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각국은 대학 구성원의 정신건강 문제를 국가와 대학이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로 보고, 법과 정부 지원체계를 마련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 정책이 2019~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전후로 보다 체계화됐다는 점이다.


대학의 정신건강 문제를 상담센터에만 의존하지도 않는다. '예방-위기신호 발견-조기개입-전문상담 및 의료 연계-사후지원'을 하나로 연결해 캠퍼스 전체를 관리하는 식이다. 지원 대상도 대학생뿐 아니라 대학교수와 교직원까지 아우른다. 정작 학내 상담센터조차 법적 근거가 없는 국내와는 대조적이다.

해외는 캠퍼스 전체가 안전망…뒤처진 韓 대학 마음건강[마음건강 사각지대, 대학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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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리노이주는 대학의 정신건강 조기 개입을 아예 제도화한 사례다. '대학 캠퍼스 내 정신건강 조기 조치법(MHEAC)'을 제정해 2020년 7월부터 모든 공립 고등교육기관의 학생 정신건강 지원 정책을 의무화했다.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UIUC)의 경우 모든 신입생을 대상으로 자살예방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7400여명의 학부생이 이수했다. 이미 2007년부터 비영리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해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조사하고 있는 미국은 2023년부터는 조사 대상을 대학직원으로까지 넓혔다. 대학교수와 직원을 대상으로는 다양한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EAP)도 실시하고 있다. 정신건강 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상담까지 이어지는 체계를 갖춘 셈이다.


캐나다는 2020년 10월 대학생 정신건강을 위한 국가 차원의 공통 기준을 만들었다. 캐나다 정신건강위원회와 CSA그룹이 공동 개발한 '고등교육 학생을 위한 정신건강 및 웰빙 국가표준'이다. 법적 의무가 아닌 자발적 가이드라인이지만, 모든 고등교육기관이 학생 정신건강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국가가 공통 기준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단순 치료보다 예방과 건강증진에 초점을 맞추고, 학생들의 유대감과 소속감을 높여 정신질환에 대한 낙인을 줄이는 등 캠퍼스 전체에 건강한 문화를 조성하는 것까지 대학의 역할로 규정했다. 맥마스터대는 '학생웰니스센터'를 운영, 개인 및 집단 상담과 워크숍, 의료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특히 학생과 접촉하는 교직원 등이 위기학생을 발견하고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역할하도록 하는 게 특징이다. 학생이 상담센터에 오기만 기다리는 게 아니라 위기 징후를 조기에 발견해 대응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교수·직원에게는 외부 전문기관이 운영하는 근로자·가족 지원 프로그램(EFAP)을 통해 24시간 상담을 제공한다. 상담 정보는 대학과 공유하지 않는 등 비밀보장 장치도 뒀다.

호주와 아일랜드도 2020년 국가 차원의 대학 정신건강 정책 지침을 마련했다. 호주는 교육부 지원으로 청년 정신건강 전문기관 오리젠(Orygen)이 '호주 대학 정신건강 정책지침'을 마련했고, 아일랜드는 고등교육청(HEA)이 대학생 정신건강과 자살예방을 위한 '국가 대학생 정신건강 및 자살예방 지침'을 개발했다. 이들 모두 상담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예방과 조기 개입, 전문기관 연계까지 대학 전체가 참여하는 통합적인 지원체계를 강조한다.


영국은 2019년 '대학 정신건강 헌장'을 제정했다. '대학 전체 접근(Whole-University Approach)'을 내세우는 게 특징이다. 맨체스터대는 2024년 이 헌장에 따른 인증을 받기도 했다. 상담·의료서비스뿐 아니라 교육과 학습, 연구, 교직원의 업무환경, 학생 주거 등 대학생활 전반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고 학생과 교직원 모두를 대상으로 삼아 정신건강을 대학 운영 전반의 과제로 다룬다.


학생이 상담센터를 찾아온 뒤에야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가 발생하기 전부터 캠퍼스 전체를 안전망으로 만드는 것이 이들 정책의 공통점이다. 국내 역시 이러한 안전망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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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기 전국대학교 학생처장협의회장은 "현재 우리나라 대학의 정신건강 지원은 학생 중심, 그것도 사후 치료적 개벌 상담 중심에 머물러 있다"면서 "인프라 역시 극히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영국·캐나다 등 해외 주요국처럼 정책 대상을 '학생'에서 '학생·직원·교수를 모두 포함하는 대학 전체 구성원'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대학 내 통합형 정신건강 컨트롤타워를 구축하는 한편 국가 차원의 대학 정신건강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에 따른 예산과 인력 지원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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