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기술혁신으로 극복하는 에너지 위기
폐플라스틱 가열해 나프타로 재분해
열분해유 생산량 3년째 매년 증가
"경제성 떨어져" 증가 추세는 소폭 둔화
에너지 안보 차원 정부 지원 이어질 듯

편집자주최근 중동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위기, 정부의 메가프로젝트 등으로 에너지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차 에너지의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경제 성장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정부와 산업계에서 에너지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는 기자들이 다양한 현안들을 짚어보고 대안을 찾는 기획 기사를 연재합니다.

폐플라스틱에서 나프타와 같은 석유 제품을 추출하는 열분해유 사업이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 안보까지 지킬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석유화학 제품 원료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춤했던 열분해유 산업은 중동발 에너지 공급망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다시 각광받고 있다.


[에너지 오디세이]⑥폐플라스틱에서 석유 뽑는다…열분해유 사업 재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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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열분해유 최근 3년 생산량은 2023년 2만4677t, 2024년 3만9302t, 지난해 4만7199t으로 해마다 늘었다. 그러나 증가세는 다소 둔화했다. 2023년 대비 2024년 열분해유 생산량 증가율은 59.3%였지만, 2024년 대비 2025년 증가율은 20.1%에 그쳤다.

폐플라스틱을 다시 플라스틱으로


열분해유는 사용 후 버려진 폐비닐, 폐플라스틱을 산소가 거의 없는 환경에서 가열해 분해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체와 증기를 냉각해 액체 형태로 회수한 원료다. 플라스틱의 긴 분자 사슬을 열로 잘게 끊어 다시 탄화수소 성분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폐기물이 다시 플라스틱을 재생산할 수 있는 일종의 원유 형태로 되돌리는 것이다. 원료의 질에 따라 달라지는데 일반적으로 열분해유 제조 공정의 수율은 35~65%로 알려져 있다.


열분해유 생산의 시작은 폐플라스틱을 선별하는 단계에서 시작된다. 가정과 사업장, 산업현장 등에서 배출된 폐비닐과 포장 필름, 용기류, 뚜껑류 등 폐합성수지는 수거된 뒤 선별장으로 옮겨진다. 이곳에서 금속·유리·종이·음식물 등 이물질을 제거하고 재질과 상태에 따라 활용 가능한 원료를 골라낸다. 선별된 뒤 세척과 건조, 크기 조정 과정을 거친 재활용품들은 열분해 설비로 들어간다. 열분해는 폐플라스틱을 단순히 태우는 방식이 아니라, 산소가 거의 없는 환경에서 열을 가해 긴 고분자 구조를 작은 탄화수소 성분으로 분해한다. 회수된 열분해유는 수분과 미세 고형물 등이 제거되고, 정유·석유화학 공정에서 원료로 활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성상과 불순물 수준이 측정된다.

열분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유분 가운데 일부는 나프타로 석유화학 원료로 다시 활용될 수 있다. 나프타급 원료는 이후 스팀크래커 등 석유화학 공정에서 에틸렌·프로필렌과 같은 기초 원료로 전환되고 다시 가공 공정을 거쳐 플라스틱, 합성수지, 포장재, 생활용품 등 다양한 제품의 원료가 된다.


열분해유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플라스틱 사용량이 급속하게 증가하면서부터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거쳐오면서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 문제가 대두됐다.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발표한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총 1193만2000t으로 2017년에 비해 49.5% 증가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생활 폐기물 중 폐합성수지류는 지속해서 증가했다. 특히, 배달음식 포장재를 포함하는 기타 폐합성수지류 항목은 2019년 하루 715.5t에서 2021년 하루 1292.2t으로 80.6% 증가했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소각하거나 매립하는 것만으로는 폐플라스틱을 처리하는 일이 쉽지 않게 됐다. 이에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폐플라스틱을 열분해유로 전환한 뒤 기존 원료에 이를 섞어서 활용하는 등 방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정유·석유화학 업체들은 앞다퉈 열분해유 사업에 뛰어들었다.


기대만큼 열리지 않았던 친환경 소비


그러나 최근 들어 정유·석유화학 기업들은 열분해유 생산을 유지만 하는 형태다. 기존에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공정과 비교해볼 때 원가가 오히려 더 비싸다 보니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생산 동력이 약화했다. 특히, 중국산 석유화학 제품에 밀리며 국내 업황이 전반적으로 부침을 겪자 열분해유 사업은 확대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열분해유 생산 공장을 목표로 했던 GS칼텍스는 열분해유를 전량 외부에서 구매하고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열분해유 직접 투자 계획과 관련해 기술 선진화와 규제 도입 속도, 시장 상황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 지속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LG화학 LG화학 close 증권정보 051910 KOSPI 현재가 253,000 전일대비 1,000 등락률 -0.39% 거래량 142,057 전일가 254,000 2026.09.23 15:30 기준 관련기사 한상윤 한양대병원 교수, 'LG화학 미래의학자상' 수상 석화 불황에 '회장님'도 기피…화학산업협회장 6개월째 공석 LG, '독립이사 의장 체제' 전면 전환…2025 ESG 보고서 발간 도 현재는 상업 가동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외부 업체로부터 열분해유를 구매해서 사용 중이다.


SK지오센트릭은 울산에 열분해유 공장을 설립하는 대신 기술·개발(R&D) 관련 검증을 이어오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함께 재활용 제품에 대한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대량 생산을 할 수 없게 됐다"면서 "언제든 상용화를 위해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 위기, 열분해유 다시 눈길


중동발 위기가 길어지면서 나프타 조달이 어려워지자 열분해유 기술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나프타 수요 중 약 55%는 국내 정유사가 생산하고 나머지 45%는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정유사가 공급하는 나프타도 수입한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물량으로 나프타는 전량을 수입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업계에서도 자구책은 이어지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열분해유의 직접 생산 및 전처리 설비 투자도 검토하며 사업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폐플라스틱과 폐타이어 등을 무산소 상태에서 고온으로 분해해 얻은 열분해유를 정유 공정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순환 나프타 등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2024년부터 현대백화점과 플라스틱 순환경제 구축 업무협약을 맺고 현대백화점이 수거한 폐비닐 열분해유 공정을 통해 친환경 소재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2024년 54t에 이어 지난해 130t의 폐비닐을 현대백화점으로부터 공급받아 이를 원료로 친환경 새 비닐을 현대백화점 매장에 공급하고 있다.


보다 더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세라믹 파동볼에서 방출되는 파동에너지에 의해 나프타를 생산(도시유전)해내거나 화학적 분해를 통해 폐플라스틱을 얇은 가루 형태로 만든 뒤 유해 물질만 걸러내 다시 화학적으로 융합시켜 펠릿(플라스틱 알갱이 원료)을 만드는 해중합 방식까지로 상용화 됐다. 해중합 방식을 이용하는 SK케미칼 SK케미칼 close 증권정보 285130 KOSPI 현재가 49,800 전일대비 0 등락률 0.00% 거래량 33,620 전일가 49,800 2026.09.23 15:30 기준 관련기사 SK플라즈마, 복약 편의성 개선한 고용량 저혈소판치료제 출시 석화 불황에 '회장님'도 기피…화학산업협회장 6개월째 공석 SK케미칼, 2분기 영업익 319억…매출 24.8% 증가 은 화장품 용기, 식음료 포장재, 섬유, 음반, 자동차 및 타이어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중국 현지 공장에서 연 1만 6000t 생산을 시작했으며 연 3만 2000t까지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에너지 오디세이]⑥폐플라스틱에서 석유 뽑는다…열분해유 사업 재시동 원본보기 아이콘

열분해로 얻는 나프타는 기술의 문제가 아닌 원가와 제품의 시장성 문제다. 원유 한 방울도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친환경적이면서 석유 제품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인 만큼 정부 차원의 대규모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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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수 에너켐인사이트 파트너(전 LG 경영연구원 화학계열 부문장)는 "기업들이 열분해유 사업을 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 플라스틱 전처리 과정이라면 지방자치단체에서 인프라를 마련하고 회수하는 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면서 "관련 기술은 이미 마련돼 있는 상태로 추가적인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열분해유 사업 확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고효율 연속식 열분해유 생산을 위해 약 30억원을 내년도 예산으로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국내 열분해유 시설은 대체로 회분식으로 원료를 처음에 한꺼번에 투입해 일정 시간 동안 공정을 거친 뒤 생성물을 한꺼번에 꺼내는 방식이다. 반응 시간이나 조건을 조절하기 쉽지만 대량 생산이 어렵고 작업 사이사이 이물질 정리 등 준비 시간이 소요된다. 기후부는 24시간 연속으로 추출할 수 있는 연속식 시설을 기업에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이를 통해 효율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유럽연합(EU)처럼 포장재와 자동차 등 주요 품목에 재활용 플라스틱 의무 사용 비율을 명시하도록 법제화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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