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제 KT스튜디오지니 신사업본부장 인터뷰
"핵심 역량 재조합해 만든 조직…팀=회사"
AI 프로덕션은 내재화, 숏폼은 신중하게 접근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대의 도래로 영상 콘텐츠 판권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KT스튜디오지니의 사업도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오랜 캐시카우였던 드라마와 KT알파에서 이관받은 콘텐츠 유통만으로는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신사업본부를 조직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오기제 KT스튜디오지니 신사업본부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회사의 핵심 역량을 재조합해 만든 조직"이라고 밝혔다.


오기제 KT스튜디오지니 신사업본부장.

오기제 KT스튜디오지니 신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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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본부는 영화, 숏폼, 웹소설, 디지털콘텐츠, 채널 사업까지 성격이 다른 다섯 영역을 아우른다. 이를 하나로 묶은 이유를 묻자 오 본부장은 조직 운영 방식으로 답했다. "회사에 별도 레이블은 없지만, 팀 하나하나를 작은 회사로, 팀장을 각 사업의 최고경영자(CEO)로 여긴다"고 설명했다. 사업의 성격은 제각각이지만, 위임과 지원 방식만큼은 같다는 이야기다.

작지만 강한 스튜디오


KT스튜디오지니가 영화산업에서 노리는 위치는 A24나 블룸하우스 같은 해외의 작지만 강한 스튜디오다. 차별적인 기획으로 투자 가뭄을 겪는 한국 영화 시장에 새로운 활로를 내고자 한다. 제작비 50억원 미만의 중소형 영화를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이미 쇼박스와 공동 투자해 리스크를 관리하는 모델도 만들어놓았다.


영화가 신사업본부에 편입된 이유는 조금 다르다. 오 본부장은 "드라마와 영화는 경제학적으로 생산 요소가 같은 콘텐츠"라고 밝혔다. KT스튜디오지니가 5년간 드라마를 만들며 쌓은 이야기 개발 역량을 영화에 적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신사업본부는 이 역량을 기반으로 사업 인프라를 확대하고, 작품 소싱 대상을 넓힌다.

드라마 '신병' 스틸 컷.

드라마 '신병'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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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확정된 작품은 네 편이다. 민진기 감독의 '신병 더 무비'는 연말이나 내년 초 개봉을 준비한다. 이승원 감독의 '부끄럽지 않아'는 편집 단계로, 내년 상반기 개봉이 목표다. 홍의정 감독의 '복수귀'와 촬영이 한창인 염정아·박은빈 주연의 '남은정'도 내년에 공개한다.


앞으로 어떤 기획 방향을 가져갈지 정하진 않았다. 오 본부장은 "드라마에서 강점을 쌓아온 것처럼 영화 역시 사업을 해나가며 잘할 수 있는 기획을 찾고자 한다"며 "대형 투자배급사처럼 모든 장르를 포괄하는 포트폴리오보다는 차별적인 기획을 겨냥한 영화를 중점적으로 수립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AI 프로덕션 내재화


KT스튜디오지니의 제작 방식 한 축은 인공지능(AI) 프로덕션이다. 오 본부장은 기술적 부분이 조만간 상향 평준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쟁 우위를 가르는 요소로는 프로젝트 수행 경험, 프롬프팅 아카이브(축적된 명령어 사례), 그 결과로 생산된 에셋 아카이빙을 꼽았다.


모두 시간을 들여 내부에 축적해야 하는 자산이다. 관리 편의성만 놓고 보면 외주가 유리하다. 타임 투 마켓(Time to Market)이 존재하지 않아 결과물이 늦게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꼽은 세 가지 자산을 직접 쌓아야 내부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실제 작업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쓰일까. 오 본부장은 드라마 '신병'의 전쟁 신을 예로 들었다. "애초 AI 하이브리드 프로덕션을 설계하고 접근한 프로젝트는 아니었다"며 "기존 방식으로 촬영하되 후반작업에서 AI 생성 컷이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방법론을 가리지 않고 효율적인 프로덕션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며 "이제는 드라마 프로덕션 전반에 AI가 활용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덧붙였다.


'무신귀환록' 제작 현장/KT스튜디오지니.

'무신귀환록' 제작 현장/KT스튜디오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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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더 과감하게 활용한 현장도 있다. 공개를 앞둔 숏폼 드라마 '무신귀환록'이다. 오 본부장은 세 가지 이점을 언급했다. 그린 스튜디오 촬영으로 로케이션 이동이 없다는 것, 배우 연기를 AI로 재생성해 마음에 들지 않는 테이크를 반복시키는 일이 줄었다는 것, AI 슈퍼바이저가 사전 생성한 이미지에 실제 연기를 합성한 화면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시간을 절약한다는 것이다.


다만 비용 절감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오 본부장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며 "숏폼에 한정하면 촬영 회차 단축과 이동 비용 절감 효과가 뚜렷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전체적인 절감 폭은 기획과 이야기, 대본에 따라 AI를 어디까지 쓰느냐에 좌우된다"고 말했다.


숏폼 시장, 장밋빛은 아니지만


자리를 잡아가는 영화나 AI 프로덕션과 달리, 숏폼은 오 본부장이 가장 조심스러워하는 영역이다. 2024년 하반기부터 지난해까지 이어진 중국계 플랫폼 주도의 프로덕션 활성화가 한풀 꺾였기 때문이다. 대다수 작품이 AI 프로덕션으로 전환되기도 했다. KT스튜디오지니처럼 스크립트 기반 실사 드라마를 만드는 제작사에 녹록지 않은 여건이다. 대형 플랫폼조차 수익이나 규모 면에서 크게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시장 전반이 위축되면서 사업 가설도 수정 단계에 있다. 제작비를 얼마나 투자해 작품을 만들고 어떻게 유통하면 어느 정도 회수가 되는지에 대한 계산을 다시 하고 있는 것이다. 오 본부장은 "현재 시점에서 장밋빛 전망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오기제 KT스튜디오지니 신사업본부장.

오기제 KT스튜디오지니 신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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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중장기적으로 기회는 있다고 봤다. 틱톡이나 메타 같은 소셜 플랫폼은 물론, 넷플릭스·디즈니+ 같은 기존 OTT까지 숏폼 콘텐츠 사업에 관심을 보여서다. 특히 디즈니+는 최근 미국에서 애플리케이션(앱) 안에 숏폼 영상 기능(버츠)을 도입하기도 했다. 오 본부장은 "기성 OTT나 소셜 플랫폼이 숏폼 드라마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따라 저희 같은 스튜디오에도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모바일 기반 숏폼 스크립트 콘텐츠 자체가 계속 성장할 것으로 봤다. 그는 "모바일을 태어날 때부터 접한 세대의 구매력이 높아지면, 그에 맞는 콘텐츠와 포맷이 계속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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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스튜디오지니는 이에 대응해 두 가지 방향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숏폼 자체를 완성된 작품으로 만드는 한편, 프로덕션과 함께 유통 네트워크를 확장한다. 오 본부장은 "2024년 말부터 마흔 곳 규모의 바이어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면서 "한 곳에서 큰돈이 안 들어와도, 다양한 곳에 깔아놓으면 합산 규모는 상당해진다"고 설명했다. 큰 한 방보다 촘촘한 그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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