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금 부담 큰 네파 정상화 관건
K2·아이더와 겹치는 고객층도 숙제
K2코리아그룹이 네파를 품으면서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K2와 아이더를 양축으로 다이나핏·노르디스크를 거느린 K2코리아그룹은 네파까지 합류하면서 아웃도어 사업 외형은 1조원대로 커졌다. 노스페이스를 운영하는 영원아웃도어와 맞먹는 규모다.
외형만 놓고 보면 노스페이스를 추격할 기반을 갖춘 셈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몸집 확대가 곧바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K2와 네파 모두 최근 수년간 매출이 감소했고 네파는 적자다. 여러 브랜드의 매출을 합쳐 노스페이스와 비슷한 외형을 만드는 것과 각 브랜드의 경쟁력과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K2코리아그룹은 지난달 23일 네파 인수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네파가 추진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에서 기존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신주 인수를 포기하고 K2 측이 해당 물량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증자가 마무리되면 K2가 최대주주로 올라서 경영에 참여한다. 네파는 증자로 확보한 자금을 우선 차입금 상환에 투입한 뒤 상품 기획과 디자인·연구개발(R&D), 마케팅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재무구조를 개선해 금융비용을 낮추고, 여기서 확보한 여력을 브랜드 경쟁력 회복에 다시 투입하겠다는 구상이다.
네파 품은 K2, 아웃도어 외형 1조원대로
이번 거래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K2코리아그룹의 아웃도어 사업이 단숨에 1조원대로 커진다는 점이다.
지난해 K2코리아의 매출은 3674억원이었다. 아이더는 2232억원, 다이나핏과 노르디스크를 운영하는 디앤에이웍스는 164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3개 법인의 매출을 단순 합산하면 7555억원이다. 여기에 지난해 연결 매출 2888억원을 기록한 네파를 더하면 1조443억원에 달한다. 법인 간 거래와 각 사의 사업 범위가 달라 실제 그룹 연결매출과는 차이가 있지만, 아웃도어 사업의 단순 외형만 놓고 보면 1조원 규모로 올라서는 것이다.
이는 노스페이스를 운영하는 영원아웃도어와 비슷한 수준이다. 영원아웃도어는 지난해 매출 1조564억원을 기록하며 2024년에 이어 2년 연속 1조원을 넘어섰다.
다만 성장성과 수익성에서는 차이가 있다. 영원아웃도어의 매출은 2022년 7640억원에서 지난해 1조564억원으로 3년 만에 약 38%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K2코리아의 매출은 4246억원에서 3674억원으로 줄었고, 아이더 역시 2504억원에서 2232억원으로 감소했다.
수익성 격차도 크다. 영원아웃도어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202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20.8%에 달했다. K2코리아는 영업이익 494억원, 영업이익률 13.4%를 기록했고 아이더의 영업이익률은 7.4%였다. 디앤에이웍스는 8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외형은 커졌지만 수익성은 숙제…네파 정상화 첫 시험대
새로 편입되는 네파도 당장 그룹 실적에 보탬이 되는 상황은 아니다. 네파의 매출은 2022년 3295억원에서 2023년 3136억원, 2024년 2973억원, 지난해 2888억원으로 3년 연속 감소했다. 2023년 140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24년 7억6000만원 적자로 돌아섰고, 지난해에는 영업손실이 21억5000만원으로 확대됐다. 순손실도 334억원에 달했다.
이는 MBK파트너스가 네파를 인수했던 당시와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MBK는 2013년 네파 지분 94.2%를 약 997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네파는 연매출 4700억원 안팎, 영업이익 1000억원을 웃도는 알짜 아웃도어 업체였다. 하지만 이후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고성장세가 꺾이고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변한 데다 브랜드 간 경쟁까지 심화하면서 외형과 수익성이 함께 악화했다. 이번 거래에서 거론되는 기업가치는 2000억원 안팎으로, 13년 전 인수가격을 크게 밑돈다.
실적 부진에 더해 재무 부담도 네파의 발목을 잡아왔다. 네파는 최근 매년 200억원이 넘는 이자비용을 부담했다. 영업 단계에서 이익을 내더라도 높은 금융비용이 순손익 개선을 제약하는 구조였다.
재무구조가 안정된 이후에는 네파의 본원적인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K2코리아그룹의 생산·소싱과 공급망관리(SCM) 역량을 네파에 접목해 원가와 운영 효율을 높이는 한편, 절감한 비용과 재무 여력을 상품 기획과 디자인, 마케팅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과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네파의 실적 부진에는 브랜드 경쟁력 약화뿐 아니라 사모펀드 인수 이후 누적된 차입금과 금융비용 부담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며 "이번 유상증자로 차입금이 크게 줄어들 경우 영업 실적이 크게 개선되지 않더라도 순손익은 빠르게 개선될 여지가 있다. 이후 확보된 재무적 여력을 상품과 마케팅 경쟁력 회복으로 연결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시너지냐 자기잠식이냐…포지셔닝이 성패 가른다
재무구조 정상화가 네파 자체의 과제라면, 그룹 차원에서는 K2·아이더·네파 간 브랜드 포지셔닝을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세 브랜드 모두 등산복과 다운재킷, 신발 등 전통 아웃도어를 기반으로 일상복 시장까지 영역을 넓혀왔다. K2는 등산화에서 출발한 기능성과 비교적 높은 가격대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고, 아이더는 젊은 소비자와 라이프스타일 상품을 강조해왔다. 네파 역시 최근 핵심 고객층의 연령대를 낮추면서 프리미엄·라이프스타일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문제는 세 브랜드의 상품군과 타깃 고객이 일정 부분 겹친다는 점이다. 각 브랜드의 정체성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면 비슷한 가격대와 소비자를 놓고 계열 브랜드끼리 경쟁하는 '카니발리제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 네파 인수가 외형 확대에는 기여하더라도 기존 K2·아이더 고객을 나눠 갖는 데 그친다면 시너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반대로 브랜드별 고객층과 상품 영역을 분명히 나누면서 생산과 원부자재 구매, 물류, 백오피스 등 소비자에게 직접 드러나지 않는 영역을 통합하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다. 앞단에서는 각 브랜드의 색깔을 유지하고, 뒷단에서는 비용 구조와 운영 역량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아웃도어 시장이 라이프스타일과 고기능성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네파는 젊은 소비자층을 충분히 끌어들이지 못했다"며 "K2의 소싱 경쟁력을 활용해 원가를 낮추더라도 네파 자체의 상품 기획력과 마케팅 경쟁력이 살아나지 않으면 외형만 커지고 효율성은 떨어지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K2코리아그룹도 인수 이후 네파의 기존 정체성과 강점을 유지하면서 상품과 마케팅 경쟁력을 높이고 유통망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네파의 해외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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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다른 관계자는 "K2와 아이더, 네파는 타깃 고객과 상품군이 상당 부분 겹쳐 있어 인수 이후 브랜드 간 카니발라이제이션을 피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며 "각 브랜드의 역할과 고객층을 명확히 나누는 정교한 포지셔닝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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