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5박7일 유엔·멕시코 순방 마치고 귀국…靑인선·통합·부동산 과제 산적
한미 정상회담·멕시코 무역협정 재개 동력
순방 성과 이행하며 청와대·내각 인선 서둘러야
중수청·공소청 출범 D-5…김지용 후보자 둘러싼 이견 여전
부동산 가격 상승·범여권 갈등도 과제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5박 7일간의 미국·멕시코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다. 유엔총회에서 한반도 평화공존 구상을 제시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멕시코와 경제·첨단산업 협력의 제도적 기반을 넓힌 이 대통령은 귀국 직후부터 순방 성과의 후속 조치와 함께 청와대와 내각의 인사 공백, 형사사법체계 개편, 부동산 시장 불안, 범여권 내홍 등 산적한 국내 현안을 동시에 풀어야 한다.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는 이날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 편으로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지난 21일 출국한 지 7일 만이다. 이날 공항에는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병도 원내대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홍익표 정무수석,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나와 이 대통령을 맞이했다. 이 대통령은 마중 나온 인사들과 차례로 악수를 나눴다. 윤 장관은 이 대통령에게 "고생하셨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고, 김 대표는 이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다 크게 허기를 젖히며 웃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귀국 직후 참모진으로부터 국내 현안을 보고받는 한편 순방 성과를 공유하고 후속 이행 방안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멕시코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7일 성남 서울공항 공군 1호기에서 내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6.9.27 연합뉴스
유엔서 '평화공존' 청사진…트럼프와 깜짝 회담
이번 순방의 첫 무대인 뉴욕에서는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 평화공존의 3대 청사진을 제시했다. 남북이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고 차이를 인정하면서 공동 성장을 모색하는 '포용적 평화공존', 위기를 방지하고 갈등을 통제할 제도적 장치를 구축하는 '안정적 평화공존', 한반도를 넘어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평화공존'이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우선 '중단'시킨 뒤 '축소'를 거쳐 장기적으로 '핵 없는 한반도'로 나아가는 단계적 접근도 제시했다. 북미 대화를 재가동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현안에 대한 한국의 역할을 담은 'K-이니셔티브'도 제시했다. AI의 혜택을 모든 국가와 시민이 공유하는 '글로벌 AI 기본사회',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녹색 대전환', 에너지 수송로 위기에 공동 대응하는 '에너지 공급망 연대'가 세 축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위기와 같은 공급망 충격에 역량과 의지가 있는 국가들이 공동 대응하는 '건설적 기여국 연대'도 제안했다.
특히 대미 투자 협상의 진전과 맞물려 트럼프 대통령과 약 30분간 '깜짝 정상회담'을 가진 것이 미국 방문의 핵심 장면이었다. 두 정상은 대미 전략투자와 전시작전통제권·핵추진잠수함 등 한미 간 안보 현안을 논의하고 북미 대화 재개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미국이 한국에 기여 확대를 요구해 온 호르무즈 해협 문제는 정상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경제외교에도 공을 들였다. 이 대통령은 뉴욕에서 열린 '대한민국 투자 서밋 2026'에서 반도체·피지컬 인공지능(AI)·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를 비롯한 성장 전략을 월가의 주요 투자자들에게 제시했다. 향후 5년간 메모리 반도체 생산능력을 두 배로 확대하겠다는 구상도 공개하며 한국에 대한 투자를 요청했다.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뉴욕 한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6.9.23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멕시코에 포괄적 무역협정 제안…경제협력 제도화
16년 만의 멕시코 국빈 방문에서는 양국 관계의 외연을 경제·첨단산업으로 넓혔다. 이 대통령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2026~2030 한·멕시코 공동행동계획'을 채택하고 7년간 진행된 투자보장협정 개정 협상을 타결했다. 양국 수출입은행 간 1억달러 규모의 전대금융을 신설하고 AI와 우주·방산 등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체결된 양해각서(MOU)는 16건이며 AI 협력 선언도 별도로 채택했다.
특히 2008년 이후 사실상 멈춰선 양국 무역협정 논의를 되살릴 계기를 마련했다. 이 대통령은 한·멕시코 비즈니스포럼에서 양국이 조속히 '포괄적인 무역협정' 논의를 재개하자고 제안했다. 한국 기업들도 북미·중남미 시장의 핵심 교두보인 멕시코와의 경제협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경제협정의 조속한 체결을 요청했다. 사실상 한·멕시코 자유무역협정(FTA) 또는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협상을 다시 궤도에 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청와대·내각 추가 인선…검찰개혁·집값도 숙제
이 대통령은 귀국 직후 외교무대에서 확보한 성과를 실제 투자와 사업으로 연결하는 동시에 순방 기간 쌓인 국내 현안을 풀어내야 한다. 당장 청와대 인적 쇄신의 폭을 결정해야 한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 대통령 출국 당일인 21일 최근 인사 논란 등에 대한 '종합적 책임'을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수리할 경우 이달 1일 물러난 김용범 전 정책실장에 이어 청와대 핵심 참모진의 공백이 커진다. 강 실장의 거취 결정과 후임 정책실장 인선이 맞물려 청와대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내각의 인사 공백도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3일 물러난 데 이어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사퇴하면서 두 부처의 장관 후보자를 새로 찾아야 한다. 특히 법무부 장관 인선은 다음 달 2일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이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시간표가 촉박하다.
초대 중수청장 인선은 정국의 뇌관이다. 검사 출신인 김지용 후보자는 과거 검찰 수사권 축소에 반대했던 전력 등을 이유로 범여권 일각의 반발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이 추가 검증까지 지시한 가운데 김 후보자가 수사·기소 분리라는 형사사법 개혁의 대원칙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범여권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 당시 행보 등을 지목하며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민생에서는 부동산이 최대 현안이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장기화하고 일부 지역의 상승세가 주변으로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정부의 추가 대응 여부에 시장의 시선이 쏠린다. 이 대통령이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시장을 "반드시 안정시키겠다"며 공급 확대와 투기 억제를 동시에 강조한 만큼 귀국 후 시장 상황을 다시 점검하고 후속 대책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 하락·범여권 파열음…추석 '밥상 민심' 시험대
범여권 내부의 파열음을 수습하는 것도 숙제다. 검찰개혁의 속도와 공소청 직제, 김지용 후보자 인선 등을 놓고 여권 내부에서도 정부를 향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멕시코 동포간담회에서 개혁에 대해 "너무 빨리, 멀리, 급하게 가면 반동을 맞이한다"며 저항과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실질적인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로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국가보안법 폐지 논의를 사례로 들며 '선명성 경쟁'이 오히려 개혁의 실질적 성과를 가로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정부의 검찰개혁 방식을 강하게 비판해 온 유시민 작가 등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유 작가는 앞서 이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를 문제 삼으며 "대통령이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비판했고, 청와대도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를 사실과 다르게 왜곡하는 것에 유감"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순방 중에도 개혁의 속도와 방법을 둘러싼 범여권 내부의 균열이 노출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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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이후 국정 지지율을 반전시키는 것도 이 대통령의 과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취임 후 저점에 머물고 있고, 특히 중도층 이탈이 두드러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락세는 일단 멈췄지만 민심의 흐름이 돌아섰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추석 인사를 통해 "의견이나 생각의 차이도 가리지 않고 국민 한 분 한 분의 삶"을 챙기겠다고 통합 메시지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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