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건강 사각지대, 대학①]
전국 403개교 중 실태조사 130개교 뿐
대학생 정신건강 국가 승인 통계 없어
전문대생 자살시도율, 1만명당 8.7명…4년제 2.3명의 4배

편집자주청소년 자살에 대해서는 다양한 마음건강 정책이 존재하지만, 학생과 성인 사이에 놓인 '대학생'은 사회보호망의 사각지대에 있다. 대학별 학생상담센터가 그나마 빈자리를 메우고 있지만, 상담센터가 없거나 전문인력이 부족한 대학이 적지 않다. 대학생 자살에 관한 국가 승인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그 사이 대학생 1만명당 자살시도율은 2023년 1.6명에서 지난해 1.8명으로 늘었고, 마음건강 위기는 대학 구성원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대학생 마음건강의 현실과 위기의 원인을 추적하고 초·중·고에서 대학까지 끊기지 않는 마음건강 안전망을 만들기 위한 해법을 5회에 걸쳐 짚어본다.
[단독]위기의 대학생…전문대생 위기지표 2년 새 6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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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과 생활고, 인간관계 단절 등이 겹치면서 대학생들의 마음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일반대보다 학생 관리 여건이 열악한 전문대는 어떨까. 전문대 학생 1만명당 자살시도율은 2년 만에 6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대 학생과 비교해서도 4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위험 신호를 국가가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 대학은 403개교에 달하지만 공개적으로 확인 가능한 대학생 정신건강 실태는 130개교(32.3%)에 그쳤다. 대학 3곳 중 2곳은 실태도 모른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실태를 모르면 정책도 만들 수 없다"며 대학생 마음건강을 국가 정책의 사각지대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대 자살시도율 2년 새 6.7배 늘어


1일 아시아경제가 성균관대학교 외상심리건강연구소에 의뢰해 전국대학교학생상담센터협의회의 '2025 대학생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문대 학생의 자살시도율은 1만명당 8.7명, 4년제 일반 대학교는 2.3명에 달했다.

특히 전문대 학생의 자살시도율은 일반대 학생보다 3.8배 높았다. 이 지표는 최근 2년 새 급격히 나빠졌다. 4년제 일반 대학교의 1만명당 자살시도율은 2023년과 지난해 모두 2.3명으로 변화가 없었지만, 같은 기간 전문대는 1.3명에서 8.7명으로 569.2% 증가했다. 2년 만에 약 6.7배로 급증한 것이다.


[단독]위기의 대학생…전문대생 위기지표 2년 새 6배↑ 원본보기 아이콘

전문대 현장에서는 이러한 학생들의 심리적 어려움과 상담 수요 증가를 체감하고 있다. 김영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동의과학대 총장)은 "일반대에 비해 전문대 학생들의 마음건강 지표가 굉장히 악화돼 있다"며 "각 학교에서도 학생 심리상담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전문대는 지도교수 체제가 밀접하게 짜여있어 교수와 학생 간 거리가 상대적으로 가깝다"면서 "학생들이 요즘 더욱 힘들어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긴밀히 들여다보고, 상담 강화를 통해 학생들의 고민 해결을 위한 노력들을 진행하려 한다"고 했다.

다만 이번 수치만으로 전문대 학생들의 위기가 커진 원인을 특정하기는 어렵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이 대학 유형별 기술통계를 바탕으로 한 탐색적 분석인 만큼, 전문대의 자살시도율이 높게 나타난 원인을 자료만으로 규명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학 규모와 학생 구성, 취업 환경, 지역 여건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문대 학생들이 처한 교육·취업·생활 환경 등을 함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훈 성균관대학교 교수(한국상담심리학회장·전국대학교학생상담센터협의회장)는 "전문대는 단기·취업 직결형 교육 구조로 인해 학생들이 입학 초기부터 진로 결정과 취업 준비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데에 따른 심리적 부담이 단기간에 집중된다"면서 "이런 환경에선 초기 적응의 어려움이 학업 지속과 직결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실제 연구에서도 학업 스트레스와 정서적 어려움이 중도탈락과 유의미하게 관련된 것으로 보고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짧은 학제 속에서 학업과 생계를 병행하는 등 복합적인 스트레스 요인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러한 다중 위험 요인은 심리적 위기 가능성을 높이고 전문대생이 심리적 위기에 보다 쉽게 노출될 수 있는 환경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대학가 전반으로 번진 위기신호


대학생 마음건강이 전문대생에게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긴 했지만, 특정 유형 대학만의 문제는 아니다. 앞서 아시아경제 취재 결과 서울대에서도 자살예방상담전화 '스누콜' 이용 건수가 2020년 914건에서 지난해 1374건으로 50.3% 늘었고, 자살위험 학생에 대한 조기 개입 사례는 같은 기간 36건에서 61건으로 69.4%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지난 5월11일자 '벼랑에 내몰리며…서울대 20년간 43명 숨져' 참조) 대학 유형을 가리지 않고 대학 사회 전반에서 학생들의 정신건강 위기가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위기 사례가 확인된 대학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자살시도 사례가 발생한 대학은 2023년 28개교에서 지난해 45개교로 늘었다. 단순 규모뿐만 아니라 총 비중으로 살펴봐도 학생 자살시도 발생 대학은 같은 기간 28.9%에서 34.6%로 2년 새 5.7%포인트 많아졌다. 대학별로 위기 학생을 발견하고 사례를 집계하는 체계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학생 위기신호가 보고된 대학 비중이 늘고 있는 점은 주목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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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별 격차가 큰 것도 눈에 띈다. 자살시도가 있었던 대학 중 상위 5개 대학을 분석한 결과, 이들 대학의 학생 1만명당 자살시도율은 평균 2023년 22.1명, 지난해 18.9명이었다.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 대학은 학생 1만명당 자살시도율이 2023년 40.0명, 지난해 35.7명에 달했다. 반면 자살시도 사례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대학은 2023년 97개교 중 69개교(71.1%), 지난해 130개교 중 85개교(65.4%)였다. 대학별로 위기지표가 극단적으로 차이난다는 걸 보여준다.


마음건강 실태조사 3곳 중 1곳뿐


문제는 이 같은 위험 신호가 나타나고 있는데도 대학생 정신건강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체계는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초·중·고 학생은 교육부가 학생 자살 현황을 매년 집계하고 교육청과 함께 예방 정책을 추진한다. 하지만 학생과 성인 사이에 놓인 대학생은 어느 순간 국가 통계에서도 사라진다. 대학생은 대학 자율에 맡겨지면서 교육부가 대학생 자살 현황을 별도로 집계하거나 국가 승인 통계를 관리하지 않고 있다. 전체 규모조차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이유다.


[단독]위기의 대학생…전문대생 위기지표 2년 새 6배↑ 원본보기 아이콘

현재 대학생 정신건강 실태를 가장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곳은 전국대학교학생상담센터협의회다. 협의회는 전국 대학 학생상담센터를 대상으로 2023년부터 2년마다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대학생 자살과 자해, 자살생각 등을 전국 단위로 조사하는 사실상 유일한 자료다. 그러나 전국 대학 403개교 가운데 최근 조사에 참여한 곳은 130개교(32.3%)에 불과했다. 대학생 자살을 국가가 공식 집계하지 않는 탓에 전체 대학의 약 3분의 2에 대해서는 실태를 파악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런 문제는 해외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2024년 캐나다 공영방송 CBC는 팬데믹 이후 대학 캠퍼스 내 정신건강 문제를 다루면서 주요 52개 대학의 관련 수치는 파악했지만, 70% 이상은 데이터를 추적하지 않아 빠졌다고 지적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정확한 데이터가 없으면 문제의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고, 효과적인 예방책도 만들 수 없다고 꼬집었다.


마음건강 고위험군 12.7명→20.7명


대학생이 통계 사각지대에 놓인 사이 대학생 정신건강 지표는 악화되고 있다. 전국대학교학생상담센터협의회에 따르면 학생 1만명당 자살시도율은 2023년 1.6명에서 지난해 1.8명으로 증가했고, 자살생각률은 12.7명에서 20.7명으로 크게 늘었다. 자해율 역시 8.1명에서 9.4명으로 상승했다. 자살로 이어지기 이전 단계의 정신건강 고위험군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다.


학생들이 상담센터를 찾는 이유를 보면 위기 성격을 알 수 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상담 현황을 보면 '정서 문제' 상담은 227건에서 356건으로 56.8% 증가했다. '학업·진로' 상담도 117건에서 145건으로 23.9% 늘었다. 특히 대인관계는 38건에서 80건으로 110.5%, 가정 문제는 25건에서 56건으로 124%, 대학생활 적응 문제는 5건에서 21건으로 320% 급증했다. 단순히 시험 스트레스가 아니라 관계 단절과 사회 적응의 어려움까지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대면 활동과 공동체 경험이 줄어든 세대가 대학 진학 이후에도 관계 형성과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교수는 "상담센터를 찾는 학생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상담실 문을 두드리지 못한 학생들까지 고려하면 실제 위험군은 훨씬 많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학생 정신건강은 더 이상 개인이나 개별 대학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국가가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최소한의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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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 · 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마음을 들어주는 랜선친구)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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