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전환 놓친 통신업계 강자의 몰락
AI·반도체 호황 속 드리운 버블 경고
과거 실패 교훈 삼아 미래 대비해야
한때 인터넷이 등장하고 이동통신이 활황을 맞던 시기에 시장을 주름잡던 강자들의 이름을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다. 노키아, 모토로라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이들이 떠난 강자의 자리는 새로운 이들의 몫이 됐다. 이동통신의 빠른 발달과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모바일 트래픽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애플·구글·아마존 같은 회사들이 수천조 원의 시총을 달성, 선두권을 새롭게 형성했다.
전통의 강호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건 아무래도 새로운 기술 등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시장을 가득 채웠던 '버블'이 꺼진 영향도 적지 않다. 다만 이에 대한 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한 기업들의 실책이 더 컸다는 지적을 부인하기 어렵다. 중도엔 충분한 경고음들이 있었으나 이들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금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새로운 기술과 플레이어가 등장할 것은 자명해 보인다. 그러면 새로운 경쟁이 발생할 것이다. 강자들이 자리를 보존하기 위해선, 사라진 기업들의 전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전의 '버블 경고'를 돌아보고 미래를 예측, 대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통신산업의 전반을 한번 되짚어 보자면, 인터넷은 상용화된 초기에 전화망(PSTN)에 '다이얼업 모뎀'을 연결해서 사용했다. 그 당시 최대속도는 14.4kbps(초당 킬로비트) 정도였다. 지금은 모바일로도 1GB(기가바이트) 정도로 측정되고 있으니, 그때에 비해 10만배 이상 속도가 빨라진 셈이다. 인터넷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기업 내에서 이용하는 이메일, '넷스케이프' 같은 초기 브라우저 정도에서 크게 확장됐다.
인터넷이 확산하면서 통신업계는 기존의 유선 전화망을 이용해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했다. 통합디지털네트워크인 'ISDN'으로 64bps가 제공됐고 이어 'xDSL'이 출시됐다. xDSL은 8Mbps가 제공되며 유선 전화망을 확장한 혁신적인 기술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기존의 음성전화서비스 위에 인터넷 서비스를 더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후 인터넷을 통해 데이터통신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로 인해 데이터통신의 특성에 유리한 'IP 통신'이 우위를 점하게 됐다. 심지어 음성 및 영상통신도 IP 위에서 가능해졌다.
그 결과, 처음부터 IP 통신에만 집중하던 '시스코' 같은 회사들이 승승장구했다. 반면, 전통적인 음성통신 방식을 버리지 못한 노텔, 루슨트테크노로지, 알카텔 등은 명맥이 끊겼다. 인터넷 트래픽 수요가 계속 늘자 통신장비에만 집중 투자하던 통신사들이 방향을 선회했다. 하루아침에 IT 산업이 패닉 상태에 이르렀다. 주가를 높이기 위해 실적을 부풀리던 회사들은 철퇴를 맞았다. 한 주에 100달러에 이르던 통신 기업들은 주가가 불과 몇 달 사이에 1달러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지금의 우리 주식 시장은 통신산업의 추락 이전의 활황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도를 지나치게 넘었다 싶을 정도로 뜨겁게 달궈져 있다. 이는 기업들이 높아진 실적과 숫자에만 사로잡히도록 만들어 변화와 현실을 들여다보는 눈을 가려버릴 수 있어 우려스럽다. 언젠가 실적과 주가는 다시 내려갈 수 있다. 이를 대비하지 못하면 그때는 정말 손도 쓰지 못하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기업들은 이를 유의하며 한결같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정부의 각종 정책과 시장 상황에도 흔들리지 말아야 하며, 스스로 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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