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에너지 공진화 변분원리’ 도출… 계면 수명까지 정량 예측

서로 완전히 섞이는 유체가 맞닿은 뒤에도 한동안 계면을 유지하는 현상을 설명할 새로운 물리 이론이 동아대 연구진에 의해 제시됐다.


동아대학교(총장 이해우)는 화학공학과 이헌상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지난 23일 Nature Portfolio의 물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Communications Physics'에 게재됐다고 28일 전했다.

'Communications Physics'는 순수 및 응용 물리학 전 분야를 다루는 국제 학술지로, 피인용지수(Impact Factor) 5.8을 기록하고 있으며 해당 분야 상위 25%(Q1)에 속한다.


이헌상 교수 연구팀은 완전히 섞일 수 있는 유체가 맞닿은 뒤에도 일정 시간 유지되는 계면의 생성과 지속, 붕괴 과정을 하나의 이론적 틀에서 설명하는 '자유에너지 공진화 변분원리(co-evolving free-energy variational principle)'를 도출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계면의 수명까지 정량적으로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논문 제목은 'The universal law behind long-lived interfaces in fully miscible fluids(완전히 섞이는 유체의 계면을 지배하는 보편법칙)'이다.


서로 완전히 섞일 수 있는 유체가 맞닿는 현상은 생명체의 세포 내부와 인체, 산업 화학공정, 해양 환경 등 자연과 기술 시스템 전반에서 나타난다. 이온과 전자가 유체와 유사하게 집단적으로 분포하는 반도체나 전극 등의 물질계에서도 유사한 계면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나 유체들이 접촉한 직후 바로 혼합되지 않고 일정 시간 계면을 유지하는 구체적인 물리적 원리는 1893년 J.D. 반 데르 발스(van der Waals)가 계면 이론을 발표한 이후 130여 년 동안 규명되지 않은 문제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자유에너지 지형'과 '계면 농도장'의 쌍대 결합(dual pairing)과 자기일관적 공진화(self-consistent co-evolution) 개념을 통해 이 문제에 접근했다.


기존 이론이 정해진 지형이 유체의 흐름을 결정하거나 유체의 흐름이 먼저 지형을 변화시키고 그 변화가 다시 흐름에 영향을 주는 순차적 방식으로 현상을 설명했다면, 연구팀의 공진화 이론은 지형과 유체의 흐름이 하나의 상태를 이루며 동시에 변화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한다.


연구팀은 이 같은 공진화 구조를 바탕으로 계면의 생성과 지속, 두꺼워지는 과정부터 최종 붕괴까지를 하나의 이론적 틀로 연결했다. 또 화학적 성질이 서로 다른 유체에서도 계면의 수명을 정량적으로 예측할 수 있음을 제시했다.


동아대는 이번 연구가 특정 현상에 기존 이론을 적용하는 수준을 넘어 여러 물리현상을 하나의 원리로 연결하는 수학적·물리적 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연이 어떤 상태를 선택하고 변화해가는 과정을 가장 근본적인 기준 하나로 설명하는 '변분 제1원리'를 제안한 기초이론 연구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헌상 교수는 "이번 연구는 소프트매터와 정밀 화학공정의 설계 및 제어 원리를 한 단계 발전시키고 향후 실제 공정 최적화와 산업 기술로 확장할 수 있는 학문적 기초가 될 것"이라며 "연구 정량 성과를 늘리기보다 매년 스스로 한 단계 발전된 논문을 내자는 원칙을 30년 가까이 지켜오다 보니 특정 현상에 국한된 모델을 넘어 공학 기초이론이 될 수 있는 일반적인 물리 법칙을 변분 제1원리의 형태로 제시하는 뜻깊은 결실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공동 연구를 수행하며 뛰어난 역량을 보여준 제자 최경민 박사와 아샤르 후세인 박사가 앞으로 유능한 신진 과학자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며 "인공지능은 인간이 제시한 문제의 해법을 찾는 데 유용하지만 기존 사고 틀을 바꾸고 새로운 문제를 정의하는 창의성은 여전히 인간 연구자의 핵심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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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에 참여한 최경민 박사는 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아샤르 후세인(Ashar Hussain) 박사는 동아대 BK21 사업단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이 교수는 동아대 화학공학과 BK21 사업단장을 맡아 정밀 화학소재와 피지컬 AI용 정밀 소프트매터를 중심으로 연구와 인재 양성을 이끌고 있다. 소프트매터와 첨단소재 분야에서 이론과 실험을 아우르는 연구를 이어오며 'Nature Communications', 'Science Advances' 등 국제학술지에 연구성과를 발표했으며, 최근에는 비평형 유체와 계면을 지배하는 보편적 물리원리 정립으로 연구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왼쪽부터) 동아대학교 화학공학과 이헌상 교수, 최경민·아샤르 후세인 박사.

(왼쪽부터) 동아대학교 화학공학과 이헌상 교수, 최경민·아샤르 후세인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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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취재본부 조충현 기자 jch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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