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성 범죄' 대응 중요해졌는데…여청과장 과반 '수사면허' 없다
전국 여청과장, 수사경과 보유율은 45.2%
수사팀은 필수인데 지휘 과장은 요건 없어
일선에선 "여청수사는 '입문 수사팀' 분위기"
성폭력·스토킹·아동학대 등 초기 대응이 중요한 사건을 지휘하는 일선 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 과반이 '수사 면허' 격인 수사경과를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 수사과장·형사과장이 사실상 전원 수사경과자인 것과 대비된다. 관계성 범죄 대응 강화로 여청수사의 책임과 수사 난도가 높아진 만큼 지휘관의 수사 전문성을 담보할 인사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상웅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경찰서 여청과장 188명 가운데 수사경과를 보유한 과장은 85명(45.2%)에 그쳤다. 반면 수사과장은 294명 중 293명(99.7%), 형사과장은 177명 전원이 수사경과자다.
수사경과는 수사 전문성을 갖춘 경찰관을 별도로 선발·관리하기 위한 인사제도다. 연 1회 시험 등을 통해 수사경과자를 선발하며 관련 직무교육을 이수하거나 갱신시험에 합격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5년 단위로 갱신해야 한다. 수사경찰 인사 원칙상 경찰청 수사기획조정관·수사국장·형사국장 등의 지휘를 받는 경찰관서의 수사부서는 수사경과자로 충원하는 것이 원칙이다.
일선 여청과 역시 여청강력팀 신설 등 수사 기능이 꾸준히 강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수사경과 적용 대상에서는 벗어나 있다. 성폭력·스토킹·가정폭력·아동학대 등은 초기 대응과 현장 판단이 중요한 만큼 이를 총괄하는 여청과장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과장이 직접 사건을 수사하지 않더라도 주요 수사 절차에서 결재권자로서 수사를 지휘·감독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청과장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수사 전문성을 검증할 공통된 인사 기준은 없다. 지역별 수사경과 보유 편차도 컸다. 전남 8명, 경북 12명 가운데 수사경과를 보유한 여청과장은 전무하다. 서울은 30명 중 8명(26.7%), 경기북부는 11명 중 3명(27.3%)에 그쳤다. 반면 전북은 8명 중 7명(87.5%), 부산은 15명 중 13명(86.7%), 대전은 6명 중 5명(83.3%)이 수사경과자였다.
특히 형사사법체계 전환을 앞두고 경찰이 수사역량 제고, 전문인력 확충 등 인적 관리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사경과는 일선 수사의 전문성을 관리하는 주요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 여청과장에 대해서도 업무 특성에 맞는 전문성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최근 잇따른 관계성 범죄는 여청 기능의 전문성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올해 3월 경기 남양주시에선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착용한 김훈(44)이 경찰의 보호조치 대상이던 피해자를 살해했다. 지난 5월 광주에선 일면식도 없는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23)에 대한 강간살인 혐의 적용 여부를 둘러싸고 부실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경찰은 자체 점검을 통해 여청 기능의 위험성 판단 미흡과 잦은 인사이동에 따른 업무 숙련도 부족 등을 문제로 진단했다.
더욱이 여청 기능은 지휘관의 전문성 기준뿐 아니라 수사관 육성체계부터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선에선 여청수사팀을 숙련된 수사 인력을 배치하는 전문 수사부서가 아닌, 수사를 처음 배우는 경찰들이 거쳐 가는 입문 부서로 여겨진다. 서울 지역 한 경찰 관계자는 "여청수사는 수사 서류 등을 다뤄보고 배우는 일종의 입문 수사팀으로 보는 분위기가 있다"며 "이곳에서 수사의 기초를 배우고 이후 수사과 통합수사팀 등으로 넘어가는 직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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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성 범죄 대응이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여청수사의 전문성을 높이려면 과장에 대한 인사 기준을 정립하는 동시에 수사관의 배치·육성 방식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사경과 하나만으로 수사역량을 판단하긴 어렵지만 여성·청소년 피해자에 대한 인식과 이해 등을 함께 고려한 전문성 기준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청수사팀 인력 운용에 대해서는 "보편적인 수사 경험과 경력을 갖춘 뒤 이를 보다 전문화된 여청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현재와 반대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여청수사를 입문 단계로 본다면 그만큼 여성·청소년 업무를 가볍게 보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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