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점 새로 공개…김세중·최욱경·전국광·양혜규 등 조각·공예 175점
작품 운송용 크레이트도 전시…수집 이후 보관·관리 과정까지 관람

미술관의 작품은 전시장에 걸려 있을 때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포장되고 옮겨지고 보관되는 시간 역시 작품의 생애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가 이처럼 관람객에게 잘 보이지 않았던 '미술관의 뒤편'을 한층 더 적극적으로 공개한다.

대대적인 개편을 마치고 다시 문을 연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1층 개방수장고. 작품 운송과 보관에 사용하는 크레이트를 전시장에 배치하고 일부 작품은 수장 상태 그대로 공개해 미술관의 실제 보관·관리 방식을 보여준다. 국립현대미술관

대대적인 개편을 마치고 다시 문을 연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1층 개방수장고. 작품 운송과 보관에 사용하는 크레이트를 전시장에 배치하고 일부 작품은 수장 상태 그대로 공개해 미술관의 실제 보관·관리 방식을 보여준다.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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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은 청주관 1층 개방수장고를 대대적으로 개편해 지난 22일부터 관람객에게 다시 공개했다고 23일 밝혔다. 작품 구성과 배치, 안내 콘텐츠를 전면 손보고 기존에 공개하지 않았던 소장품 32점을 새롭게 선보인다. 조각과 공예를 중심으로 모두 175점이 공개된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는 2018년 개관한 국내 최초의 수장형 미술관이다. 전시장뿐 아니라 작품을 보존·관리하고 연구하는 수장고까지 관람 영역으로 끌어들이며 '보여주는 미술관'의 범위를 넓혀왔다. 개관 당시 약 1220점이던 청주관 보관 소장품은 올해 약 5000점으로 4배 이상 늘었다. 이번 개편은 늘어난 소장품 가운데 장기간 공개했던 작품을 교체하고 폐쇄수장고에 있던 작품을 새롭게 꺼내 보여주기 위해 마련됐다.

새로 모습을 드러내는 작품에는 한국 현대조각의 흐름을 짚을 수 있는 주요 작품이 다수 포함됐다. 김세중의 '김 골룸바와 아녜스 자매'(1954·1974년경 주조), 회화로 잘 알려진 최욱경의 드문 입체작 '호기심'(1972), 전국광의 국전 대상작 '매스의 비(碑)'(1981), 양혜규의 '여성형 원주민'(2010) 등이 대표적이다.


김세중의 '김 골룸바와 아녜스 자매'는 1839년 기해박해 때 순교한 김효임과 김효주 자매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한복을 입고 십자가와 종려나무 잎을 든 두 인물을 간결하고 단단한 형태로 표현해 1950년대 한국 종교조각의 특징을 보여준다.

최욱경의 '호기심'은 빨강·주황·노랑·초록·파랑으로 채색한 긴 색판과 모터를 결합한 1972년 작품이다. 모터가 작동하면 색판이 회전하며 넓은 면과 좁은 면이 번갈아 드러나도록 제작됐다. 강렬한 색채의 추상회화로 익숙한 작가의 입체적 실험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전국광의 '매스의 비'는 정면에서 보면 상당한 부피를 지닌 덩어리처럼 보이지만 옆에서는 매우 얇은 구조로 만들어졌다. '실제 매스와 보이는 매스의 차이'를 탐색한 작업으로 1981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 비구상 부문 대상을 받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개방수장고 전경. 청주관은 이번 개편을 통해 새 소장품 32점을 포함한 조각·공예 작품 175점을 공개한다.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개방수장고 전경. 청주관은 이번 개편을 통해 새 소장품 32점을 포함한 조각·공예 작품 175점을 공개한다.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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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공예도 함께 소개한다. 신상호의 '아프리카의 꿈-머리', 유의정의 '네 가지 풍경', 오화진의 '베드맨' 등이 새롭게 전시된다. 특히 신상호의 작품은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이 새롭게 수집한 작품으로, 전통적인 도자의 범위를 넘어 흙을 조각적 매체로 확장한 작가의 실험을 보여준다.


이번 개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어떻게 보관하는가' 자체를 전시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작품 운송과 보관에 사용하는 목재 크레이트(crate)를 전시장 곳곳에 배치하고, 일부 작품은 아예 크레이트에 수장된 상태 그대로 공개한다. 작품 뒤로 포장 상자가 보이고 선반과 적재 구조가 그대로 드러나는 풍경은 일반 전시장과는 확연히 다르다.


작품을 흰 벽 위에 완결된 미술품으로 제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작품이 미술관에 들어온 뒤 어떤 방식으로 보관되고 관리되는지까지 보여주겠다는 취지다. 수장고가 단순한 창고가 아니라 미술관의 수집·보존·연구 기능이 작동하는 핵심 공간이라는 점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윤태욱 국립현대미술관장 직무대리는 "개방수장고는 소장품뿐 아니라 작품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미술관의 기능까지 관람객과 공유하는 공간"이라며 "다양한 소장품과 실제 수장 환경을 함께 살펴보며 미술관의 또 다른 모습을 경험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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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수장고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1층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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