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명절 음식서 일상 '힙 디저트'로
K디저트 새로운 수출 동력 급부상
1조원 시장 눈앞…영세 떡집 양극화 과제

편집자주요즘 사람들은 무엇을 살까요. 다이소에서 꼭 집어오는 생활용품부터 올리브영에서 품절을 부르는 화장품, 줄 서서 사는 빵까지. 익숙한 소비 장면 속에는 지금의 시장 흐름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지금 사는 방식〉은 일상 속 '잘 팔리는 것들'을 통해 오늘의 소비 트렌드를 읽어내는 연재입니다. 어떤 상품이 선택받고, 어떤 전략이 지갑을 열게 만드는지 - 소비 현장의 변화를 쉽고 흥미롭게 풀어냅니다.

"피자설기 구하려고 새벽부터 나왔어요."


전국의 유명 떡집을 찾아 원정을 떠나는 이른바 '떡지순례'가 MZ세대의 새로운 소비문화로 확산하고 있다. 과거 명절이나 경조사 등 특별한 날에만 대량 주문해 나눠 먹던 전통 떡이 20·30세대의 취향을 사로잡으며 일상적인 '힙 디저트'로 화려하게 재탄생하는 모습이다. 약과와 양갱으로 대표되던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트렌드와 최근 유통업계를 뒤흔든 '쫀득한 식감' 열풍까지 맞물리면서 빵집을 찾아다니던 '빵지순례'의 자리를 떡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유튜버 우정잉이 피자설기와 크랜베리설기를 맛보고 있다. 우정잉 유튜브채널 영상 캡처

유튜버 우정잉이 피자설기와 크랜베리설기를 맛보고 있다. 우정잉 유튜브채널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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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구글 트렌드 및 빅데이터 지표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떡지순례'의 검색 관심도는 전년 대비 5000% 이상 폭증했으며 '피자설기' 역시 전월 대비 1800%, 전년 대비 5000% 이상 관심도가 치솟았다. 썸트렌드 분석 결과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온라인상에서 떡을 '디저트'와 함께 언급한 게시물은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늘었고, 블로그 내 '떡지순례' 언급량은 1월 87건에서 8월 254건으로 약 2.9배 증가했다.


"두쫀쿠 다음은 피자설기"…퓨전 레시피와 미디어 파급 시너지

떡 열풍의 진원지에는 기존의 틀을 깨는 이색 퓨전 상품과 대중매체의 파급력이 자리 잡고 있다. 백설기 위에 토마토소스와 치즈, 페퍼로니 등을 얹어 밀가루 도우 대신 쌀떡 특유의 식감을 살린 '피자설기'는 부산 영도다리떡방에서 입소문을 탄 뒤 전국 골목상권으로 급속히 번졌다. 인천 부평종합시장의 한 떡집은 피자설기 출시 두 달 만에 하루 판매량이 200개에서 최대 6000개로 30배 급증했으며 전국 유명 매장마다 주문 폭주로 예약 접수가 중단되는 '떡픈런(떡+오픈런)'과 '떡켓팅(떡+티켓팅)' 현상이 일상화됐다.

여기에 인기 예능 프로그램의 미디어 노출이 열풍에 불을 지폈다. tvN '뿅뿅 지구오락실2'의 스핀오프 예능 '우주떡집'에서 출연진(이은지·미미·이영지·안유진)이 전남 고흥에서 직접 떡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모습이 방영되면서 젊은 층의 호기심과 구매 욕구를 크게 자극했다. 백설기, 찹쌀떡, 절편에 흑임자, 쑥, 율무, 곶감 등 전통 재료는 물론 요거트, 크림, 과일, 땅콩버터 등 현대적 식재료를 결합한 제품들이 잇따라 히트를 치며 시장 전반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피자설기. KBS경남 유튜브채널 영상 캡처

피자설기. KBS경남 유튜브채널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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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떡지순례' 영토 확장 경쟁

유통 플랫폼들은 유명 떡집과의 협업 및 팝업스토어 유치를 통해 급증하는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의 지난 1월1일부터 9월 7일까지 떡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5.6% 급증했다. CU가 딸기찹쌀떡으로 유명한 '홍만당'과 협업해 선보인 시리즈는 누적 판매량 약 60만개를 기록했으며 원조 모찌 2종(딸기·샤인머스캣)의 인기에 힘입어 이달 15일에는 모찌와 땅콩버터를 결합한 '인절미 버터 토스트 땅콩버터맛'까지 라인업을 확장했다. GS25 역시 성수동 유명 브랜드와 손잡고 출시한 '한정선 요거트 찹쌀떡'이 출시 나흘 만에 26만개 판매를 돌파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 제품은 방한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필수 K디저트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CU 홍만당 협업 시리즈. BGF리테일

CU 홍만당 협업 시리즈. BGF리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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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와 E커머스에서도 성장세가 가파르다. 이마트의 지난 1월1일부터 9월17일까지 냉동 떡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5% 늘었으며 최근 3개월(7~9월) 매출도 120% 증가했다. 이마트는 광주 유명 떡집 '창억떡'의 호박인절미·모둠찰떡·통팥찰떡에 이어 쑥/흰 앙금 절편을 추가하고 '마음이가' 냉동 떡 5종을 확대 운영 중이다. 롯데마트 또한 올해 3~8월 기준 냉동 떡 매출이 90% 이상, 과일·크림을 활용한 이색 떡 매출이 약 30% 증가했다. 컬리의 6~8월 떡·한과 카테고리 거래액 역시 전년 동기 대비 약 2배(100%) 성장했으며 대표 상품인 창억 호박인절미 거래액은 336% 급증했다.


오프라인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도 집객 효과를 겨냥해 팝업스토어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롯데백화점 동탄점(용인 '마시떡')과 부산본점(부산 '영도다리떡방'), 용산 아이파크몰('강원떡집X떼구르르 베이커리', '모락절미', '쭈악쭈악') 등에서 열린 팝업 행사는 연일 오픈런과 조기 소진 사태를 일으켰다. 이마트24 역시 성수·서울숲 트렌드랩 및 디저트랩 매장에서 영도다리떡방의 피자설기 5종과 익산농협떡방앗간의 생크림·딸기·흑임자·커피·블루베리 찹쌀떡 6종 등 총 11종의 유명 떡집 상품을 선보이며 체험형 유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떡 산업 1조원 육박…양극화 극복과 지속 가능한 성장 과제

이처럼 전통 떡의 현대적 재해석은 F&B 시장 전반의 체질 개선을 이끌며 시장 규모 자체를 대폭 키우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통계에 따르면 국내 떡류 판매액은 2018년 5641억원에서 2024년 9291억원으로 6년 만에 약 65% 급증하며 제과·제빵 시장 내 점유율 10%를 돌파했다.


그러나 화려한 외형 성장 이면에 해결해야 할 과제도 공존한다. SNS 화제성이 높거나 대형 유통망과 손잡은 일부 퓨전 떡 브랜드로 소비 쏠림이 심화하면서 전통적인 명절·경조사 수요에만 의존하던 영세 전통 떡집의 폐업률은 최근 5년간 15%에 달하는 등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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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없는 떡집. 연합뉴스

손님 없는 떡집.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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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피자설기와 이색 찰떡으로 대표되는 떡 디저트 열풍이 국내 쌀 소비 촉진과 K-푸드의 외연 확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이러한 열풍이 단발성 유행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유통업계와 영세 제조업체 간의 상생 모델 구축, 전통 제조 방식의 강점과 현대적 위생·품질 기준을 결합한 체계적인 R&D 및 장기적 상품 개발 전략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으로 풀이된다.


서지영 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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