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물살 넘어 용 되는 '등용문' 형상화
이건희 선대회장·유족 기증품
내달 22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서 첫 전시
'2026 국중박 분장놀이'에서 대상을 차지하며 단숨에 스타 유물로 떠오른 '백자 잉어 모양 연적'이 실제 모습으로 관람객들을 만나고 있다. 독특한 표정과 통통한 몸집 때문에 먼저 '귀여운 유물'로 화제가 됐지만, 알고 보니 거센 물살을 거슬러 용이 된다는 '등용문(登龍門)'의 의미를 담은 데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과 유족이 국가에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관심이 커지고 있다.
독특한 표정과 통통한 몸집 때문에 먼저 '귀여운 유물'로 화제가 된 백자 잉어 모양 연적은 거센 물살을 거슬러 용이 된다는 '등용문(登龍門)'의 의미를 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28일 연합뉴스TV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 23일부터 서울 용산구 상설전시관 3층 분청사기·백자실에서 '백자 잉어 모양 연적'을 공개해 많은 관람이 찾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번 전시는 이건희 컬렉션으로 기증된 이후 처음 이뤄지는 공개 전시로 오는 10월 22일까지 이어진다.
조선 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유물은 높이 9.4㎝, 길이 10.6㎝에 불과한 작은 백자 청화 연적이다. 연적은 벼루에 먹을 갈 때 필요한 물을 담아두는 문방구다. 그러나 잉어 연적에 담긴 이야기는 작은 몸집과 달리 장대하다. 연적은 거센 물살을 거슬러 중국 황허강 상류의 '용문(龍門)'에 오른 잉어가 용으로 변한다는 고사를 형상화했다. 여기에서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 출세하거나 중요한 지위에 오르는 것을 뜻하는 '등용문'이라는 말이 유래했다
유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잉어 아래쪽에 청화 안료로 출렁이는 물결이 표현돼 있다. 몸을 둥글게 세우고 커다란 눈과 입을 드러낸 잉어가 수면 위로 힘차게 뛰어오르는 찰나를 포착한 모습이다. 수백 년 전 만들어진 이 작은 연적이 갑작스럽게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된 계기는 지난 19일 열린 '2026 국중박 분장놀이'였다.
275팀·643명 참가한 분장놀이 최고 화제작
올해 행사에는 전국에서 275팀, 643명이 참가했다. 강원 춘천과 충남 공주, 대구, 전북 전주 등 권역별 본선을 거쳐 25개 팀이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결선 무대에 올랐다. 현장에는 수천 명의 관람객이 몰려 참가자들의 기발한 유물 재현에 환호했다. 이 가운데 대상을 거머쥔 주인공은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준비 중인 전은슬 씨였다.
특히 취업준비생인 전 씨와 '등용문을 오르는 잉어'의 상징성이 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화제는 더욱 커졌다. 전 씨 역시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고민하던 가운데 이번 대회를 통해 용기를 얻었다는 취지로 소감을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 SNS
원본보기 아이콘전 씨는 몸에 밀착되는 의상에 연적의 푸른 물결무늬를 그리고 얼굴에는 커다란 잉어 눈과 입을 표현했다. 무대에 오른 뒤에는 바닥에 몸을 붙인 채 다리를 파닥거리거나 펄쩍 뛰어오르며 물 밖으로 솟아오르는 잉어의 움직임을 익살스럽게 재현했다. 화려한 소품이나 거대한 장치를 동원한 다른 참가자들과 달리 비교적 단순한 분장이었지만, 유물의 형태와 특징을 정확히 잡아낸 퍼포먼스가 관객의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분장에 들어간 비용도 약 5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전 씨는 잘 알려진 유명 유물보다 독특하면서도 현대적인 매력을 지닌 유물을 찾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의 소장품 자료를 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송 인터뷰에서 현대적인 매력을 가진 유물을 찾기 위해 박물관 홈페이지 자료를 거의 끝 페이지부터 처음까지 살펴봤다고 말했다. 평소 엉뚱하고 귀여운 캐릭터를 좋아했던 만큼 잉어의 동그란 눈과 독특한 입 모양에도 끌린 것으로 전해졌다.
취준생 수상자 사연과 맞물려 화제
특히 취업준비생인 전 씨와 '등용문을 오르는 잉어'의 상징성이 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화제는 더욱 커졌다. 전 씨 역시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고민하던 가운데 이번 대회를 통해 용기를 얻었다는 취지로 소감을 밝혔다. 주변 친구들은 '잉어'와 '인플루언서'를 합쳐 전 씨를 '잉플루언서'라고 부르기도 했다.
분장 사진과 영상이 소셜미디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지자 누리꾼들은 유물 자체에도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누리꾼들은 "분장을 먼저 봤는데 실물을 보니 정말 닮았다", "이런 유물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몇백 년 전 유물인데 캐릭터 상품처럼 귀엽다", "취준생이 등용문 잉어로 대상을 받은 것까지 서사가 완벽하다"는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지난 2024년 처음 시작된 '국중박 분장놀이' 역시 단순한 일회성 코스프레 행사를 넘어 박물관의 대표 참여형 행사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SNS를 중심으로 화제가 된 데 이어 올해는 전국 단위로 규모가 확대됐으며, 참가자들도 유명 문화재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유물을 적극적으로 찾아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했다.
특히, 단순히 참가자의 재미있는 분장을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원본 유물의 이름과 내력까지 찾아보는 움직임이 이어진 점도 눈길을 끈다. 젊은 세대의 놀이 문화가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박물관 소장품을 대중 앞으로 다시 끌어낸 셈이다. 국립중앙박물관도 이 같은 관심에 발 빠르게 화답했다. 당초 수장고에 있던 연적을 상설전시관으로 옮겨 분장 모습과 실제 유물을 함께 비교해 볼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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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장은 대상 수상작에 영감을 준 실제 유물을 직접 보며 분장으로 재해석된 모습과 비교하는 재미를 느껴보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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