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광범위한 자금 재량 인정"
집행유예 선고 원심 깨고 파기환송

20년 넘게 가족 소유 건물을 전담 관리하며 독자적으로 자금을 운용한 인물이 임대차보증금의 구체적 사용처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더라도, 곧바로 업무상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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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최근 업무상횡령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배상명령을 내린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1996년부터 모친과 형제들의 위임을 받아 서울 노원구 소재 19개 호실 규모의 원룸 건물의 임대차계약, 보증금 수령 및 반환, 건물 관리비 지출 등 관리 업무를 전담해왔다. 그러던 중 2018년 임차인들로부터 받은 보증금 중 일부(5000만원 및 3000만원 등)를 계약 만료 후 돌려주지 않거나, 대신 보증금을 변제한 공동 소유주(형제)의 반환 요구에 응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과 2심은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5000만원의 배상명령을 내렸다. 임차인에게 받은 보증금은 해당 임차인에게 그대로 돌려줘야 하는 등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이므로,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반환을 거부한 것은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가 20년 넘게 별도의 증빙서류나 보고 없이 자신의 계좌로 보증금 수령과 반환, 관리비 지출을 전담해왔고 소유주인 형제들도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보증금의 용도가 해당 임차인에게 그대로 반환되는 것으로 엄격히 제한되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A씨에게 자금 사용 목적과 시기에 관해 광범위한 재량이 사실상 부여되어 있었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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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재량이 부여된 보관자가 일부 보증금의 행방이나 사용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더라도, 이를 개인적 이익을 위해 사용했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는 한 불법영득의사를 함부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며 원심에 업무상횡령죄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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