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동포 간담회 참석
국보법 개정·폐지 갈등 소환
"선명해서 멋있어도 실질적 결과 어려워"
靑, 전날 유시민에 "검찰개혁 의지 왜곡 유감"
연임 개헌 논란엔 재차 선긋기
"2030년 6월 2일 넘길 일 없어"

이재명 대통령이 개혁 과정에서 속도와 '선명성 경쟁'을 경계하며 기득권의 저항을 최소화하면서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 당시 국가보안법 개정·폐지 논쟁을 사례로 들며 개혁 진영 내부의 과도한 요구가 오히려 제도 개선의 기회를 잃게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냈다. 공교롭게도 전날 청와대가 이 대통령의 검찰개혁 구상을 두고 "국민을 속였다"고 비판한 유시민 작가에게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한 직후 나온 발언이다. 최근 연임 개헌 논란에는 "2030년 6월 2일을 넘기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며 다시 선을 그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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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를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오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제한된 시간 내에 제가 할 수 있는, 또 하고 싶었던 많은 일과 약속을 해내려고 정말 분초를 아껴가면서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개혁 추진에 대한 생각을 비교적 상세히 밝혔다.


이 대통령은 개혁을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적으로 바꾸는 것"이자 "시스템을 바꾸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기존 제도에서 이익을 얻는 집단은 수가 적더라도 변화에 따른 손실이 직접적인 만큼 강하게 저항하는 반면, 개혁으로 혜택을 보는 다수는 그 변화를 당연하게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게 이 대통령의 분석이다.

그러면서 개혁의 명분 못지않게 '어떻게 결과를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프랑스 국빈 방문 당시 언급했던 프랑스혁명을 다시 꺼내며 "혁명적 상황이 되면 오버하는 경향이 있다"며 "너무 빨리, 멀리, 급하게 가다가 반동을 맞는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노무현 정부 당시 국가보안법 논쟁을 추가로 꼽았다. 이 대통령은 당시 국가보안법 전체를 폐지하는 대신 일부 독소조항을 우선 손질하는 방안을 놓고 여야 간 합의 가능성이 있었지만, 여권 내부에서 전면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결과적으로 개정도 이뤄지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누군가가 갑자기 반대를 하기 시작했다. '폐지를 해야지, 반만 폐지하는 게 세상에 어디 있느냐'고 했다"며 "상대방이 '통째 폐지는 안 된다'고 반대하는 바람에 결국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뭔가 자신들의 선명함을 드러내기 위해 과한 주장을 한다"며 "선명해서 멋있을지는 몰라도 실제로 우리가 원하는 바람직한 상황을 만드는 데 좋은 결과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4년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국가보안법 개정과 전면 폐지를 놓고 격론이 일었다. 유 작가도 당시 의원으로서 전면 폐지를 주장했던 인사 중 한 명이었다. 다만 당시 국보법 개정·폐지가 무산된 데에는 여당 내부의 이견뿐 아니라 한나라당의 반발과 국회 점거, 여야 지도부 협상 결렬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당시 상황을 둘러싼 정치권의 평가는 지금까지도 엇갈린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최근 검찰개혁 문제로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는 유 작가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유 작가는 지난 22일 유튜브 방송에서 이 대통령이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검찰개혁 구상에 대해 "우리가 생각했던 검찰개혁, 민주당의 입장, 대통령의 공약이라고 얘기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며 "지금까지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의 출발점은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당시 검찰개혁의 '최대치'에 대해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검사를 분리하고, 법무부 안에서 두 기능을 서로 다른 기관이 담당하도록 하는 구상을 설명했다. 유 작가는 이를 두고 그동안 여권과 지지층이 이해해온 '수사·기소의 완전한 조직적 분리'와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런 얘기를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며 대통령이 진작 자신의 구상을 밝혔어야 했다고도 했다.


유 작가와 청와대의 충돌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유 작가는 지난 7월에도 검찰개혁이 지연된 것은 이 대통령이 수사·기소의 완전한 분리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당시 청와대는 "특정인의 발언에 별도 대응하지 않는다"면서도 "청와대와 이 대통령은 수사·기소 분리라는 검찰개혁의 핵심 가치에 대해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유 작가의 비판이 '국민을 속였다'는 표현까지 올라가자 청와대 대응도 한층 강해진 모양해다. 청와대는 24일 별도 언론 공지를 내고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를 사실과 다르게 왜곡하는 것에 유감"이라며 "근거 없는 비난성 주장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유 작가에 대한 법적 대응 검토 보도에는 "법적 대응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특정인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다. 다만 국보법 논쟁에서 '전면 폐지'를 고집했던 개혁 진영 내부의 강경론을 비판하고, 청와대가 바로 전날 유 작가의 검찰개혁 비판에 이례적으로 공식 대응했다는 점에서 최근 여권 내부의 개혁 노선 논쟁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한꺼번에 화끈하게 시끄럽게 치우면 좋지만 쉽지 않다"며 "가급적 저항도 최소화하고 반발도 최소화하고 실효적으로, 실용적으로 실질적 결과를 만들어내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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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발언 마지막 부분에선 자신의 임기도 직접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재외동포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여러분들이 대한민국을 걱정하지 않도록 최소한 제가 재임하는 동안은 대한민국이 여러분들을 잘 챙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웃으며 "혹시라도 2030년 6월2일을 넘기는 일은 절대로 없을 테니까, 혹시라도 그런 걱정하시는 분들은 걱정하지 마시기 바란다"고 했다.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연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취지로 밝힌 데 이어 임기 종료 시점을 구체적인 날짜로 못 박으며 연임 개헌이나 임기 연장 가능성을 다시 부인한 것이다.


멕시코시티(멕시코)=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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