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개국 3170개사…역대 최대 규모
AI·로봇·자율주행이 핵심 화두
차량 113대 집결…친환경·디지털 경쟁

세계 철도·교통 기술이 한자리에 모인 '이노트란스(InnoTrans) 2026'이 지난 22~2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렸다. 59개국 3170개 기업이 약 20만㎡ 규모 전시장을 채운 가운데 인공지능(AI)과 로봇, 자율주행 기술이 올해 행사를 관통한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수소·배터리 등 친환경 동력과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철도의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는 경쟁도 치열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이노트란스 2026 야외 전시장에 각국 철도차량이 전시돼 있다. 오른쪽은 현대로템의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EMU-320. 서믿음 기자

지난 2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이노트란스 2026 야외 전시장에 각국 철도차량이 전시돼 있다. 오른쪽은 현대로템의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EMU-320. 서믿음 기자

AD
원본보기 아이콘

올해 15회째를 맞은 이노트란스는 1996년 처음 열려 올해 30주년을 맞았다. 철도차량기술, 철도 인프라, 대중교통, 차량 내부, 터널 건설 등 5개 분야에서 세계 각국의 철도·교통 기업이 신기술을 선보였다. 올해 참가기업은 2024년보다 약 200개 늘어나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산업계의 관심은 개막 전부터 뜨거웠다. 42개 전시홀과 야외·선로 전시장, 버스 전시장 등을 포함한 약 20만㎡의 전시공간은 개막을 6개월 이상 앞두고 모두 예약됐다. 참가기업들이 세계 최초로 공개한 기술·제품만 180개에 달했다. 주최 측은 올해 공개된 기술을 분석한 결과 AI와 로봇, 자동화가 국제 철도산업의 주요 기술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AI 활용 범위는 단순한 데이터 분석을 넘어 열차 운행과 차량·시설 점검, 유지보수, 에너지 절감, 승객 서비스까지 넓어졌다. 행사장 7.1a홀에 마련된 'AI 모빌리티 랩(AI Mobility Lab)'에는 47개 업체가 참여해 AI와 자동화, 사이버보안, 데이터 보호, 로봇 기술을 선보였다. 이 가운데 28개사는 이노트란스에 처음 참가했다.


호주 다우너(Downer)는 드론과 라이다(LiDAR), 레이저·광학센서에 AI와 머신러닝을 결합해 철도차량과 인프라의 이상을 찾아내는 기술을 선보였다. 독일 크노르브렘제(Knorr-Bremse)는 앞서 운행하는 열차의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해 불필요한 정차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공개했다. 업체 측 시험에서는 평균 10% 이상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이노트란스 2026 히타치레일 전시관이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다. 히타치레일은 디지털 철도·차량 관리 기술 등을 선보였다. 서믿음 기자

지난 2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이노트란스 2026 히타치레일 전시관이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다. 히타치레일은 디지털 철도·차량 관리 기술 등을 선보였다. 서믿음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

로봇도 철도 현장 깊숙이 들어왔다. 시스템7 레일 홀딩(system7 rail holding)은 선로 자갈을 다지는 작업을 자동화한 완전 디지털 방식의 탬핑 로봇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열차 안에서는 자율 서비스 로봇과 AI 기반 개인화 서비스를 결합한 미래형 열차 레스토랑 '파나루마(Panarooma)'도 등장했다.

올해 처음으로 로봇 기술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로봇 투어(Robotics Tours)'도 운영됐다. 약 90분간 10개 안팎의 전시업체를 둘러보며 모빌리티 분야에 적용되는 로봇 기술을 살펴보는 프로그램이다. AI 관련 전시업체를 찾아가는 투어도 하루 두 차례 진행됐다.


이 같은 기술 경쟁에 한국 기업들도 참가했다. 현대로템을 비롯해 SR, 네오트랜스, 우진, 로만시스, 솔리드 등 국내 철도차량·운영·부품 관련 업체들이 행사장 곳곳에 부스를 꾸렸다. 현대로템은 실내 부스뿐 아니라 야외 선로에도 최고 운행속도 시속 320㎞의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EMU-320을 전시했다.

고경석 주독일대사(왼쪽)와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이노트란스(InnoTrans) 2026’ 현대로템 부스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현대로템.

고경석 주독일대사(왼쪽)와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이노트란스(InnoTrans) 2026’ 현대로템 부스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현대로템.

원본보기 아이콘

고경석 주독일대사도 지난 22일 현대로템 부스를 찾아 EMU-320 실차와 차세대 고속차량 전시를 둘러봤다. 고 대사는 "세계 유수 기업들이 경쟁하는 무대에서 우리 기업이 기술력을 선보이는 모습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해외 철도 수주를 위해 대사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율주행 역시 주요 화두였다. 대중교통 분야에는 414개 업체가 약 2만㎡ 규모 전시장에 참여했다. 디지털 발권과 지능형 교통계획부터 자율주행 버스와 철도차량까지 미래 대중교통 기술이 소개됐다. 벨기에 오티브(OTIV)는 AI를 활용한 자율 철도차량과 자동 열차운행 기술을, 레일에보(RailEvo)는 수요에 따라 운행하는 자율 철도택시 개념을 선보였다.


중국중차(CRRC)는 친환경 동력과 지능형 기술을 결합했다. 2000㎾급 수소연료전지 하이브리드 기관차에 딥러닝 기반 지능형 주행 플랫폼을 탑재했다. 차량 주변을 360도로 인식하고 여러 센서 정보를 종합하는 기술도 적용했다. 친환경 동력뿐 아니라 실제 열차 운행 과정으로 AI가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이노트란스 2026 야외 선로 전시장을 관람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뒤편에는 지멘스 모빌리티의 기관차 ‘벡트론 X(Vectron X)’ 등 각국 철도차량이 전시돼 있다. 서믿음 기자

지난 2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이노트란스 2026 야외 선로 전시장을 관람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뒤편에는 지멘스 모빌리티의 기관차 ‘벡트론 X(Vectron X)’ 등 각국 철도차량이 전시돼 있다. 서믿음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

세계 주요 철도 제작사들의 실물 차량은 야외 전시장을 채웠다. 3500m에 달하는 선로를 포함한 야외·선로 전시장에는 17개국에서 온 차량 113대가 전시됐다. 약 2만㎡ 규모 공간에 130개 업체가 참여해 고속열차와 전동차, 기관차, 화물차량 등을 내놨다. 수소·배터리 등 대체동력과 새로운 야간열차도 주요 흐름으로 꼽혔다.


스위스 슈타들러(Stadler)는 최고속도 시속 200㎞의 2층 전동차 '키스(KISS)'를 전시했다. 독일 지멘스 모빌리티(Siemens Mobility)는 오스트리아연방철도용 전동차 '미레오(Mireo)'와 여객·화물용 기관차 '벡트론 X(Vectron X)'를 선보였다. 프랑스 알스톰(Alstom)은 배터리·수소 등 다양한 친환경 동력으로 확장 가능한 코라디아 스트림(Coradia Stream) 플랫폼을 선보였다.


한국에서는 현대로템의 EMU-320이 야외 선로에 올랐다. 8량 1편성, 501석 규모로 최고 운행속도는 시속 320㎞다. 주최 측도 한국에서 운송된 고속열차를 올해 야외 전시장의 주요 차량 가운데 하나로 소개했다. 한국과 중국에서 출발한 전시 차량들은 선박으로 유럽까지 운송됐으며 일부는 내륙 수로를 거쳐 베를린까지 이동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이노트란스 2026에 전시된 현대로템 EMU-320 객실을 관람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EMU-320은 최고 운행속도 시속 320㎞의 동력분산식 고속열차다. 서믿음 기자

지난 2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이노트란스 2026에 전시된 현대로템 EMU-320 객실을 관람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EMU-320은 최고 운행속도 시속 320㎞의 동력분산식 고속열차다. 서믿음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

철도 밖 대중교통에서도 전동화와 자율주행 기술 경쟁이 이어졌다. 전시장 내 야외 공간인 '좀머가르텐(Sommergarten)'에는 버스 전시장과 500m 길이 시연 코스가 마련돼 전기버스 등 미래 대중교통 기술을 실제 운행 형태로 선보였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도 새로운 기술에 주목했다. 이탈리아에서 온 철도업계 영업담당자 알레산드로 아스카니오(Alessandro Ascanio)는 "새로운 시스템과 응용기술, 새로운 에너지원에 대한 연구가 인상적이었다"며 "철도 시스템에서도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크로아티아에서 온 철도 인프라 업계 관계자 보조 유리치(Bo?o Juri?)와 도미니크 후사렉(Dominik Husarek)은 철도 인프라를 눈여겨봤다. 이들은 "새로운 솔루션이 많이 소개됐다"며 전차선 설계 등에 적용할 새 기술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AD

AI가 검사와 유지보수, 운행 등 철도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만큼 안전성과 신뢰성을 둘러싼 과제도 제기됐다. 독일에서 온 철도 컨설팅업계 종사자 트리스탄 다우크(Tristan Dauck)는 "AI 관련 전시 공간을 둘러보며 AI 활용이 확대되는 흐름을 느꼈고 교통 분야의 특정 용도에서는 매우 유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철도 신호나 열차 제어처럼 안전과 직결된 분야에서는 AI 오류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를린(독일)=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