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박 7일 간 뉴욕·멕시코 순방 마무리
대미투자 진전 속 트럼프와 30분 회담
핵잠·농축재처리·전작권 후속협의키로
유엔서 3대 평화공존 청사진·K이니셔티브
월가엔 韓자본시장 개혁 세일즈
멕시코 투자보장협정 개정 타결
무역협정 공동연구·FA-50 등 협력 확대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뉴욕과 멕시코를 잇는 5박 7일간의 순방을 통해 한미 간 경제·안보 현안의 후속 협의 동력을 확보하고 멕시코와는 투자·통상부터 공급망·첨단산업까지 협력의 폭을 넓혔다. 유엔총회에서는 한반도 평화공존 구상과 'K-이니셔티브'를 국제사회에 제시했고, 월가 투자자들에게는 외환·자본시장 개혁과 첨단산업 투자 구상을 설명했다. 멕시코에서는 7년간 끌어온 투자보장협정 개정 협상을 타결한 데 이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으로 나아가기 위한 공동연구에도 착수하기로 했다.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뉴욕 한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6.9.23 연합뉴스
대미투자 진전 속 30분 정상회담…핵잠·전작권 후속 협의
뉴욕 일정에서는 당초 성사 여부가 불투명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극적으로 열려 눈길을 끌었다. 한미 전략투자 사업 논의가 막판 큰 진전을 보이면서 회담 추진이 급물살을 탔고, 두 정상은 22일(현지시간) 약 30분간 마주 앉았다.
두 정상은 전략투자 논의의 진전을 환영하고 지난해 11월 마련한 한미 공동설명자료를 토대로 핵추진잠수함,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조선업 협력,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에 대한 후속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 의지도 재확인했다. 양 정상은 이른바 '피스메이커-페이스메이커' 역할 분담을 토대로 북한과 대화의 물꼬를 트고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해 긴밀히 소통하기로 했다.
대미투자라는 경제 현안의 진전과 함께 그동안 협의가 더뎠던 안보 의제들이 정상 차원의 후속 협의 대상으로 다시 확인됐다는 점도 이번 회담의 성과다. 특히 전작권 전환 사안의 경우 정상회담 테이블이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핵잠, 농축·재처리, 전작권 전환 모두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인 이행 시점이나 방식까지 합의된 것은 아니며 향후 양국 고위급·실무 협의를 통해 세부 내용을 좁혀가야 한다.
유엔선 '평화공존'…월가에선 외환·자본시장 개혁 세일즈
이 대통령은 제81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포용적 평화공존', '싸울 필요가 없는 안정적 평화공존',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평화공존'을 한반도 평화의 3대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우선 중단시키고 축소 단계를 거쳐 장기적으로 '핵 없는 한반도'로 가겠다는 단계적 접근도 재확인했다. 한국은 북미 대화가 조속히 재개되도록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국제사회에는 '글로벌 AI 기본사회', '녹색 대전환',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연대'를 3대 'K-이니셔티브'로 제안했다. 한반도 문제뿐 아니라 AI와 기후위기, 에너지 공급망 등 글로벌 현안에서 한국의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호르무즈와 홍해 등 에너지·물류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건설적 기여국 연대'도 제안했다.
경제외교는 월가로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23일 '대한민국 투자 서밋 2026'에서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회장, 엠마누엘 로만 핌코 최고경영자(CEO) 등 글로벌 금융계 인사들과 만나 한국의 성장전략과 투자 기회를 설명했다. 반도체·피지컬AI·AI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와 소형모듈원자로(SMR)·핵융합 등 차세대 산업에 대한 투자도 요청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 투자 서밋 2026'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티모시 가이트너 워버그 핀커스 회장,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 이재명 대통령,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 엠마누엘 로만 핌코 CEO. 2026.9.23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시장 제도 개선 의지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와 자사주 원칙적 소각 등을 담은 세 차례 상법 개정, 외환시장 24시간 거래체계 전환 등을 소개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해서도 외환·자본시장의 접근성 개선은 핵심 과제로 꼽힌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한국의 AI·반도체 경쟁력을 평가하면서 외환시장 접근성과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시장 개혁의 지속적인 이행에 관심을 나타냈다.
성기홍 홍보소통수석은 멕시코시티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갖고 "세계 최대의 다자 외교 무대인 유엔 총회에 정상이 2년 연속으로 참석해 국익 증진을 위한 종합 외교의 기회로 적극 활용했다"며 "한미 정상회담과 한-호주 정상회담을 개최하면서 한반도 정책과 관련한 국제적 지지의 기반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년간 국정 성과를 바탕으로 다자무대 리더십을 공고화하며 한반도 평화 공존 관련 국제사회의 이해와 지지 기반을 확대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7년 끈 투자보장협정 타결…17건 협력 문건 체결·CEPA 제안
이어 멕시코를 국빈 방문한 이 대통령은 24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2026~2030 한·멕시코 공동행동계획'을 채택했다. 양국 정부와 기관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AI와 우주, 통상·산업, 금융, 문화 등 모두 17건의 협력문건을 체결하거나 합의했다.
가장 구체적인 경제 성과 가운데 하나는 7년 동안 진행된 투자보장협정 개정 협상의 최종 타결이다. 양국 수출입은행은 1억달러 규모의 전대금융 한도를 설정했고, 원유와 핵심자원 공급망을 다룰 정부 간 대화 채널도 마련하기로 했다. 투자보장협정 개정안은 향후 국내 절차와 국회 비준동의를 거쳐 발효된다.
무역협정 논의에도 다시 시동을 걸었다. 다만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재추진하기에 멕시코 측이 준비가 돼있지 않은 상황인 탓에 우선 상품 교역뿐 아니라 산업협력과 공급망까지 포괄하는 경제협력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한 공동이익연구를 추진하기로 했다. 멕시코가 미국·캐나다와 USMCA 재검토 협의를 진행 중인 만큼 이를 지켜보면서 후속 협상의 여건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언급한 '무역협정'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CEPA는 상품 관세 인하에 주로 초점을 맞춘 전통적인 FTA보다 무역·투자·산업·공급망 협력 등을 폭넓게 다루는 경제협정이다. 이에 따라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관심이 큰 관세 문제도 향후 논의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CEPA가 무역과 투자, 산업, 공급망 협력 등을 포괄하는 만큼 "관세 문제도 논의 과정에서 다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산·항공우주 협력도 확대했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마련된 관련 협력에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경공격기 FA-50을 포함해 정비·부품 공급과 현지 생산 가능성을 검토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정부 공식 발표에서도 이 대통령은 한국 방산 물자가 멕시코의 군 현대화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25일 한·멕시코 비즈니스포럼에서도 무역협정과 산업협력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양국의 상호보완적인 산업구조를 고려하면 포괄적 무역협정이 경제협력을 한 단계 높일 기반이 될 수 있다며 관련 논의의 조속한 재개를 기대했다. 멕시코의 제조 기반·부품 생태계에 한국의 첨단기술을 결합해 북미를 넘어 세계 시장을 함께 공략하고, 바이오·헬스케어·뷰티와 에너지·전력·인프라 등으로 협력을 넓히자는 제안도 내놨다.
성 수석은 멕시코시티 현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16년 만에 우리 정상의 국빈 방문으로 중남미 정치, 경제, 외교 핵심 국가인 멕시코와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획기적으로 도약하는 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동포간담회선 개혁 선명성 목소리 재차 직격…연임 개헌론엔 재차 선 긋기
순방 과정에서는 국내 정치 현안을 향한 메시지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멕시코 동포간담회에서 개혁 과정의 과도한 선명성 경쟁을 경계하며 "너무 빨리, 멀리, 급하게 가면 반동을 맞이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국가보안법 폐지 논쟁을 사례로 들면서 독소조항 삭제에 합의가 이뤄질 뻔했지만 '전면 폐지' 주장이 나오면서 결과적으로 개정도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이 유시민 작가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청와대가 유 작가의 검찰개혁 비판에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한 데 이어 나온 발언인 데다, 당시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를 주장했던 유 작가의 과거 행보와 맞물리면서 유 작가와 여권 내 강경한 개혁론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연임 개헌 논란에도 다시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2030년 6월 2일을 넘기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며 자신의 임기 연장 가능성을 부인했다.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연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힌 데 이어 임기 종료 시점까지 직접 거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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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그만둘 만하네' 억대 연봉에 해외여행…고...
이 대통령은 순방을 마치고 26일 귀국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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