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읽다]액화수소 97% 담고, 저장시간 3배 늘렸다
UNIST·이화여대·유럽 연구진, MOF 활용 저장전략 검증
64일→221일로 늘어나…실제 탱크 적용은 추가 실증 필요
액화수소 탱크에 미세한 구멍이 무수히 뚫린 다공성 소재를 넣어 수소 저장량은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 증발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모의실험에서는 액화수소만 채웠을 때의 약 97%를 저장하면서 수소가 모두 소진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64일에서 221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액화수소 운송의 난제로 꼽히는 '증발 손실'을 새로운 방식으로 줄일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오현철 화학과 교수와 문회리 이화여대 교수, 독일 뮌헨공대 연구팀이 금속유기골격체(MOF)를 활용해 액화수소의 증발 손실을 줄이는 전략을 흡착 실험과 모의실험으로 검증했다고 29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MOF를 활용한 액화수소 증발손실 저감 원리. 다공성 소재인 MOF가 수소를 고밀도로 흡착해 기화를 늦춘다. 운송용 중진공 탱크를 가정한 모델에서 저장 지속시간은 액화수소만 넣었을 때 64일에서 IRMOF-20 적용 시 221일로 늘어났다. 연구진 제공
수소는 액체로 만들면 부피가 크게 줄어 대량 저장·운송에 유리하다. 문제는 액화수소를 약 영하 253도의 극저온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외부의 열이 탱크 내부로 들어오면 액체수소가 기체로 변하면서 압력이 높아지고 결국 일부를 배출해야 해 손실이 발생한다.
연구진은 MOF가 이 과정에서 일종의 '열 완충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봤다. MOF는 나노미터 크기의 미세한 기공이 무수히 형성된 물질이다. 기공에 붙잡힌 수소가 다시 떨어져 나오려면 추가적인 열이 필요하다. 외부에서 유입된 열의 일부가 수소를 MOF에서 떼어내는 데 쓰이면서 액화수소가 바로 증발하는 것을 늦추는 원리다.
연구팀은 기공 부피가 크고 구조가 단단한 MOF인 'IRMOF-20'과 수소 흡착에 따라 기공의 크기와 형태가 변하는 MOF 'MIL-53'을 비교했다.
MOF가 자리 차지해도 저장량 97% 유지
관건은 MOF 자체가 차지하는 공간이었다. 증발을 늦추더라도 소재 때문에 탱크에 담을 수 있는 수소가 크게 줄어들면 실제 저장·운송에 활용하기 어렵다.
IRMOF-20을 적용한 가상 탱크에서는 액화수소만 채웠을 때와 비교해 약 96.6%의 수소를 저장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MOF가 공간을 차지하는데도 저장량 감소가 3%대에 그친 것이다. 연구진이 수소 흡착량과 기공 부피를 토대로 추산한 기공 내부 수소 밀도는 약 82g/L로 액체수소보다 높았다.
증발 손실을 늦추는 효과는 더 컸다. 약 56.6㎥ 규모의 운송용 진공 단열 탱크를 가정한 모의실험에서 중진공 조건일 때 액화수소만 담은 탱크는 약 64일 만에 수소가 모두 소진됐다. IRMOF-20을 넣으면 약 221일로 늘어났다. 3배 이상 길어진 것이다. 저진공 조건에서도 소진까지 걸리는 시간이 7일에서 22일로 늘었다.
반면 MIL-53은 수소를 더 높은 온도까지 붙잡아 두는 데 유리했지만 저장량은 액화수소만 담았을 때의 약 52.8%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소가 모두 소진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중진공 조건에서 약 128일이었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MOF의 수소 흡착 능력뿐 아니라 기공 부피와 소재 밀도, 수소가 방출되는 온도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중성자 비탄성 산란 실험에서는 MOF 기공 안에 들어간 수소가 자유롭게 회전하지 못하는 현상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를 기공 내부에서 수소가 조밀하게 모여 안정적으로 흡착돼 있다는 해석을 뒷받침하는 간접적인 근거로 제시했다.
다만 이번 결과가 실제 액화수소 탱크의 저장기간을 곧바로 3배 이상 늘릴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탱크 분석은 소재가 낼 수 있는 이론적 최대 성능을 기준으로 한 모의실험으로, 실제 대형 탱크에서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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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교수는 "기공의 부피와 수소를 조밀하게 담는 능력, 흡착된 수소가 방출되는 특성을 함께 고려하면 다공성 소재를 넣어도 저장량을 거의 유지하면서 운송 중 증발 손실을 줄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다만 소재가 낼 수 있는 이론적 최대 성능을 기준으로 계산한 결과인 만큼 실제 탱크에서도 이런 효과가 나타나는지 추가 실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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