부 믿고 투자했는데"…끝나지 않는 '죽음의 계곡'

③딜레마에 갇힌 韓 청정수소 전환 정책

④청정수소 전환도 단계 있다…美·中·日 전략은

⑤"이상론에 갇힌 韓…현실적 경로 재설계해야"


정부가 수전해(水電解)를 포함한 국내 청정수소 생태계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초기 시장 형성은 더딘 상황이다. 기술개발과 실증을 거친 관련 기업들도 충분한 수요가 형성되지 않아 양산 확대와 설비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청정수소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생산 규모를 키워 높은 생산단가를 낮춰야 한다. 그러나 수요 부족이 양산 확대를 막고, 높은 생산단가는 다시 수요를 제약하는 악순환이 기존 수소시장처럼 이어지고 있다.

청정수소는 수소 1㎏ 생산 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이산화탄소 환산 기준 4㎏ 이하인 수소를 말한다. 정부는 수소 공급구조를 기존 부생·개질수소 등 화석연료 기반의 그레이수소 중심에서 청정수소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재생에너지 전력을 활용해 물을 분해하는 수전해 방식으로 생산한 '그린수소'는 대표적인 청정수소다. 정부가 그린수소를 주요 생산 축으로 육성하는 만큼 수전해 기술과 관련 소재·부품의 중요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내에서 그린수소의 경제성을 확보하기까지는 갈 길이 너무 멀다는 지적이다. 12일 수소경제종합정보포털에 따르면 국내 그린수소 생산단가는 현재 ㎏당 2만원 이상이다. 정부가 2019년 수소 기술개발 로드맵에서 제시한 2030년 수소 생산단가 목표인 ㎏당 3500원과도 큰 차이가 난다. 높은 생산단가는 그린수소 수요 확대를 제약하고 시장 형성을 더디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한상범 보야스에너지 대표가 지난달 8일 서울 금천구 보야스에너지 본사 내 연구소 시설을 소개하고 있다. 최호경 기자

한상범 보야스에너지 대표가 지난달 8일 서울 금천구 보야스에너지 본사 내 연구소 시설을 소개하고 있다. 최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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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해 촉매를 개발하는 예비수소전문기업 보야스에너지도 이 같은 악순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예비수소전문기업 지원사업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수소 분야 중소·중견기업의 기술사업화와 판로 개척 등을 지원해 수소전문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돕고, 수소산업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해 2022년 시작된 제도다. 보야스에너지는 청정수소 전환에 필요한 수전해 촉매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화를 추진해온 기업이다. 고분자전해질막(PEM) 수전해용 이리듐산화물(IrO₂) 촉매를 국산화한 뒤 국내 대기업에 공급해왔다.

하지만 현재는 대규모 주문을 기대하기 어려워 본격적인 양산과 생산설비 확대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지난달 8일 서울 금천구 보야스에너지 본사에서 만난 한상범 대표는 "지금 상황에서는 양산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며 "시장이 생겨야 매출이 나오는데, 아직까진 경제성이 없다"고 말했다. 기술과 생산 준비는 갖췄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요를 확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기업이 수요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로 청정수소발전시장(CHPS)의 개설물량 축소를 지적했다. 정부가 청정수소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지만, 정작 수요를 뒷받침할 발전시장 규모가 크게 줄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가 실제로 시장을 키울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 개설물량은 과거의 10% 수준에도 못 미칠 정도로 대폭 줄었다"고 토로했다.

[수소, 끊어진 사다리]③딜레마에 갇힌 韓 청정수소 전환 정책 원본보기 아이콘

한 대표가 지적한 청정수소발전시장은 수소 또는 수소화합물로 생산한 전력을 경쟁입찰을 통해 거래하는 수소발전 입찰시장의 한 축으로, 일반수소발전시장(HPS)과 구분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전력거래소(KPX)에 따르면 청정수소발전시장은 2024년 처음 6500GWh 규모로 개설됐지만, 낙찰물량은 750.48GWh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3000GWh 규모로 입찰이 공고됐다가 결국 취소됐다. 올해 개설물량은 500GWh로 확정됐는데, 이는 2024년 첫 입찰 당시보다 90% 넘게 쪼그라든 수치다. 한 대표는 높은 생산단가뿐 아니라 이처럼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수록 기업은 양산과 설비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수요시장의 불확실성뿐 아니라 수전해 기술을 실증에서 상용화 단계로 끌어올릴 대규모 프로젝트가 부족한 점도 문제다. 수전해 설비와 소재·부품의 가격을 낮추고 양산체계를 갖추려면 실제 운전 경험을 축적하고 생산 규모를 키워야 한다. 하지만 국내 실증사업은 아직 10MW 안팎에 머물러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제주 그린수소 생산 실증사업이다. 2022년 착수 당시 12.5MW급으로 계획됐지만,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등의 영향으로 결국 9.7MW로 축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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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향후 50~100MW급 대규모 실증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수백MW에서 GW급으로 수전해 프로젝트 규모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500MW급 수전해 프로젝트가 가동을 시작했고,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에서는 2.2GW급 프로젝트가 건설 중이다. 해외와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국내 청정수소 생태계의 자체 경쟁력과 자생력 확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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