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안 지나 골목마다 그리운 얼굴들
꿀빵 한 봉지 들고 돌아온 가을 통영
통영터미널에서 구도심까지 들어서는 길이 설레게 합니다. 바다와 언덕이 나오고, 시청과 중앙동우체국을 지나치면 강구안입니다. 시인 유치환은 그리움에 사무쳐 우체국 창문 앞에서 연인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시 '행복'의 흔적이 중앙동우체국 앞 시비에 남아 있습니다.
전혁림미술관이 있는 봉수골 골목은 커피 한잔 마시기에 좋습니다. 풀숲으로 단장한 작은 책방과, 손으로 커피콩을 직접 볶던 커피집 사장님도 여전한지 궁금하네요.
강구안 일대는 많이 변했습니다. 벽화로 이름을 알렸던 동피랑 언덕은 유명 관광지가 됐습니다. 오붓한 산책을 위해 사람들은 건너편 서피랑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강구안 바다를 가로지르는 보도교가 놓였습니다. 남망산 조각공원은 해가 지면 미디어아트로 채워집니다.
예전에는 새해 첫날이면 서피랑에서 굴떡국을 나눠줬습니다. 떡보다 큰 굴이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요즘은 통영의 술차림인 '다찌'집 간판이 늘었습니다. 버스 예매 앱 광고에도 등장합니다.
통영에서는 기억을 되짚어 물어물어 갑니다. 숙소 주인에게 물어 서호시장 골목 끝 대구뽈탕집을 찾아갑니다. 대구뽈탕집 할머니는 현지인이 즐겨 가는 꿀빵집을 추천해줍니다. 꿀빵집 아저씨는 정류장까지 지름길을 알려줍니다. 맛집 사이트나 네이버지도 찾으면 될 걸, 통영에서는 이런 수고가 싫지 않습니다.
올여름 통영에 큰 폭우가 내렸습니다. 구도심의 항남동 상점은 문을 닫은 곳들이 군데군데 생겼습니다. 세상 풍파에 통영도 변화를 겪는 듯합니다. 2031년이면 통영까지 KTX가 연결됩니다. 그때쯤이면 통영도 많이 달라지겠네요.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월소득 23만원 늘 동안 전세가 2억↑…매매 이어 ...
가을 통영을 며칠 전 다녀왔습니다. 그리운 공간들을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습니다. 바다만 보고, 꿀빵 한 봉지 사 들고 돌아갑니다. 미륵산 미래사 새끼고양이가 많이 컸는지 궁금하네요. 때로는 그냥 그리움 속에 남겨두는 것도 괜찮습니다.
서영진 여행 칼럼니스트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