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의 공익활동을 국가가 감시·판단
기부 활성화 해야 할 시점에 규제 안돼
제3의 섹터 성장해야 사회 안정적 발전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상임변호사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상임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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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품법의 뿌리는 친일인사 이완용이 민족교육운동 등 일본에 저항하는 운동을 규제하기 위해 만든 규정입니다. 이 법이 지금까지 존재해야 하는지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합니다."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상임변호사는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기부금품법에는 민족 자강과 독립운동을 통제하려 했던 친일 국가권력의 관점이 반영돼 있다"고 지적했다.

기부금품법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1000만원 이상 모금하려는 경우 행정안전부나 지방자치단체에 사전 등록을 의무화하고, 모집 방식과 사용 절차를 국가가 규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명목상 '건전한 기부문화를 조성'을 내세우지만 현장에선 "국가가 민간의 공익활동 전반을 감시하고 행정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 변호사는 기부금품법의 기원을 조사하던 중 1909년 제정된 '기부금품모집취체규칙'이 현행법의 시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독립운동가 전홍표가 일제에 저항하다 처형된 제자 최수봉의 장례를 위해 모금을 했다가 발각돼 이 규정에 따라 징역형을 받은 기록도 남아 있다. 그는 "광복 후에도 규제가 반복됐고, 현재는 허가제가 등록제로 변경됐으나 기본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규제 중심의 법에서 활성화 지원법으로 전환하고 모집 시 최소한의 유의사항만 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 묶인 NPO④]이희숙 "친일 규제의 유산, '기부금품법' 재검토하라" 원본보기 아이콘

그는 법무법인 태평양과 성평등가족부(당시 여성가족부)의 비영리법인 설립 거부 건에 대한 행정소송을 진행하며 민법 32조의 '설립 허가주의'에 대해 위헌제청을 신청했다. 서울행정법원은 △허가 기준이 법률에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 △결사의 자유 침해 가능성 △영리회사와의 차별적 취급 등을 근거로 위헌제청을 결정했다. 그는 "헌법재판소 결정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위헌 취지의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허가주의가 비영리법인의 운영에도 큰 제약을 준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결의한 뒤 허가를 신청했을 때, 주무관청이 여러 규정 중 하나라도 문제 삼으면 허가가 불허되고 총회를 다시 열어야 한다. 목적사업을 확장하려 해도 "해당 주무관청 소관 사업이 아니다"는 이유로 정관 변경이 거부돼 다양한 융합 사업이 가로막히는 사례도 많다.


그는 비영리·공익법인을 "단순 자선단체가 아니라 시민 공동체이자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축"이라며 규제 중심의 법·제도를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부·기업에 더해 제3의 섹터인 비영리·공익법인이 균형 있게 성장해야 사회가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일자리 문제는 심화하고 수명이 늘어나는 미래에는 시민 공동체의 활성화가 노후 삶의 질과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데 필수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끝으로 이 변호사는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설립 허가를 엄격하게 유지하면 결국 시민사회가 위축될 수 있다"며 "정부는 모든 법인을 관리해야 한다는 관념을 버리고, 해외처럼 자유롭게 사단법인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되 감세 등 혜택을 받는 법인만 관리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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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재단법인 동천은 법무법인 태평양이 2009년 설립한 공익 재단으로, 태평양의 공익활동을 전문적·체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북한이탈주민, 아동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률 지원과 비영리단체 규제 개선 활동을 11년째 이어오고 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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