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KTX 49편성…내년 28편성 발주
해외업체 참여 변수…알스톰 관심 가능성
현대로템, 현대차와 차세대 고속철 공동 개발

"입찰은 신도 모르는 겁니다. 된다고, 안 된다고 자신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저희가 경쟁력 있는 고속철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내년도 입찰에 정말 열과 성을 다해서 참여할 예정입니다."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이노트란스(InnoTrans) 2026’ 현대로템 전시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차세대 고속열차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대로템.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이노트란스(InnoTrans) 2026’ 현대로템 전시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차세대 고속열차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대로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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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배 현대로템 대표이사 사장이 전체 약 5조원 규모의 차세대 고속열차 수주전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004년 운행을 시작한 1세대 KTX(KTX-1)가 기대수명 도래를 앞두고 본격적인 세대교체에 들어가는 가운데 해외 철도업체들의 국내 시장 진입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대형 수주전을 앞둔 경쟁도 예고되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 최대 철도박람회 '이노트란스(InnoTrans) 2026' 현대로템 전시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년 예정된 차세대 고속열차 입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KTX-1 46편성을 대체하고 수송력과 예비 차량을 확충하기 위해 최고속도 320㎞급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49편성, 총 784량을 도입할 예정이다. 전체 사업 규모는 약 5조원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1차분 28편성·448량이 내년에 발주되고 차량은 2032년부터 순차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현대로템에도 놓칠 수 없는 사업이다. KTX-1은 1994년 프랑스 알스톰과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국내에 도입됐다. 초기 12편성은 프랑스에서 완제품으로 생산됐고 나머지 34편성은 현대정공·대우중공업·한진중공업이 국내에서 나눠 생산했다. 이후 3사의 철도차량 사업이 통합되면서 현재의 현대로템으로 이어졌다. 국산 고속열차 기술은 KTX-산천과 KTX-이음, KTX-청룡으로 이어졌다.

이 사장은 현대로템이 축적한 고속철 기술력을 이번 수주전의 자신감으로 꼽았다. 그는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외관뿐 아니라 실내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현대로템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이노트란스(InnoTrans) 2026’에서 공개한 차세대 고속차량 콘셉트 모델. 현대자동차그룹과 공동으로 외관과 실내 디자인을 개발했다. 현대로템.

현대로템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이노트란스(InnoTrans) 2026’에서 공개한 차세대 고속차량 콘셉트 모델. 현대자동차그룹과 공동으로 외관과 실내 디자인을 개발했다. 현대로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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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은 이번 이노트란스에서 현대자동차그룹과 공동 개발한 차세대 고속차량 콘셉트 모델도 처음 공개했다.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 현대디자인센터와 외관부터 실내 공간까지 공동 개발했으며, 승객의 사용자 경험(UX)을 차량 설계의 중심에 뒀다.


이번 콘셉트 디자인은 단순 전시용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로템은 지난 8월 계약한 최고속도 370㎞급 EMU-370 1편성·16량과 내년 발주가 예상되는 KTX-1 대체 사업에 적용할 차량 디자인의 기반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KTX-1 대체 사업 차량은 최고속도 320㎞급으로 발주될 예정이다.


특히 외관은 고속 주행 때 공기저항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대로템에 따르면 현대차 공력개발팀과 총 520시간에 걸쳐 공력해석과 풍동시험 등을 진행해 콘셉트 모델 기준 KTX-청룡보다 공기저항계수를 약 36% 낮췄다.


실내에서는 승객 인터뷰와 실제 고속열차 탑승 경험을 토대로 불편 요소를 개선했다. 다리 공간과 선반 공간을 넓히고 창문 하단부를 낮춰 개방감을 높였다.


이원상 현대로템 레일솔루션연구소장은 "전 세계에 있는 고속철 디자인을 조사해 장단점을 분석하고 고객들을 직접 인터뷰했다"며 "기존 KTX에서 발 공간이나 머리 공간, 창문의 개방감, 노트북을 사용할 때의 불편함 같은 부분까지 살펴봤다"고 설명했다.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이노트란스(InnoTrans) 2026’ 현대로템 부스 내 영상 전시관을 둘러본 뒤 기자단과의 스탠딩 인터뷰를 위해 전시관을 나서고 있다. 현대로템.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이노트란스(InnoTrans) 2026’ 현대로템 부스 내 영상 전시관을 둘러본 뒤 기자단과의 스탠딩 인터뷰를 위해 전시관을 나서고 있다. 현대로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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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이 디자인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번에 도입될 고속열차가 앞으로 수십년간 운행될 차량이기 때문이다.


조일연 현대로템 레일솔루션사업본부장은 "기존 KTX가 약 30년을 채우고 퇴역하는 것처럼 이번에 도입될 차량도 최소 30년, 개량까지 고려하면 40년까지 사용할 수 있는 차"라며 "이제 고속철은 단순히 속도나 성능, 힘만 따지는 단계를 넘어 사용자 경험이 굉장히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타는 사람뿐 아니라 차량을 운영하고 유지·보수하는 사람까지 고려한 차를 만들어야 한다"며 "현대차와 협업하는 것도 세계적 수준의 차량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번 수주전에서는 해외 업체의 도전 여부도 변수다. 앞선 국내 고속철 입찰에서도 해외 업체와 국내 업체 간 협업이 시도된 바 있다. 2023년 코레일의 EMU-320 136량 입찰에서는 현대로템과 우진산전이 경쟁했고, 당시 우진산전은 스페인 철도차량 업체 탈고(Talgo)와 기술 협력을 추진했다. 우진산전이 기술평가에서 기준점에 미달하면서 현대로템이 사업을 수주했다.


내년 사업은 당시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 국제경쟁입찰인 만큼 해외 메이저 철도업체가 직접 참여하거나 국내 업체와 손잡고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조 본부장은 해외 업체의 참여 가능성에 대해 "아직은 모르겠지만 분명히 관심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1세대 KTX 사업에 참여했던 알스톰에 대해서는 "기존 자기들 물량을 대체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분명히 관심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현대로템은 국내에서 축적한 고속철 제작 경험과 공급망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조 본부장은 "한국형 고속철의 국산화율은 87%가 넘고 1·2·3차 협력사를 포함하면 국내 약 200개 업체가 함께 사업을 끌고 간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입찰에는 국산화율에 따른 별도 가점이 없다. 이 연구소장은 미국의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제도 등을 언급하며 "해외에는 자국 산업을 고려하는 장치들이 있는데 국내에는 그런 부분이 없어 협력업체들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로템은 국내 수주를 해외 고속철 시장 확대를 위한 발판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현대로템은 2024년 우즈베키스탄에 국산 고속철을 처음 수출했으며, 최근에는 8편성 추가 도입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조 본부장은 "고속철에서는 알스톰이나 지멘스, 중국 CRRC 등에 비하면 저희는 아직 후발 주자"라며 "해외에서는 얼마나 많은 고속철 사업을 했는지, 차량뿐 아니라 유지·보수와 운영에서 어떤 실적을 갖고 있는지를 굉장히 따진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고속철 수주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이런 레퍼런스를 빨리 키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수주 결과를 섣불리 예단하지 않으면서도 마지막까지 경쟁하겠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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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은 마지막 발표가 날 때까지 알 수 없습니다. 힘을 쏟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베를린(독일)=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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