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유통 구매비리 의혹
검찰 조사 참고인 인터뷰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 수산매장 모습. 한예주 기자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 수산매장 모습. 한예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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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유통이 운영하는 서울시내 하나로마트에서 10년간 수수료 매장을 운영했던 A씨는 2020년 가을 전화 한통을 잊지 못한다. 매년 갱신하는 농협계약의 만기 시점이 석 달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었다. 큰 문제 없이 매장을 운영한 만큼 이번에도 계약이 연장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농협유통 선임급 MD(Merchandiser, 상품기획자)인 B씨는 사무실 방문을 예고했다. 여러 직원들과 함께 식사한 적은 있지만, 단 둘이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재계약을 앞둔 만큼 '잘 보여야겠다'는 마음이 앞서 B씨를 인근 식당으로 모셨다.

식사 자리가 한창 무르익자 B씨는 "500만원만 달라"라고 했다. 노골적인 금품 요구였다. A씨는 단칼에 거절했다. 이에 B씨는 "너희는 앞으로 힘들어질 것이다"고 말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두 달 뒤,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농협유통 측은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던 매장의 운영권을 공개입찰로 변경한다고 통보한 것이다. 공개 입찰에는 4~5곳의 업체가 참가했다. PT 전문 업체까지 고용해 준비했지만, 주변에선 수산물 구매부서장인 C씨가 밀어주는 'ㅂ업체'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결과는 탈락이었다. A씨는 10년간 영업한 매장을 떠나야 했다. A씨는 "PT 전문 업체까지 고용해 공개입찰에 참가했지만, 들러리만 선 꼴"이라며 아직도 분통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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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농협유통의 구매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참고인으로 소환한 A씨는 최근 아시아경제 인터뷰에서 이같은 하나로마트 철수 과정을 이같이 설명했다.

A씨에게 500만원을 요구한 B씨는 10년 가까이 수산물 MD를 맡았다. 농협유통은 거래처와 유착 등을 우려해 통상 2~3년 MD 직무를 맡기지만, B씨는 예외였다. 노조 간부 출신인 그는 10년간 수산물을 구매하면서 제주도에서 'VIP' 대접을 받는 인사가 됐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B씨가 매년 구매하는 수산물 금액만 수백억원에 달했고, 주요 수산물 산지인 제주도에서는 특별 관리 대상이라는 것이다. A씨는 "제주에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영향력을 가졌고, 휴가 때 제주에 가면 왕 대접을 받는다고 전해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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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업계에서는 연간 단위로 맺는 매장 수의계약이 이같은 MD 갑질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이재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농협중앙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기준 농협유통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 수수료 활어 매장 19개 모두 수의 계약으로 입점했다. 최근 5년간 한 차례의 입찰도 없었다.


활어 수수료 매장은 수사물 매출의 일정 비율을 농협유통에 수수료를 납부하는 임대 매장(테넌트)이다. 이같은 매장은 2021년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비롯한 8개에서 이듬해 15개 하나로마트로 늘었고, 2024년 23개까지 확대됐다. 이후 매장수는 소폭 감소했다. 매장수가 늘면서 해당 매출도 가파르게 늘었다. 2021년 31억원이던 매출은 2024년 84억원까지 급증했고, 올해 8월까지 매출은 56억원이다.


A씨는 "농협유통은 쉽게 얘기해서 라인만 잘 타면 된다"며 "실세였던 C씨의 눈에 들면 무기계약직이나 별정직으로 입사했더라도 정직원이 될 수 있었고 이른바 라인으로 불리는 줄만 잘 서면 요직을 맡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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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 당시 실세로 꼽혔던 C씨는 고위직 임원으로 현재 승진했고, B씨는 퇴사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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