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앞두고 거론되는 이름들…찬쉐·하루키·애트우드 다시 물망
내달 8일 발표…찬쉐·하루키·애트우드·머네인 등 거론
국내 출판사·서점 예상서 네 작가 공통…독자 선택은 애트우드
김혜순도 이름 올려…후보 작가 신간·번역 출간 잇따라
'후보는 있지만 아무도 모른다'…노벨문학상 앞두고 거론되는 이름들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가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세계 문학계와 출판계가 다시 '예측의 계절'에 들어섰다. 중국의 찬쉐와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 캐나다의 마거릿 애트우드, 호주의 제럴드 머네인 등 오랫동안 이름이 오르내린 작가부터 최근 국제문학상에서 존재감을 키운 작가들까지 예상 명단도 길어지고 있다.
노벨문학상 발표를 앞두고 다시 주목받는 중국 작가 찬쉐(왼쪽)와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올해도 해외 베팅시장과 출판계의 예상 명단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문학동네
28일 문학계에 따르면 스웨덴 한림원은 다음 달 8일 오후 1시(현지시간·한국시간 오후 8시) 202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한다. 후보 추천과 심사위원 의견은 50년 동안 공개되지 않는다. 올해도 공식 명단 대신 세계 문학계와 출판계, 서점가와 베팅시장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름을 통해 관심의 방향을 가늠하는 분위기다.
국내에서 나온 여러 예상 명단을 겹쳐보면 흥미로운 공통분모가 생긴다. 문학동네가 최근 정리한 21명, 민음사 출판그룹이 소개한 21명, 영풍문고가 선정한 10명 가운데 찬쉐, 무라카미 하루키, 마거릿 애트우드, 제럴드 머네인 네 작가가 모두 이름을 올렸다. 민음사는 토머스 핀천·조이스 캐럴 오츠·다와다 요코·미르체아 커르터레스쿠·세사르 아이라 등을 후보군으로 포함했고, 영풍문고는 김혜순·류드밀라 울리츠카야·미셸 우엘벡·앤 카슨 등까지 후보군을 넓혔다.
해외 베팅시장에서는 찬쉐가 먼저 보인다. 영국 래드브록스는 현재 찬쉐의 배당을 10대1로 제시하고 있다. 하루키가 14대1, 크리스티나 리베라 가르사·엔리케 빌라 마타스·머네인·커르터레스쿠·핀천 등이 16대1로 뒤를 잇는다. 울리츠카야는 18대1, 애트우드와 우엘벡은 20대1이다. 지난해에도 여러 예상이 엇갈렸던 만큼 배당표는 정답지라기보다 발표를 앞둔 세계문학의 관심사를 보여주는 풍경에 가깝다.
그 선두에 있는 찬쉐의 이력은 정통 엘리트 작가의 경로와 거리가 멀다. 본명 덩샤오화. 1953년 중국 후난성에서 태어나 문화대혁명으로 초등학교를 끝으로 학업을 중단했고 선반 조립과 수레 운반, 이른바 '맨발의 의사' 등 여러 노동을 거쳤다. 재봉 일을 하다가 서른두 살이던 1985년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오향거리'를 비롯해 꿈과 현실, 욕망과 불안을 뒤섞은 낯선 소설세계로 중국 아방가르드 문학의 대표 작가가 됐다. '마지막 연인' 영문판은 2015년 미국 최우수번역도서상을 받았고, '신세기 사랑 이야기'는 2019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롱리스트에 올랐다. 수전 손택이 생전에 "중국에 노벨문학상 가능성이 있는 작가가 있다면 찬쉐"라고 평한 일화도 유명하다. 문학동네는 국내에 '오향거리'를 펴낸 데 이어 신작집 '미로'도 출간할 예정이다.
오랫동안 노벨문학상 시즌을 함께해온 하루키도 빠지지 않는다.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데뷔해 '노르웨이의 숲', '태엽 감는 새 연대기', '해변의 카프카', '1Q84',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까지 세계적으로 거대한 독자층을 만들었다. 작품이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된 '세계 작가'이면서도, 매년 가을이면 다시 후보 예상표에 등장하는 이름이 됐다.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는 살만 루슈디(왼쪽)와 마거릿 애트우드. 루슈디는 '한밤의 아이들'과 '악마의 시', 애트우드는 '시녀 이야기'와 '눈먼 암살자'로 세계문학의 중심에 선 작가들이다. 문학동네·EPA/연합
원본보기 아이콘국내 독자의 선택은 애트우드 쪽으로 기울었다. 예스24가 지난 3~10일 진행한 예측 투표에서 애트우드는 22%로 1위에 올랐다. 살만 루슈디가 17%, 찬쉐가 16%로 뒤를 이었다. '시녀 이야기'와 '눈먼 암살자', '증언들'로 여성의 몸과 권력, 전체주의와 환경 문제를 반세기 가까이 파고든 애트우드는 2000년과 2019년 두 차례 부커상을 받았다.
발표가 가까워질수록 책도 움직인다. 찬쉐의 저서는 2024년 10월 전월보다 690% 더 팔렸고, 애트우드도 지난해 10월 판매량이 84.1% 증가했다.
루슈디가 독자 투표 2위에 오른 것도 눈에 띈다. 1981년 '한밤의 아이들'로 부커상을 받은 그는 '악마의 시' 이후 수십 년간 살해 위협에 시달렸고, 2022년 미국 뉴욕주 셔터쿼에서 강연을 앞두고 흉기 공격을 받아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이후 그 사건을 정면으로 다룬 회고록 '나이프'를 내놓았다.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현실과 자신의 생존을 다시 문학으로 끌어들인 셈이다.
머네인은 최근 국내 독자와의 거리가 부쩍 가까워졌다. 1939년 호주에서 태어난 그는 평생 해외에 나간 적이 없고 비행기도 타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기억과 이미지, 내면에 떠오르는 풍경을 좇는 독특한 소설로 국제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1982년 '평원'으로 이름을 알렸고 한동안 절필했다가 9년 만에 작품 활동을 재개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17일 자전적 소설 '접경지대'가 새로 출간됐다. 빛과 색채를 매개로 기억의 풍경을 더듬는 작품으로 2018년 호주 총리문학상을 받았다. 지난해 노벨문학상 시즌에는 국내 출간작 '평원'과 '소중한 저주'의 판매량이 전월보다 약 18배 뛰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시인 김혜순의 이름도 다시 나온다. 김혜순은 '죽음의 자서전'으로 2019년 그리핀 시문학상 국제부문을 받았고, '날개 환상통' 영문판으로 2024년 미국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NBCC) 시 부문을 수상했다. 한국 작가가 NBCC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한강의 2024년 수상 이후 한국문학을 바라보는 세계 독서시장의 시야가 한층 넓어진 가운데, 영풍문고가 올해 소개한 10인의 작가에도 김혜순이 포함됐다.
노벨문학상을 기다리는 풍경은 이제 '정답 맞히기'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조선영 예스24 도서사업본부장은 "한강 작가의 수상 이후 노벨문학상을 향한 국내 독자들의 관심이 한층 높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발표 한 달 전부터 후보로 거론되는 작가들의 판매량이 움직이고 새 번역본과 신간이 독자의 선택지로 들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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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예상 명단은 바뀌고 상당수는 빗나간다. 그래도 노벨문학상 발표를 앞둔 열흘은 평소 쉽게 손이 가지 않던 작가와 작품에 시선이 쏠리는 드문 시간이다. 신호영 영풍문고 온라인팀 부장은 "누가 노벨문학상을 받을지는 발표 전까지 알 수 없지만, 수상 가능성이 거론되는 작가들의 책은 지금부터 펼쳐볼 수 있다"며 "독자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작가와 작품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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