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중장기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정책 환경이 필요하다."
이달 17일 한중 수소 정책 포럼에서 홍은희 현대자동차그룹 에너지·수소사업본부장이 정부를 향해 내놓은 주문이다. 수소 사업을 확장 중인 기업의 책임자가 공개석상에서 정책의 일관성을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현장의 우려가 크다는 의미다.
정부가 지난 1일 발표한 2027년 예산안에서 수소차 보조금은 전년보다 23% 줄어든 4457억원, 충전소 보조금은 37% 감소한 1197억원으로 편성됐다. 일반수소 발전 입찰 물량도 1300GWh에서 930GWh로 줄었다. 수소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수소경제위원회 역시 2024년 11월 회의를 마지막으로 개최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수소 산업에서 정부 정책이 중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수소는 생산 설비만 지으면 팔리는 상품이 아니다. 수소차와 버스가 보급돼야 충전소가 수익을 내고, 충전소와 운송망이 있어야 생산 사업도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다. 초기에는 비용이 높고 수요도 불확실해 민간 기업이 가치사슬 전체를 감당하기 어렵다.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사업은 기업 투자의 규모와 시간을 보여준다. 그룹은 1조원을 들여 200㎿급 수전해 플랜트를 구축하고, 연간 약 3만t의 청정수소를 생산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DC)와 수소도시, 모빌리티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생산과 수요를 함께 키우려는 장기 사업인 만큼 정책이 흔들리면 기업의 사업성 재검토와 투자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글로벌 경쟁국은 장기 지원으로 시장을 키우고 있다. 일본은 저탄소 수소와 화석연료 간 가격 차이를 최대 15년간 보전한다. 중국은 시범도시군을 지정해 연료전지와 교통 분야의 수소 활용을 확대했고, 최근에는 산업 현장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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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산업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 그렇다고 정부가 매년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지원의 방향과 기준, 시장을 키울 일정이 예측 가능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에 수소 산업 투자를 주문해온 정부라면 이제 그 투자가 결실을 맺을 때까지 정책의 일관성을 보여줘야 한다. 에너지 안보는 선언이 아니라 위기가 오기 전에 구축한 공급망으로 지켜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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