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된 '성병 감염설'은 근거 희박
문제는 땀·습기·마찰로 인한 피부질환

헬스장에서 레깅스나 운동복 안에 속옷을 입지 않는 이른바 '노팬티 운동'을 두고 해외에서 위생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운동기구에 땀이나 분비물이 묻을 수 있다는 우려부터 '성병까지 옮길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논란이 커졌지만 전문가들은 성매개감염병과 피부질환의 감염 경로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속옷 착용 여부 자체보다 운동 후 젖은 옷을 오래 입지 않고 세탁하는 등 기본적인 위생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으로 본문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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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 매체 메트로에 따르면 란제리 브랜드 푸르모아가 여성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가 헬스장에서 운동할 때 속옷을 전혀 입지 않거나 거의 착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조사 결과가 알려지면서 온라인에서는 반응이 엇갈렸다. 속옷이 운동 중 땀에 젖는 것이 불편하거나 레깅스에 속옷 자국이 드러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입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여러 사람이 운동기구를 함께 사용하는 헬스장에서는 위생상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논란이 더욱 증폭된 배경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급속히 유포된 '성병 감염 괴담'이 자리 잡고 있다. 2024년 틱톡 등에서는 "성관계가 없었음에도 헬스장 공용 수건으로 얼굴을 닦은 뒤 성 매개 감염병인 클라미디아 결막염에 걸렸다"는 사연이 전파됐다. 이후 "속옷을 입지 않은 이용자의 땀이나 분비물이 운동기구 시트에 묻어 타인에게 클라미디아나 기타 성병을 옮길 수 있다"는 주장으로 확산하며 이용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공용 기구로 클라미디아 감염?"… 전문가들 "사실무근"

그러나 전문가들은 운동기구나 수건, 변기 시트 등을 통한 클라미디아 감염설에 대해 "의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괴담"이라고 일축한다. 미국 응급의학 전문의 조 휘팅턴 박사는 "클라미디아를 유발하는 '클라미디아 트라코마티스' 균은 체액을 통한 직접적인 성적 접촉으로만 전파된다"며 "이 세균은 인체 밖의 건조한 환경이나 기구 표면에서 오래 생존할 수 없기 때문에 헬스장 기구나 공용 물품 접촉으로 감염될 확률은 사실상 제로"라고 설명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역시 공식 지침을 통해 클라미디아는 성적 접촉이나 감염자의 체액에 직접 노출될 때 전파되며, 수건, 욕조, 수영장, 변기 시트 등 일상적 접촉이나 물체를 매개로는 전파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성병보다 치명적인 '접촉성 피부 질환'과 마찰

다만 전문가들은 속옷을 입지 않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피부 질환'에 대해서는 경고를 던진다. 속옷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꽉 끼는 운동복만 입고 고강도 운동을 할 경우, 성병이 아닌 피부염이나 곰팡이균 감염 위험이 실질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의 일반의 아시야 마울라 박사는 "면 소재의 속옷은 운동 중 발생하는 땀과 습기를 1차적으로 흡수하고 피부와 운동복 사이의 직접적인 마찰을 줄여주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마울라 박사는 속옷 없이 꽉 끼는 레깅스를 입고 러닝머신이나 사이클 등 하체 움직임이 많은 운동을 지속할 경우, 사타구니와 허벅지 안쪽 피부가 연속적으로 쓸리면서 쓰라림, 붉어짐, 피부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또한 땀과 분비물이 운동복에 직접 흡수된 상태에서 피부와 밀착되면 따뜻하고 습한 환경이 형성되어 곰팡이균이나 세균이 번식하기 쉬워진다. 이는 사타구니 백선(완선), 모낭염, 캔디다성 질염 등의 발생 가능성을 끌어올린다. 서울아산병원 질환 정보에 따르면, 몸에 과도하게 밀착되는 바지를 장시간 착용하거나 젖은 상태를 방치하는 습관은 외음부 가려움과 통증, 비정상적 분비물을 유발하는 캔디다성 질염의 주요 악화 요인으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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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착용 여부가 아닌 '습기 관리'와 '청결'

그렇다면 속옷을 반드시 착용해야만 위생적인 것일까. 영국의 일반의 루파 파르마르 박사와 미국 보스턴어린이병원 청소년여성건강센터의 안내에 따르면 운동복 자체가 충분히 두껍고 통기성이 양호하다면 속옷을 입지 않는 것 자체만으로 건강에 치명적인 위해가 가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땀에 흠뻑 젖은 속옷을 장시간 착용하고 있는 상태가 고온다습한 환경을 조성해 사타구니 완선이나 세균 번식을 촉진할 수도 있다. 파르마르 박사는 "중요한 것은 속옷 한 겹의 유무보다 땀과 습기를 얼마나 빠르게 제거하고 청결을 유지하느냐"라고 강조했다.


서지영 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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