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국빈방문 李, FTA 협상 재개 시사…방산 협력엔 'FA-50' 제안
현지 언론과 사전 인터뷰 공개
장기 교착 FTA 협상 재가동 힘 싣기
2008년 중단·2022년 재개 합의 뒤 표류
멕시코 공군 현대화에 FA-50 제안
"기술이전·현지생산까지 발전 가능"
첨단산업·치안·문화 분야 협력 확대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과 멕시코 간 '경제협정'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2008년 중단된 뒤 2022년 재개에 합의하고도 다시 진전을 내지 못한 한·멕시코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정상 차원에서 추진할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멕시코 공군 현대화 사업에는 국산 경공격기 'FA-50'을 제안하며 기술이전과 현지생산까지 협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구상도 내놨다. 통상에 이어 방산 협력을 확대해 경제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멕시코를 국빈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3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펠리페 앙헬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한 공군 1호기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2026.9.24 연합뉴스
멕시코 유력 일간지 '엘 우니베르살'이 23일(현지시간) 공개한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은 "탄탄한 경제협력에 걸맞은 제도적 기반을 갖출 때가 됐다"며 "한국과 멕시코 간 경제협정 협상을 재개하고 사회보장협정 체결을 진전시키며 투자보호 메커니즘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인터뷰는 이 대통령 국빈방문을 계기로 사전에 이뤄졌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경제협정 협상 재개'는 장기간 표류하고 있는 한·멕시코 FTA 협상과 맞닿아 있다. 양국은 2006년 FTA 전 단계인 전략적 경제보완협정(SECA) 협상을 시작한 이후 2007년 FTA 협상으로 격상했지만 2008년 협상이 중단됐다. 2022년에 와서 양국 통상장관이 14년 만에 FTA 협상 재개에 합의했지만, 이후 다시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에 양국은 올해 들어 협상 재개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해왔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4월 한·멕시코 FTA가 2022년 이후 중단 상태라고 밝히면서 조속한 협상 재개를 위한 고위급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방한한 로베르토 벨라스코 멕시코 외교장관도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검토 상황 등을 감안해 향후 한국과 FTA 논의를 다시 진행할 수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했다.
이 대통령은 "멕시코는 단순한 생산기지 그 이상"이라며 북미와 세계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핵심 전략 플랫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항공우주, 전기차 등을 멕시코 정부의 '플랜 멕시코'와 연계할 주요 협력 분야로 꼽았다. 현재 멕시코에는 약 500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고 누적 투자액은 약 133억달러, 고용 창출 규모는 약 15만명에 이른다. 2005년 양국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 이후 한국 기업의 멕시코 투자액은 26배 늘었다.
방산 협력도 구체화…"FA-50으로 협력 기반 마련할 수 있을 것"
멕시코를 국빈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3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펠리페 앙헬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한 공군 1호기에서 환영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6.9.24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아울러 이 대통령은 통상 협력에 이어 방산 협력 구상도 한층 구체화했다. 이 대통령은 "멕시코 공군의 전투기 현대화 프로그램이 추진될 경우 한국의 FA-50은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상호 호혜적인 협력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며 "향후 기술이전과 현지생산으로 이어져 멕시코 산업 기반 강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FA-50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을 기반으로 개발한 경전투기로, 훈련뿐 아니라 정밀유도무장 등을 활용한 실제 전투 임무도 수행할 수 있다. 필리핀과 폴란드, 말레이시아 등에 수출됐다. 청와대는 이번 순방에 앞서 멕시코의 군 현대화 사업과 K-방산의 협력 가능성을 예고했지만 구체적인 기종이나 협력 방식은 공개하지 않았다.
에너지 공급망에서도 양국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올해 중동 정세 불안으로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자 한국이 원유 도입선을 다변화하기 위해 멕시코와 긴밀하게 협의했고, 실제 멕시코산 원유 수입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정학적인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공급망 안정을 위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중요하다"며 "멕시코의 에너지 잠재력과 한국의 첨단 제조 역량을 결합할 필요성 있다"고 했다.
첨단산업·치안 분야 협력 확대도 제안…인신매매·마약 등 초국경 범죄 강화
이 대통령은 첨단산업과 치안 분야에서도 협력 확대를 제안했다. 한국의 AI 전환(AX)과 피지컬 AI를 멕시코의 제조업·공공서비스 혁신에 접목해 공동 시범사업과 기술협력을 추진하고, 우주 분야에서는 위성과 발사체를 중심으로 정부·기업·연구기관 간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 사기와 인신매매, 마약 밀매 등 초국경 범죄에 대해서는 양국 치안당국 간 공조와 안전 인프라·기술 협력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멕시코가 각자의 강점을 결합하고 첨단기술과 산업에서 국가안보와 국민 보호까지 협력 범위를 넓힌다면 양국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 콘텐츠 공동제작·인재 양성 협력…'K-컬처 센터' 조성도 추진
문화 분야에서는 양국이 콘텐츠 공동제작과 인재 양성을 위한 협력 체계를 마련하고, 멕시코에 한국 문화를 종합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K-컬처 센터' 조성을 추진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BTS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국립궁전 발코니에서 약 5만명의 팬에게 인사를 건넨 장면을 거론하면서 "양국의 문화교류의 열기뿐 아니라 양국의 우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어 "현재 멕시코시티에서 열리고 있는 'K-엑스포 멕시코 2026'?은 문화콘텐츠뿐 아니라 음식과 뷰티 산업까지 함께 소개한다는 점에서 문화와 경제를 연결하는 훌륭한 기회"라며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콘텐츠와 예술 분야의 협력을 지속하기 위해 공동제작과 인재 양성 메커니즘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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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미국 뉴욕 방문을 마치고 멕시코시티에 도착해 16년 만의 한국 대통령 멕시코 국빈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24일 셰인바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교역·투자·공급망과 방산, 첨단산업 등의 협력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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