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화재경보에도 속수무책…완도 행복충전소의 '위험한 방치'
추석 연휴 단순 오작동 소동…주민들 혼란과 불안감
개방 5개월 맞도록 관리 주체 못 정하고 안전 뒷전
"애앵~ 애앵~ 화재가 발생했으니 즉각 대피하십시오"
전남광주특별시 완도군이 혈세 74억원을 투입해 야심 차게 선보인 '행복충전소 주차타워'가 추석 연휴 한밤중 화재 경보 오작동 소동을 빚으며 인근 주민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특히 건물 개방 5개월이 지나도록 현장을 통제할 '관리 주체'조차 없는 것으로 드러나, 실제 화재였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8일 완도군과 지역 주민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완도읍 군내리 일대에 위치한 행복충전소 주차타워에서 고막을 찢는 듯한 화재 경보음이 일제히 울려 퍼졌다.
위급 상황을 알리는 비상벨과 함께 "대피하라"는 다급한 자동 기계음 방송이 어둠이 깔린 건물 안팎으로 쉴 새 없이 쏟아졌다. 평온했던 휴일 저녁, 주차하던 주민들은 멈추지 않는 사이렌 소리에 놀라 황급히 밖으로 뛰쳐나왔다.
매캐한 연기나 불길이 당장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주민들은 주차타워 건물을 불안하게 살피며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아수라장이 된 현장을 통제하고 상황을 설명해 줄 '관리자'는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다급해진 한 주민이 오후 8시 30분께 상황을 알리기 위해 완도소방서로 직접 전화를 걸었지만, 추석 다음 날 이어진 휴일 탓에 즉각적인 연락조차 닿지 않았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연면적 3,880㎡에 달하는 이 거대한 시설물 어디에도 긴급 상황 시 연락을 취할 비상 연락망이나 관리실 안내문조차 없었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이리저리 휩쓸리며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연락을 받고 뒤늦게 현장에 달려온 완도군청 경제산업과 직원이 2층에 올라가 화재 경보기를 점검하면서 상황은 일단 마무리됐다.
당시 출동한 경제산업과 직원에게 기자가 "행복충전소를 관리하는 담당 과가 정확히 어디냐"고 묻자, 직원은 "주차장은 저희 담당"이라면서도 2층 복합시설의 책임 소재에 대해서는 답변을 회피했다. 한 건물 안에서도 부서 간 책임 떠넘기기나 관리 소관 파편화가 이어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군 당국은 일단 경보 설비의 단순 '기계 오작동'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가슴을 쓸어내린 주민들의 불안감은 분노로 바뀌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 막대한 규모의 시설에 즉각 대응할 책임 주체가 아직도 '공란'이라는 점이다.
해당 시설은 완도읍 공동주택 밀집 지역의 주차난 해소를 위해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건립됐다. 국비 45억원과 군비 29억원 등 총 74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 지상 3층 규모(196대 수용)로 지난 5월 1일 개방했다. 그러나 반년이 다 돼가도록 제대로 된 관리 주체 하나 선정하지 못한 채 '주인 없는 건물'로 방치되고 있었던 셈이다.
더욱이 이곳은 단순한 주차장이 아니다. 건물 내부에는 북카페와 주민 쉼터, 커뮤니티 센터 등이 들어서 있다. 아이와 어르신 등 재난에 취약한 세대가 수시로 드나드는 복합 시설인 만큼, 이번처럼 초기 대응에 구멍이 뚫릴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인명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
현장에 있던 한 주민은 "오늘은 단순 오작동이었지만, 만약 진짜 불이 났다면 꼼짝없이 대형 참사로 이어졌을 것"이라며 "74억이나 들여 지어놓고 관리자 한 명 없이 방치하는 것이 완도군이 말하는 안전 행정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월급쟁이 남자 만나기 싫어요"…AI 대박에 남편감 찾아 '이곳'으로 몰린다는데
'행복'을 충전하겠다며 지어진 건물이 자칫 군민의 '불안'만 가중시키는 애물단지로 전락하지 않도록, 체계적인 관리 주체 선정과 안전 매뉴얼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