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명분 경쟁 제한된 방산분야 정조준
특정 업체들이 독과점하는 구조 굳어져
제도 개편으로 기존 업체들 쇄신 및 선순환 유도
공정거래위원회가 국가 안보라는 특수성을 방패 삼아 소수 업체가 독점적 이익을 누려온 방위산업 분야의 철옹성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수십 년간 굳어진 낡은 방산물자 지정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 시장의 진입 장벽을 과감히 허물고, 기술력을 갖춘 중소·벤처기업의 신규 진입을 유도해 방위산업 전반의 연구개발(R&D) 혁신을 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방산 시장의 특수성을 내세우며 경쟁 도입에 난색을 표해온 업계의 반발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소수 업체가 독식하던 방산물자 지정제 재검토
26일 공정위에 따르면 최근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독과점 시장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하반기 핵심 과제로 방위산업 분야의 규제 손질을 꼽았다. 그는 "그동안 국가 안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구조적으로 경쟁이 제한되어 있던 방위산업 분야의 규제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며 강도 높은 쇄신을 예고했다.
현재 방산물자 및 방산업체 지정 제도는 소수의 지정 업체가 특정 방산물자 공급을 철저히 독점하고 있는 기형적인 구조를 띠고 있다는 것이 공정위의 진단이다. 공정위는 이러한 구조적 병폐를 타파하기 위해 특정 품목을 계속 방산 분야 물자로 유지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한 재검토 절차를 대폭 강화하고, 시장 내 신규 기업 진입을 촉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의 중이다.
이 같은 조치는 단순한 규제 완화를 넘어 방산 생태계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포석이다. 그동안 방산업계는 국내 기준 단일 수요처인 정부를 상대로 기업마다 무기체계 전문 분야가 확립된 상황이라 획일적인 독과점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며 정부의 시장구조 개선 움직임에 우려를 표해왔다. 해외 시장을 무대로 덩치를 키워야 할 시점에 낡은 규제 카드가 자칫 K-방산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항변이었다.
"산업 특수성" 내세운 업계 우려…공정위 "경쟁이 R&D 혁신 이끈다"
그러나 공정위는 폐쇄적인 시장에 공정한 경쟁의 룰을 확산시킴으로써 안일한 독점 구조에 안주하던 기존 업체들의 쇄신을 강제로 유도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주 위원장은 "협의를 잘 마무리 지어 방산 분야에 공정한 경쟁의 룰을 확산시킴으로써 방위산업 전반의 혁신을 유도하겠다"며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중소·벤처기업들이 진입할 수 있도록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약자인 벤처기업들에도 기울어짐 없는 공정한 운동장을 보장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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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시장 재편을 주도하는 거대 대기업들의 이른바 하도급 횡포나 독점력 남용에 대해서도 엄격한 핀셋 감시망을 가동한다. 최근 방산 업체들 간의 지분 확보 등 세력 재편 움직임과 관련해, 주 위원장은 "국내 대기업들이 방위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해외 기업들과 어깨를 견주는 것은 국민 경제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라면서도 "대기업들이 국내 시장에서, 국내 공급망 속에서 협력업체와의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면밀하게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견제할 것"이라고 했다. 잘못된 갑질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제재를 가해, 방산 기업들이 본업과 기술 혁신에만 오롯이 전념하게 만들겠다는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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