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지정하면 환자 살릴 수 있나"…'응급실 미수용 방지법'에 의료계 반발
중증응급환자 수용기관 지정·의무수용 법안 법사위 통과
응급의학의사회 "수용능력 확인 절차 필요"
의협 "환자 중증도 판단, 구급대에 떠넘겨선 안돼"
응급환자가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 안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막기 위한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에 이어 법제사법위원회까지 빠르게 통과하면서 응급의학과 의사들을 비롯한 의료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환자를 받을 병원을 정하는 것'과 '실제 그 병원에서 최종치료가 가능한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국회 법사위는 28일 전체회의를 열고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 보건복지위원회 소관 법안 19건을 모두 의결했다. 앞서 지난 17일 복지위 상임위를 통과한 응급의료법 개정안, 일명 '응급실 미수용 방지법'은 중증응급환자의 이송 의료기관이 신속하게 정해지지 않을 경우 중앙응급의료상황실과 119구급상황센터가 수용기관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지정받은 의료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환자를 수용해야 한다. 이 법안은 다음 달 초 국회 본회의 의결 절차만 남겨둔 상황이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응급실 '수용 가능'의 기준이다. 응급환자 치료에는 응급실 병상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수술·시술 가능 여부와 해당 전문의, 마취 인력, 중환자실 등 배후진료 역량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더욱이 이 같은 의료자원은 환자가 몰리는 순간마다 가용 여부가 달라진다.
가령 뇌출혈 환자를 응급실에 들여보내는 데 성공하더라도 수술할 전문의나 수술실이 없다면 최종치료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병상 숫자만 보고 수용기관을 지정할 경우 오히려 환자를 한 병원에 내려놓은 뒤 다시 다른 병원을 찾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의료계는 이송 전 의료기관의 실제 수용능력을 확인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병원엔 수용 여부를 확인할 의무는 남겨두면서 정작 이송 전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법안에서 빠진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환자의 중증도 판단을 현장 구급대원에게 맡기는 데 대해서도 우려를 제기한다. 대한의사협회는 겉으로 경증처럼 보이던 환자가 실제로는 뇌출혈 등 중증질환으로 확인되는 사례를 거론하며 "환자의 중증도 판단과 그에 따른 책임을 구급대원과 응급실 사이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법안에는 수용 곤란 사유를 의료기관이 중앙응급의료상황실에 알리고 이를 119구급상황센터에 실시간으로 공유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의료계는 의료기관이 전달한 수용 곤란 사유가 실제 이송 결정에 충실히 반영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요구한다. 상황실과 119의 판단이 엇갈리거나 지정이 중복될 경우 누가 조정할지, 지정된 병원에서 필요한 최종치료가 어려울 경우 누가 후속 이송을 책임질지가 불명확한 만큼 환자 이송·수용 조정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올해 3~5월 응급의료 이송체계 시범사업을 운영했고 그 결과를 토대로 법 개정안을 마련한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현장에서 검증을 진행해 법률을 만들었다"며 "16개 시도에서 지역별 이송지침을 만들어서 적용을 시작했고, 사전 수용능력 확인 조항은 삭제된 게 아니라 지역별 이송지침에 관련 내용을 담아 추진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의료진에 대한 책임 보호 역시 쟁점이다. 의협은 개정안이 상황실이나 119가 지정해 강제 수용한 경우에는 형사책임 면책 장치를 두면서도 일반적인 응급의료 행위에 대해서는 보호 범위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수용을 강제하면서 책임 보호는 제한적인 구조라면 의료진 입장에선 방어적 진료를 할 가능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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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29일 오후 법안 강행 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응급실 수용 거부는 응급실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수술·입원·중환자실 등 배후진료 역량의 부족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용능력을 초과한 응급실에 환자를 강제로 밀어 넣는다고 해서 최종치료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며 "현재 진행되는 입법은 응급실 미수용을 방지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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