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설비 53GW…APR1400 약 38기와 맞먹는 규모
5사 자산 합계 67조·직원 1만3000명
중국 제외 세계 8위급
석탄·LNG 비중 95% 넘어…재생 중심 발전원 전환도 숙제

발전5사 합친 '한국발전'…얼마나 큰 회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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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0월 출범을 목표로 하는 '한국발전'은 어느 정도 규모의 회사일까.


세계 전력시장을 보면 프랑스 EDF와 인도 NTPC처럼 한 회사가 수십GW(기가와트)의 발전설비를 운영하는 대형 발전사들이 있다. 미국과 유럽에도 국가나 여러 지역에 걸쳐 발전소를 운영하는 전력회사들이 적지 않다. 발전공기업 5곳을 하나로 묶는 한국발전 역시 출범과 동시에 이들과 규모를 비교할 만한 대형 발전사 대열에 들어서게 된다.

26일 기후에너지환경부와 발전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을 합친 한국발전의 발전설비는 약 53GW에 달한다. 국내 주력 원전인 APR1400의 설비용량 1.4GW와 단순 비교하면 약 38기에 해당한다. 2025년 결산 기준 발전5사의 자산을 합치면 약 67조원, 직원은 1만3000명을 웃돈다.


정부는 한국발전이 출범하면 발전설비 기준 중국 기업을 제외하고 세계 8위 규모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 국영전력회사 EDF의 발전설비는 약 126GW, 인도 최대 발전공기업 NTPC는 90GW를 넘어선다. 스페인 이베르드롤라는 58GW 수준으로 한국발전과 격차가 크지 않다.

단순히 덩치만 비슷한 것은 아니다. 이들 기업이 어떤 발전원을 갖고 있느냐를 들여다보면 앞으로 한국발전이 안고 갈 과제도 보인다. EDF는 원전이 중심이고 이베르드롤라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다. 반면 한국발전의 53GW 가운데 석탄이 약 32GW, 액화천연가스(LNG)가 약 19GW다. 석탄발전의 단계적 폐지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한국발전으로서는 53GW라는 덩치를 어떻게 재편하느냐가 출범 이후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발전5사 통합을 추진하면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요 명분 가운데 하나로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5개 발전사가 각각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업을 개발했지만 앞으로는 통합법인이 자본과 인력을 모아 대형 사업을 추진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해외 대형 전력회사들도 비슷한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베르드롤라는 전체 발전설비 가운데 재생에너지가 46GW를 넘어선다. 석탄발전을 기반으로 성장한 NTPC 역시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해 2032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 60GW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발전 역시 세계적인 규모의 발전사라는 외형과 함께 발전원 구성을 어떻게 바꿔갈지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5곳이 따로 사던 연료도 한꺼번에

덩치가 커지면서 당장 기대할 수 있는 변화는 '규모의 경제'다. 발전5사는 2001년 한전 발전부문이 분리된 이후 각각 발전소를 운영하고 석탄·LNG 등 연료를 구매해왔다. 발전설비 투자와 해외사업, 재생에너지 개발도 회사별로 이뤄졌다.


한국발전이 출범하면 이 기능도 하나로 묶인다. 5개 회사가 따로 구매하던 발전연료를 통합 구매하고 발전설비 투자 역시 하나의 회사가 결정한다. 정부는 구매력을 높여 연료비를 낮추고 회사별 중복 투자와 경쟁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사업을 추진할 때도 차이가 생긴다. 해상풍력이나 대규모 태양광처럼 초기 투자비가 많이 필요한 재생에너지 사업을 회사별로 나눠 추진하는 대신 자본과 전문인력을 한곳에 집중할 수 있다. 해외 발전사업에서도 5개 회사가 개별적으로 경쟁하기보다 통합법인 차원의 투자 판단과 사업 개발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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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보다 복잡한 통합…575개 시스템도 하나로

다만 회사의 간판을 하나로 바꾼다고 통합 작업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발전5사는 2001년 분리된 이후 20년 넘게 별도 회사로 운영됐다. 인사와 회계, 계약은 물론 정보기술(IT) 체계도 회사마다 따로 구축돼 있다.


현재 발전5사가 운영하는 시스템과 소프트웨어는 모두 575개에 달한다. 한국발전 출범 전까지 전사적자원관리(ERP)를 비롯한 핵심 시스템을 통합하고 조직·인사·회계·계약 기준도 하나로 맞춰야 한다.


정부가 법인 출범까지 약 1년의 준비기간을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후부 제2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통합준비위원회를 중심으로 한전과 발전5사 등이 참여해 조직과 인사, 재무, IT 등 분야별 통합 작업을 진행한다.


통합 이후 조직은 기존 화력발전소 운영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정부는 통합본사에 재생에너지본부와 정의로운전환본부, 안전기술본부, 기획관리본부 등 4개 본부를 두고 전국에 3~4개의 지역재생에너지본부를 설치할 계획이다. 석탄발전 폐지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력 재배치와 신규 재생에너지 사업도 한국발전이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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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발전부문 분할 이후 26년 만에 다시 하나의 회사로 합쳐지는 만큼 서로 다른 조직과 시스템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통합하느냐가 한국발전의 연착륙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최근 발전5사 통합과 관련해 "52개 석탄발전소가 연차적으로 폐지되는 상황 속에서 발전5사 통합법인은 에너지 업계의 시장 지배적 사업자라기보다 효과적 전환을 위한 통합기구로 운영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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