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 극적으로 마주한 韓美정상…李의 집요함 통했다
성사 가능성 희박했던 '깜짝' 한미 정상회담 막전막후
李대통령, 리셉션 도중 별도 방으로 이동해 30분 회담
트럼프, 李대통령과 마지막 양자 회담…'골프'로 아이스 브레이킹
한미 정상"대미 전략투자 큰 진전" 환영
李, 전작권 첫 직접 제기…트럼프, 조선협력 높은 관심
트럼프 "김정은과 좋은 관계"…北대화 의지 확인
진전 없었던 핵잠·원자력협정 등도 후속 협의키로
가능성이 희박해 보였던 뉴욕 한미 정상회담은 대미 투자 협상의 막판 진전을 타고 극적으로 성사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내외가 주최한 유엔총회 리셉션에 참석하던 중 행사장 인근 별도 공간으로 이동해 트럼프 대통령과 약 30분간 마주 앉았다. 뉴욕 출국 때까지도 확정되지 않았던 회담은 현지에서 투자 협상이 긍정적으로 돌아서면서 급히 추진됐고, 최종 확정된 것은 회담 당일이었다.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뉴욕 한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6.9.23 연합뉴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뉴욕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투자 관련 협의가 막바지에 있었지만 상당히 곡절이 있었고 전망이 좋지 않아 정상회담을 구체적으로 추진하지 않았다"며 "이후 투자 협의가 잘 진전돼 급히 다시 추진했고 성사됐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미국 측에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배석했고 한국 측에서는 조현 외교부 장관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자리했다.
회담을 위한 물밑 작업은 매우 촉박하게 추진됐다. 우리 측은 대미 투자 협상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진 시점부터 미국 측에 정상회담을 요청했고 뉴욕 도착 이후까지 조율을 이어갔다. 회담 여부는 이날 오전에서야 확정됐다고 한다.
회담은 오후 7시 20분께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7시께 리셉션장에 먼저 도착해 다른 정상들과 대화를 나누다 같은 호텔 안에 마련된 별도의 방으로 이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셉션장으로 먼저 들어가지 않고 이 공간에서 이 대통령을 기다렸다. 회담이 끝난 뒤 두 정상은 함께 리셉션에 합류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날 한미 정상회담은 유엔총회 일정 중 마지막 양자 회동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서 이날 오전 7시부터 이어진 여러 일정을 거론하며 이 대통령과의 회담이 마지막 일정이라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막판에 잡힌 30분을 이 대통령과 별도 정상회담에 할애한 셈이다.
회담은 가벼운 주제로 시작됐다.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 악수한 뒤 "영부인은 어떠시냐", "아름다운 영부인은 어디 계시냐"고 김혜경 여사의 안부를 물은 뒤 골프 라운딩을 거론했다고 한다.
이어 대화의 무게중심은 대미 투자로 옮겨갔다. 양 정상은 한미 전략투자 사업 논의가 큰 진전을 이룬 것을 환영했다. 고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1호 사업이나 알래스카 LNG·원전 프로젝트 등에 대한 정상 간 논의는 없었다면서도 "두 정상은 투자 협의 내용을 보고받고 이를 환영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미 투자와 관련해) 추후 발표를 어떻게 하고 세부적으로 어디까지 마무리할지는 협상팀이 더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 총회 기간 큰 폭의 진전을 이룬 대미 투자 협상은 그간 정체됐던 각종 안보·경제 현안을 양 정상이 마주한 테이블에 올리는 동력으로 도 작용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를 상당한 시간을 들여 설명했다고 한다. 정상 차원에서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작권 문제를 직접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설명을 들은 뒤 후속 고위급 협의를 진행해 보자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 협력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필요로 하는 군함 건조를 포함한 조선 협력에 상당한 의욕을 보였으며 후속 논의를 서두르자는 뜻을 나타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뉴욕 한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6.9.23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핵추진잠수함과 한미 원자력협정 문제도 다시 논의됐다. 한국 측은 국방비 증액과 한반도 방위에서 더 많은 책임을 맡겠다는 의지를 설명하고 그 연장선에서 핵잠수함 관련 협의도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측은 핵잠 연료와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조선, 전작권 등의 후속 협의를 워싱턴에서 가급적 조속히 진행하기로 했다. 고위 관계자는 "투자의 진전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관련 이슈들도 일제히 진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협의에 임했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는 이번 회담에서 양 정상이 나눈 대화를 '안보 협상 재개'로 해석하는 데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고위 관계자는 "오늘 재개되기로 합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우리가 문제를 많이 제기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들은 뒤 후속 협의를 해보자는 방향으로 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약간의 진전은 있고 분위기는 좋지만 이로써 재개됐다고 보기는 이르다"고 덧붙였다.
극적으로 성사된 이날 회담에서 북미대화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핵 문제 해결과 북미대화 재개에 역할을 해달라는 기대를 전달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런 관계를 가진 사람이 거의 유일하다는 취지로 자신감을 나타냈다고 한다.
앞서 이 대통령은 유엔총회를 전후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먼저 중단시키고 감축을 거쳐 장기적으로 비핵화로 가는 단계적 접근을 강조해왔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한과의 대화에 관심을 보여온 만큼 이번 회담에서 양 정상은 각각 '피스메이커'와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며 한반도에 지속 가능한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긴밀히 소통하기로 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뉴욕 한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6.9.23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이 대통령은 회담을 마치고 일어서면서 오는 12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자신이 참석할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거기서 골프를 하면 좋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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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최대 현안인 호르무즈 해협 문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여러 현안을 30분 안에 논의하는 과정에서 호르무즈 파병 등 문제에 대해선 별도 언급이 나오지 않았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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