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미문화원 사건 등 2건 파기환송
시효 패소 확정된 유족도 재청구 가능
과거사 피해자가 재심에서 무죄가 아닌 면소판결을 받았더라도, 면소 사유가 없었다면 무죄였을 것이라는 점이 증명되면 국가의 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23일 대구 미문화원 폭파사건 피해자와 유족 등 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부분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 등 5명은 1983년 대구 미문화원 폭파사건 용의자로 지목돼 수사기관에 불법구금되고 가혹행위를 당했다. 이후 기소돼 유죄가 확정됐고 복역했다. 재심에서 A씨의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혐의에는 무죄가 선고됐다. 5명 모두에게 적용된 구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혐의에는 법령 개폐로 형이 폐지됐다는 이유로 면소판결이 내려졌다.
1·2심은 A씨가 무죄를 받은 부분만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면소 부분은 무죄를 받았을 것이라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나머지 원고들의 청구는 소멸시효가 지났다며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면소판결이 확정됐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국가의 배상책임이 생기지는 않는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면소 사유가 없었다면 무죄가 선고됐을 것이라는 점에 "고도의 개연성 있는 증명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수사기관의 위법행위와 유죄판결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이 그런 경우라고 봤다. 피해자와 참고인들의 진술은 고문 등 가혹행위나 위압적 상태에서 나왔고, 이 진술을 빼면 남는 증거로는 유죄를 뒷받침하기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소멸시효도 "재심 면소판결이 확정된 시점부터" 진행된다고 판단했다. 재심으로 유죄판결의 효력이 없어지기 전에는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내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같은 재판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도 이날 1949년 7월께 경찰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총살당한 희생자의 유족 등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유족들은 2012년께 국가배상 소송을 냈다가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패소가 확정됐다. 이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희생자를 포함한 민간인 20명을 적법절차 없이 살해한 행위는 불법이라는 진실규명결정을 내렸고, 유족들은 다시 소송을 냈다. 1·2심은 앞선 패소 판결의 기판력이 미친다는 등의 이유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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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은 지난 2월 시행된 개정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정리법) 적용 여부였다. 과거사정리법 부칙은 법 시행 전 진실규명결정을 받은 피해자와 유족은 시효 완성으로 패소가 확정됐더라도, 시행일부터 3년 안에 다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대법원은 이 조항이 법 시행 당시 이미 재판 중이던 사건에도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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